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공감 연습 - 정약용, 《논어》로 공감을 말하다
엄국화 지음 / 국민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저자인 엄국화의 박사학위 논문 <정약용의 소사학에 대한 연구>를 새롭게 구성한 책이다. 정조의 남자 정약용에 대한 책은 워낙 많이 출간되었지만 다산과 공감에 대한 연결고리가 신선해서 내용이 궁금했다. 소사학이란 밝게 섬기는 것에 관한 연구인데 저자는 소사의 대상은 천주이고 천주를 밝게 섬기는 것을 타인을 밝게 섬기는 것, 즉 공감으로 해석하였으며 논어를 주요 텍스트로 삼았다. 현대 사회는 공감의 부재로 인해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고 점점 개인주의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나는 개인주의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개인주의가 모든 삶의 기본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공감없는 개인주의 사회로 변하면 곧 죽은 사회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점점 극단적 개인주의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시사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1부는 공자의 공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 책은 한자어와 함께 해석을 달아놓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한자공부하기도 좋았다. 특히 이 장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공감이라는 개념이 서양철학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기 쉽고 데이비드 흄의 제자 애덤 스미스가 쓴 첫 책인 <도덕감정론>의 첫 장이 공감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흄의 철학을 연구한 최근 책을 보면 흄이 공자와 닮았다는 인상을 주며 공자의 제자인 자공도 그러하다고 말한다. 인간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윤리와 경제로 인식하고 그 둘을 연결하는 개념이 자공에게는 서이고 스미스에게는 공감이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하다.
2부는 정약용과 공감에 대한 내용이다. 공자의 도는 충이 아니라 서라는 정약용의 주장이 오늘날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한다. 정약용은 서의 진정한 의미는 용서가 아니라 추서라고 주장한다. 추서는 죄나 실수 같은 이전 행위와 관계없이 내 마음을 미루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으로 용서보다 훨씬 정치적인 개념이고 공감정치의 핵심이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큰데 정약용의 정치학을 정치인들이 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또한 공감의 정치와 관련된 또 다른 핵심개념으로 극기, 즉 사욕을 끊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3부는 자공의 공감에 대한 내용이다. 부귀는 경제력, 정치력과 관련있으며 빈천도 마찬가지다. 공자는 경제, 국방, 국민적 공감 이 세 가지 중에서 국방을 가장 먼저 버릴 수 있고 그다음으로 경제도 버릴수 있지만 백성의 믿음 없이는 지탱하지 못한다고 했고 그의 제자인 자공도 이를 공감했다. 우리나라 정치사, 예를 들면 예송논쟁이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의 과유불급 상황을 미루어보건대 적절한 공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더 나아가 주역의 인간관에서 살펴본 공감과 신뢰를 이야기하는 부분도 좋았다.
부록으로 자공과 공자의 대화 및 자공이 간접적으로 언급된 부분들, 자공 어록이 실려 있는데 고전 자체는 늘 어렵게 느껴지지만 저자의 쉬운 해석과 그로부터 우리가 배워야할 것들을 쉽게 풀어써주어서 정약용과 논어 모두에 대해 가까워진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정약용과 관련된 많은 책을 더 알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어의 유토피아 - 왜 유토피아를 꿈꾸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연효숙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토피아>는 영국인 토머스 모어의 저서이자 지금까지 회자되는 고전이다. 이 책은 모어가 유토피아를 집필할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원하는 유토피아는 어떤 국가이며 어떤 세상인지를 짚어보는 책이다.
모어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항해단에 라파엘이라는 인물을 편입시켜 함께 항해하고 이후 유토피아를 여행했다는 구상으로 여행기를 그리며 영국 현실 정치를 비판한다. <유토피아>는 민주주의적 통치제도와 노동하는 인간 존재, 복지제도, 행복, 학문과 배움의 소중함, 법과 도덕의 관계, 안락사, 결혼제도, 전쟁과 평화, 종교의 자유와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 논하고 있다. <유토피아>에서 가장 이상적인 정치로 꼽는 것은 민주주의인데, 이때 민주주의의 의미는 서양 근대 시민혁명을 거쳐 탄생한 민주주의라기보다 고대 그리스 폴리스의 직접 민주주의와 유사하다. 또한 정의와 인권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가 앞선다. 유토피아의 경제분야에서의 분배 개념은 사회주의, 공산주의적 구상에서 적극적으로 강조한 개념이다. 재산 공유 제도를 주창하며 사적 소유가 가져온 자본주의 폐해를 비판한다. 또한 복지사회라는 것이 물자를 흥청망청 쓰는 것이 아니라 낭비없는 검소한 삶을 이야기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유토피아>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런데 모어는 헨리 8세의 결혼 이혼 문제와 관련하여 종교적 대립을 하다 교수형을 당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종교의 자유란 무엇일까.

인류의 미래는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적 전망이 우세할까? 미셀 푸코는 헤테로토피아라는 개념을 언급한다. 이는 반드시 단일하고 유일한 공동체가 아니더라도 추구하는 이념이 다른, 다양하고 이질적인 공동체들이다. 헤테로토피아가 새로운 유토피아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모어는 라파엘의 입을 빌려 인클로저운동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고 도둑을 사형에 처하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당시 영국의 범죄자 처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모어는 철학자들이 왕에게 조언을 해서 왕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주인공 라파엘은 왕 스스로가 철학자가 되지 않는 이상 철학자들의 충고가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모어는 현실주의자, 라파엘은 이상주의자인 셈인데, 라파엘은 공유재산제도를 철저히 옹호하고 모어는 공유재산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사유제와 공유제의 문제점을 각각 지적한다.
유토피아에서는 자기 지방의 대표를 직접 뽑는, 나름의 민주적 지방자치제도를 제안한다. 단, 이 모든건 공동체를 위한다는 조건이 있다. 또한 자기 자신에게 맞는 노동은 당연하며 노동 시간은 6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남는 시간은 여가 생활을 즐긴다. 모어는 국가가 존립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국민이 최소한의 노동을 즐겁게 하면서 자아실현을 위한 여가를 마련하게 하는데 있다고 본 것이다.
유토피아인들은 금은을 경멸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허가만 받으면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데 여행 허가제는 유토피아 사회의 투명성을 위한 것이다. 유토피아인들이 말하는 행복은 정신적 쾌락과 육체적 쾌락(건강) 상태에 있는 것이며 배움을 즐거워 한다. 이들의 법 체계는 매우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으며 노예도 있지만 오로지 자기들이 직접 싸운 전쟁에서 붙잡은 자들 뿐이다. 안락사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점은 당시로서도 상당히 파격적이라할 수 있으며 결혼 전에 상대방에게 알몸을 보임으로써 정신적인 것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것까지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혼은 매우 드물게 허용된다. 군대는 용병제인데 유토피아인들을 희생시키지 않으려고 자폴레타의 용병을 고용하며 이들 목숨을 하찮게 생각하는 태도는 모순적이다. 종교적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이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상당히 진보적이며 심지어 여성도 사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이 책의 저자는 <유토피아>가 역사에 대한 비전, 즉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부족하며 과학기술사회에 대한 구상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장에는 플라톤의 <국가> 등 여섯 가지 책을 추가로 소개하여 여러 사람들이 그리는 유토피아를 생각하게 한다. 내가 원하는 유토피아, 지금 현실에 맞는 정의롭고 평등한 유토피아는 어떤 건지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3 전에 파닉스 떼고 챕터북 읽기 - 1년 안에 끝내는 엄마표 영어
정진현 지음 / 소울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엄마표 영어, 초저학년 영어공부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 주위에서 많이들 추천하는 유명한 책부터 신간까지 많이도 읽었는데, 어느 순간 너무 많은 엄마표 영어 방법에 혼선이 생긴데다 그냥 사교육에 맡겨버릴까 하는 여러 가지 양가 감정까지 생겨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추천하는 책, 방법들은 너무나도 많았고 지금 시작하는 것은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여러 가지 생각도 들었다. 엄마인 나는 혼란스럽고 아이는 해맑은 그런 상황에서 내가 중심을 잡고 수많은 책들 중에 여러 가지를 종합하든, 아니면 하나를 정하든 내가 정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초3을 앞둔 아이를 둔 부모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내용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첫 단계, 즉 3세 전후에 영어교육을 조기에 시작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시기는 이미 지났다. 두 번째 단계인 5세 전, 그러니까 영어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시기도 이미 지났다. 그 어마어마한 돈을 두 아이에게 쏟아부을 여력도 없거니와 일반유치원에서 충분히 아이가 배워야 할 교육과정의 단계를 누리게 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마지막 보루인 3단계, 8~9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어야만 했다.
초3때부터 본격적인 영어 학습이 시작되지만 이미 그 시점에 아이들의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부모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가 어릴 때 배우지 않았던 파닉스, 사이트워드 이런 것들을 엄마인 내가 먼저 배우고 아이와 같이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원에 보내도 엄마가 보완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 책에서는 아이의 영어교육 목표를 영어로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을 만큼 영어 실력 쌓기(듣기+읽기 중심의 인풋 쏟아붓기), 그리고 영어책 읽기와 영상보기를 습관으로 만들어 실력 유지하기로 정하고 이를 위한 단계를 제시한다.
이 책은 지금이 조금은 늦은 출발시기임을 인정하고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로 챕터북 읽기에 진입하는 것을 잡는다. 하루에 최소 3시간을 기본으로 듣기2(집중1, 흘려1)+읽기1을 매일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초1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등교 준비하는 시간, 하교 후 쉬는 시간, 잠자기 드는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모두 모으면 책읽기와 영상보기를 하기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파닉스를 왜 공부해야 할까? 옛날에는 분명 배운 적이 없는데 말이다. 이유는 문자와 소리의 관계를 이해해서 논리적으로 읽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읽기에 필요한 체계를 이해하면 그 체계를 활용해서 모르는 단어를 읽어보려고 시도할 수 있다. 단자음, 단모음, 혼성자음, 이중자음, 장모음, 복모음, 이중모음의 순서를 따라 어떤 원리로 읽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부모인 내가 먼저 공부하기에 쉬웠다. 파닉스 학습 시기에 함께 보면 좋은 또 다른 책이 영어사전이라고 하는데 어떤 영어사전을 활용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예를 제시해주어 좋았다. 또한 추천 파닉스 영상과 그 영상들을 어느 채널에서 볼 수 있는지 나와 있어서 아주 편리했다. 실제로 나는 쿠팡플레이가 있고 스콜라스틱 파닉스 리더스를 쿠플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이 책으로 알게 되어 아이와 함께 보았다.
엄마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흘려듣기를 위한 영상 중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골라주는 것이다. 아이가 최소한의 흥미는 느낄 수 있어야 하고 내 아이에 대한 것은 엄마가 제일 잘 알테니 말이다. 아이가 원하는 영상과 엄마가 원하는 영상을 타협해서 하나씩 본다든가 하는 것도 좋다. 억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 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추천 영상의 특징과 큐알코드, 그리고 몇 분 짜리인지, 어떤 컨텐츠에서 제공하는지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영어 책 읽기의 단계에서 입문용으로 적당한 책과 그 내용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영어그림책을 쉽게 구하는 방법 등을 말해주고 있어서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텍스트를 보며 집중듣기를 1시간 한다는 것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 그래서 어떻게 효과적인 집중듣기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이 나와 있다. 진짜 좋았던 게 집중듣기 플랫폼이 정말 많고 복잡하기도 하고 뭐가 뭔지도 잘 몰랐는데 그 특징과 가격 등이 아주 잘 나와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고 이 책에서 추천하는 집중듣기 플랫폼 중에 하나를 결제해서 지금 순항하고 있다.
흘려듣기에 좋은 애니메이션도 소개하고 있다. 내 아이가 좋아할 만한 영상들이 많아서 자막이 굳이 없이도 상황을 보고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 같다. 각 추천 마다 큐알코드가 있어서 내가 확인한 후에 아이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챕터북을 읽는 단계에 이르면 그 전단계인 얼리 챕터북이 무엇인지, 그리고 관련 영상이나 추천할만한 책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책의 가장 뒤에는 초등과정 권장 기본어휘 800개가 나와 있어 아이와 함께 아는 단어를 지우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너무 복잡하고 추천책이나 영상이 많은 다른 책들에 비해 이 책은 일목요연하고 확실하면서도 간단하게 영어의 길을 제시하고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일단 3세와 5세를 지나 8세로 가는 길목, 즉 영어를 학습이 아니라 나름의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지막 관문에 왔음을 인정하고 유아때 하는 엄마표영어와 다른 방법을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제시해주어서 정말 좋았다. 7,8,9세 학부모들, 또는 영유를 보내지 않고 일반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6세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사의 재발견 - 뇌과학이 들려주는 놀라운 감사의 쓸모
제러미 애덤 스미스 외 지음, 손현선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엔 그냥 다이어리보다는 특정 주제가 있는 다이어리나 플래너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테크 플래너라든지, 3년 후나 5년 후의 나를 생각하며 적어내려가는 일기 등. 나 역시 감사일기를 한동안 적었고 아쉽게도 습관이 형성되지는 못했지만 바빴던 일상에 활력소였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감사하는 삶이 왜 필요한지 뇌과학으로 접근하여 객관적인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감사는 사고와 정서, 행동을 수반하면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풍성하고도 다면적인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감사는 하루 아침에 습득할 수 없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학습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부모가 의식적으로 감사 교육 환경에 자녀를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도대체 왜 우리는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걸까? 이 책에서는 감사하는 삶을 살 때 어떤 이점이 있는지 다양한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당연한 말일 수 있겠지만 감사하는 삶을 살면 기분이 좋아지고 관계가 좋아지며 신체도 건강해진다. 뿐만 아니라 이타적 선행을 불러일으키며 단지 행복하고 건강한 삶뿐 아니라 스스로 삶을 개선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그래서 감사하는 사람 중에 성공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입증되는 것이다.

물론 감사가 늘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 감사 실천이 긍정적 여파를 일으킬 만큼 효과가 충분치 못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감사가 몸과 마음, 인간관계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 후 불편한 마음이나 어색함 때문에 상대방과 연결이 단절되는 경우도 있고 미래 보상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단기적 불쾌감, 부채의식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성격, 관심사, 가치관을 고려하여 개인에 적합한 감사 실천을 해야 긍정적 효과를 더 많이 낼 수 있다.

감사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남자가 여자보다는 감사에 더 어려움을 느끼고 감사의 양상도 문화별로 다르게 나타나며 일부 문화권에서는 감사를 오히려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일상에 감사하기, 감사 일기나 편지 쓰기,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등 어떻게 보면 감사하기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쉬운일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힘들 때 감사하는 것이다. 삶이 순탄치 않을 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삶이 다시 순탄해질까?

저자들은 감사로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수적이며, 위기상황이야말로 감사가 효과를 발휘할 때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역경 상황을 다른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회복탄력성과 연결된다. 정서적 안정감을 지닌 사람들은 어떤 역경 상황에서도 큰 감정의 요동 없이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 중심에 바로 감사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연구결과들은 뇌와 관련되어 있기도 하고 심리학과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단순힌 감사하라, 감사는 좋은 거다, 라는 식상한 이야기가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시한다.

인상 깊었던 부분 중에, 가족, 그러니까 부부나 자녀 사이에서의 감사에 대한 부분이었다. 권리의식은 감사와 상극에 가까운 감정이다. 권리의식이란 내가 특별한 존재이므로 주변사람들이 내게 뭔가 해줘야 한다는 태도를 말하는데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스스로 만든 것은 아님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권리의식을 떨쳐버릴 수 있다. 부부 사이에서도 이런 권리의식이 발동하여 많이 싸우게 된다. 단지 내 배우자와 내가 어떤 일을 판단하는 것에 대한 임계점이 다른 것일 뿐임을 받아들이고 내 권리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으로부터 모든 행복이 시작된다.

오늘부터 다시 잊혀졌던 감사일기를 다시 써보아야 겠다. 이 책에서 제시한대로 말이다. 감사하는 삶을 살면 뇌의 구조에도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좀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좋은 걸 왜 실천하지 않겠는가. 오늘부터 당장 감사를 일상 아주 작은 곳으로부터 실천해 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박완서의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할머니 품 같기도 하고 시골 냄새 같기도 한 것이 이상하게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게 한다. 사람 냄새나는 글이라고 하는게 적당한 표현같다. 박완서의 글은 그래서 따뜻하고 위로가 된다.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스치게 내버려두지 않고 의미를 두어 글로 써내려간다는 것 자체가 자기 삶에 대한 애정이다. 따숩고 뜨겁게 살다간 작가의 삶이 부럽다.

<보통사람>은 보통의 존재로서의 사람은 어떤 건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보통적으로다가 평범하게 사는게 이렇게 어렵다는 걸 사십이 다되서가는 지금에서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른 보통의 잣대 속에 나의 보통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갔던 또다른 글은 <꿈>인데, 꿈이란 단어만큼 희망차면서도 허무할 수 없다. 예기치 않은 일에 대한 서프라이즈와 기대감을 꿈이라 한다면 너무 앞만 보고 계획적으로 살아온 건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두근거리며 살기에 이미 현실에 찌든 불혹의 직장인의 삶은 퍽퍽해서 더 그리운 청춘같은 단어다.

아들을 먼저 보낸 후 쓴 글들이 많다. 죽음에 대한 단상, 왜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느냐 묻는 수녀님의 질문에 깃든 겸손함도 좋다. 가정을 가진 여자가 일을 갖기 위해 딴 여자를 하나 희생시켜야 한다는 글, 그당시에 딸을 신여성이 되게 하기 위해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어머니와, 그 어머니가 그리워하는 고향과 서울에 대한 모순된 감정들이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는데 그 솔직함이 너무 좋았다. 뻔한 클리셰를 깨는 느낌이었다.

<할머니와 베보자기>는 약간 울 뻔 했다. 어린 마음에 할머니가 부끄러워 초등학교 때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면서도 멀찍이, 아니면 할머니와 붙어서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누가 아는 체 하는 사람 있을까 전전긍긍하며 길을 가던 기억이 죄책감으로 남아 있다. 할머니의 병약함과 촌스러움이 싫었던 것 같은데 박완서 역시 "할머니하고 같이 땅속으로 꺼질 수 있는 거라면 당장 꺼져버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손녀딸을 위해 밤잠 못 주무시고 송편 빚어 새벽에 쪄서 정갈한 베보자기에 싸서 이고 아침나절 20리를 걸었을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그 정결하고 시원하고 성깔 있고 소박한 섬유, 베보자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나이가 된 박완서가 회고하는 할머니.

내게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참 많다. 할머니가 돌아가실까봐 밤마다 엉엉 울던 초등학생 시절. 할머니가 해준 감자튀김, 자주 사주시던 육개장 컵라면, 할머니가 몰래 드시던 박카스, 사춘기가 오고 할머니보다 내가 더 중요했던 시절에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하고 서운해하던, 손녀에 대한 할머니의 직설적인 사랑표현, 내가 제일 좋고 내가 제일이라고 동네방네 자랑하던 우리 할머니가 보고싶어지는 글이었다.

남편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바닥에 엎드려 글을 쓰는 것. 규칙적인 코고는 소리가 있고, 알맞은 촉광의 전기 스탠드가 있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풀릴 때 행복하다는 박완서의 글에서 따스함이 느껴진다. 특히 남편의 코고는 소리로 그의 낙천성과 건강을 알 수 있어서 싫지 않다는 그녀의 말이 좋다. 내 남편의 코고는 소리는 아직도 적응이 잘 안되는데 새삼 미안해진다.

가을이 와서 황량하게 떨어지는 낙엽을 보다가 살구나무 가장귀를 보고 봉숭아 꽃물 든 손가락 같다고 표현하는 딸과 그 말에 인생의 맛을 느끼는 엄마. 나와 딸들도 같이 나이들어가며 그런 촉수를 소소히 지니고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녀의 글은 읽기 쉽고 겸손하면서도 솔직하다. 책 제목처럼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그것이 진실이고 진심이면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건 감동이다. 글에 진실을 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 일기장에 몰래 적어야 할 감정과 진실들을 그대로 수면 위로 드러내는 용기가 글쓰기의 시작임을 박완서의 글들은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