수학에세이 1
민경우 지음 / 매직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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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수학에세이>라는 제목 답게 수학사나 수학적 배경에 대한 저자의 주관성을 많이 담고 있다. 저자인 민경우는 2012년부터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수학교육연구소 소장이자 강사다. 수학이라는 더도 없는 객관적 학문에 주관적 에세이라니?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수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절대 불변의 진리로 수학을 생각한 사람들이 아니라 오류주의적 접근법으로 수학을 바라본 이들에 의해 거듭 수정되고 발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수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신선하게 깨뜨리고 자유롭게 저자의 의견에 비판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기존 수학 책들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에세이기는 하지만 수학에세이인만큼, 거의 대부분은 수, 대수, 기하, 미적, 확률에 대한 다섯 주제와 관련된 굵직한 객관적 수학사 및 배경에 대한 가지를 곁들인 쉬운 설명을 토대로 하고 있다. 여타 다른 책에 비해 좀 더 편안하게 읽히는 문체가 특징이며 책 자체가 두껍지 않고 글자가 커서 읽기 더 쉽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1장 <수>에서는 자연수, 0의 출현에서부터 실수, 허수에 이르기까지의 수의 확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면 수학사 관련 서적을 따로 찾아보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수학사나 수학을 공부하기 전, 흥미를 돋게 하기 위해 비교적 쉽고 간결하게 핵심만 서술한 동기유발용 책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듯 하다.

2장 <대수>에서는 음수의 도입에 관해 설명하면서 형식불역의 원리를 언급한다. 중학교에서 처음 음수에 대해 도입할 때, 바둑돌 모델이나 수직선 모델 등 다양한 모델을 통해 음수의 연산을 도입하긴 하지만 가장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고 수학적으로도 자연스러운 원리는 형식불역의 원리다. 음수와 음수의 곱이 양수가 될 수 밖에 없는지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설명되기 때문이다. 대수 파트의 마지막 장에서는 일차방정식을 풀이하는 과정에 대해 이항, 소거 같은 몇 가지 원리를 정립한 후 기계적인 대수적 조작으로 미지수를 구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은 채 이러한 기계적 계산을 강조하여 풀게되면 결국 왜 이항할 때 부호가 바뀌는지 학생들을 대답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게 규칙이니까요, 라고 대답한다. 등호를 건너면 부호가 마법처럼 바뀌는데 그냥 그게 법칙이고 규칙이라는 것이다. 등식의 원리에 의해 양변에 똑같은 수를 더하거나 빼거나 곱하거나 0이 아닌 수를 나누어도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임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수학을 형식주의로 몰고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닐 수 있다.

3장 <기하>는 피타고라스 정리, 귀납법과 연역법, 작도와 같은 기하 전반의 내용을 다룬다. 학생들에게 설명하며너도 나조차 어려운 개념이 호도법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육십분법이 아닌 호도법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데 학생들이 왜 그동안 잘 쓰던 각도법을 호도법으로 바꾸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와닿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에서도 각속도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리 선명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4장은 <미적>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사실 미적분이 얼마나 중요하며, 이로 인해 수학이 얼마나 격변하게 되었는지 학교 수학이나 수능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는 고스란히 느끼기 힘들다. 미적분과 관련된 수학사 관련 책을 읽고 대학에서 수학을 오랜 시간 공부하며 이 부분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미분과 적분의 관계, 그리고 원 넓이와 구 부피를 적분으로 구하는 과정이 언급되어 있다. 정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수학이 미분을 만나면서 동적 환경을 설명하는 중요한 도구로 생각되어지는 계기가 되고, 물리와 같은 타학문과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됨을 확인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설명이 소개되어 있는 장이다.

5장 <확률>에서는 베이즈의 정리를 주로 소개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조건부확률과 확률의 곱셈정리를 배우며 어느 정도 학습하는 내용인데 확률과 큰 관련은 없는 것 같지만 칸토어의 무한과 관련된 내용이 마지막 부분에 소개되고 있다. 중학교에서 처음 접하기 시작하는 가무한이 실무한으로 옮겨오면서 학생들에게 상당한 인지적 오류가 생긴다. 0.999...와 같은 순환소수가 1과 같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그래도 어쨌든 1보다는 조금이라도 작을 것 같은데 1과 같음을 수학적으로 증명되는 순간 약간은 벙지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확률과 다른 장으로 따로 떼어 언급했으면 좋았을 주제다.



코로나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면서 교재연구의 일환으로 읽게 되어 학생의 입장에서 다시 수학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수학에 대한 배경적 지식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책으로 가볍게 읽기 좋은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수학사나 기타 교양 도서를 같이 겸하여 읽으면 더욱 깊고 재미있게 수학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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