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인 엄국화의 박사학위 논문 <정약용의 소사학에 대한 연구>를 새롭게 구성한 책이다. 정조의 남자 정약용에 대한 책은 워낙 많이 출간되었지만 다산과 공감에 대한 연결고리가 신선해서 내용이 궁금했다. 소사학이란 밝게 섬기는 것에 관한 연구인데 저자는 소사의 대상은 천주이고 천주를 밝게 섬기는 것을 타인을 밝게 섬기는 것, 즉 공감으로 해석하였으며 논어를 주요 텍스트로 삼았다. 현대 사회는 공감의 부재로 인해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고 점점 개인주의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나는 개인주의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개인주의가 모든 삶의 기본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공감없는 개인주의 사회로 변하면 곧 죽은 사회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점점 극단적 개인주의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시사점이 크다고 생각한다.1부는 공자의 공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 책은 한자어와 함께 해석을 달아놓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한자공부하기도 좋았다. 특히 이 장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공감이라는 개념이 서양철학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기 쉽고 데이비드 흄의 제자 애덤 스미스가 쓴 첫 책인 <도덕감정론>의 첫 장이 공감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흄의 철학을 연구한 최근 책을 보면 흄이 공자와 닮았다는 인상을 주며 공자의 제자인 자공도 그러하다고 말한다. 인간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윤리와 경제로 인식하고 그 둘을 연결하는 개념이 자공에게는 서이고 스미스에게는 공감이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하다. 2부는 정약용과 공감에 대한 내용이다. 공자의 도는 충이 아니라 서라는 정약용의 주장이 오늘날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한다. 정약용은 서의 진정한 의미는 용서가 아니라 추서라고 주장한다. 추서는 죄나 실수 같은 이전 행위와 관계없이 내 마음을 미루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으로 용서보다 훨씬 정치적인 개념이고 공감정치의 핵심이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큰데 정약용의 정치학을 정치인들이 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또한 공감의 정치와 관련된 또 다른 핵심개념으로 극기, 즉 사욕을 끊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3부는 자공의 공감에 대한 내용이다. 부귀는 경제력, 정치력과 관련있으며 빈천도 마찬가지다. 공자는 경제, 국방, 국민적 공감 이 세 가지 중에서 국방을 가장 먼저 버릴 수 있고 그다음으로 경제도 버릴수 있지만 백성의 믿음 없이는 지탱하지 못한다고 했고 그의 제자인 자공도 이를 공감했다. 우리나라 정치사, 예를 들면 예송논쟁이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의 과유불급 상황을 미루어보건대 적절한 공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더 나아가 주역의 인간관에서 살펴본 공감과 신뢰를 이야기하는 부분도 좋았다. 부록으로 자공과 공자의 대화 및 자공이 간접적으로 언급된 부분들, 자공 어록이 실려 있는데 고전 자체는 늘 어렵게 느껴지지만 저자의 쉬운 해석과 그로부터 우리가 배워야할 것들을 쉽게 풀어써주어서 정약용과 논어 모두에 대해 가까워진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정약용과 관련된 많은 책을 더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