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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재발견 - 뇌과학이 들려주는 놀라운 감사의 쓸모
제러미 애덤 스미스 외 지음, 손현선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월
평점 :
요즘엔 그냥 다이어리보다는 특정 주제가 있는 다이어리나 플래너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테크 플래너라든지, 3년 후나 5년 후의 나를 생각하며 적어내려가는 일기 등. 나 역시 감사일기를 한동안 적었고 아쉽게도 습관이 형성되지는 못했지만 바빴던 일상에 활력소였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감사하는 삶이 왜 필요한지 뇌과학으로 접근하여 객관적인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감사는 사고와 정서, 행동을 수반하면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풍성하고도 다면적인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감사는 하루 아침에 습득할 수 없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학습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부모가 의식적으로 감사 교육 환경에 자녀를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도대체 왜 우리는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걸까? 이 책에서는 감사하는 삶을 살 때 어떤 이점이 있는지 다양한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당연한 말일 수 있겠지만 감사하는 삶을 살면 기분이 좋아지고 관계가 좋아지며 신체도 건강해진다. 뿐만 아니라 이타적 선행을 불러일으키며 단지 행복하고 건강한 삶뿐 아니라 스스로 삶을 개선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그래서 감사하는 사람 중에 성공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입증되는 것이다.
물론 감사가 늘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 감사 실천이 긍정적 여파를 일으킬 만큼 효과가 충분치 못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감사가 몸과 마음, 인간관계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 후 불편한 마음이나 어색함 때문에 상대방과 연결이 단절되는 경우도 있고 미래 보상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단기적 불쾌감, 부채의식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성격, 관심사, 가치관을 고려하여 개인에 적합한 감사 실천을 해야 긍정적 효과를 더 많이 낼 수 있다.
감사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남자가 여자보다는 감사에 더 어려움을 느끼고 감사의 양상도 문화별로 다르게 나타나며 일부 문화권에서는 감사를 오히려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일상에 감사하기, 감사 일기나 편지 쓰기,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등 어떻게 보면 감사하기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쉬운일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힘들 때 감사하는 것이다. 삶이 순탄치 않을 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삶이 다시 순탄해질까?
저자들은 감사로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수적이며, 위기상황이야말로 감사가 효과를 발휘할 때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역경 상황을 다른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회복탄력성과 연결된다. 정서적 안정감을 지닌 사람들은 어떤 역경 상황에서도 큰 감정의 요동 없이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 중심에 바로 감사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연구결과들은 뇌와 관련되어 있기도 하고 심리학과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단순힌 감사하라, 감사는 좋은 거다, 라는 식상한 이야기가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시한다.
인상 깊었던 부분 중에, 가족, 그러니까 부부나 자녀 사이에서의 감사에 대한 부분이었다. 권리의식은 감사와 상극에 가까운 감정이다. 권리의식이란 내가 특별한 존재이므로 주변사람들이 내게 뭔가 해줘야 한다는 태도를 말하는데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스스로 만든 것은 아님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권리의식을 떨쳐버릴 수 있다. 부부 사이에서도 이런 권리의식이 발동하여 많이 싸우게 된다. 단지 내 배우자와 내가 어떤 일을 판단하는 것에 대한 임계점이 다른 것일 뿐임을 받아들이고 내 권리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으로부터 모든 행복이 시작된다.
오늘부터 다시 잊혀졌던 감사일기를 다시 써보아야 겠다. 이 책에서 제시한대로 말이다. 감사하는 삶을 살면 뇌의 구조에도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좀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좋은 걸 왜 실천하지 않겠는가. 오늘부터 당장 감사를 일상 아주 작은 곳으로부터 실천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