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어의 유토피아 - 왜 유토피아를 꿈꾸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연효숙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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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는 영국인 토머스 모어의 저서이자 지금까지 회자되는 고전이다. 이 책은 모어가 유토피아를 집필할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원하는 유토피아는 어떤 국가이며 어떤 세상인지를 짚어보는 책이다.
모어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항해단에 라파엘이라는 인물을 편입시켜 함께 항해하고 이후 유토피아를 여행했다는 구상으로 여행기를 그리며 영국 현실 정치를 비판한다. <유토피아>는 민주주의적 통치제도와 노동하는 인간 존재, 복지제도, 행복, 학문과 배움의 소중함, 법과 도덕의 관계, 안락사, 결혼제도, 전쟁과 평화, 종교의 자유와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 논하고 있다. <유토피아>에서 가장 이상적인 정치로 꼽는 것은 민주주의인데, 이때 민주주의의 의미는 서양 근대 시민혁명을 거쳐 탄생한 민주주의라기보다 고대 그리스 폴리스의 직접 민주주의와 유사하다. 또한 정의와 인권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가 앞선다. 유토피아의 경제분야에서의 분배 개념은 사회주의, 공산주의적 구상에서 적극적으로 강조한 개념이다. 재산 공유 제도를 주창하며 사적 소유가 가져온 자본주의 폐해를 비판한다. 또한 복지사회라는 것이 물자를 흥청망청 쓰는 것이 아니라 낭비없는 검소한 삶을 이야기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유토피아>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런데 모어는 헨리 8세의 결혼 이혼 문제와 관련하여 종교적 대립을 하다 교수형을 당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종교의 자유란 무엇일까.

인류의 미래는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적 전망이 우세할까? 미셀 푸코는 헤테로토피아라는 개념을 언급한다. 이는 반드시 단일하고 유일한 공동체가 아니더라도 추구하는 이념이 다른, 다양하고 이질적인 공동체들이다. 헤테로토피아가 새로운 유토피아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모어는 라파엘의 입을 빌려 인클로저운동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고 도둑을 사형에 처하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당시 영국의 범죄자 처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모어는 철학자들이 왕에게 조언을 해서 왕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주인공 라파엘은 왕 스스로가 철학자가 되지 않는 이상 철학자들의 충고가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모어는 현실주의자, 라파엘은 이상주의자인 셈인데, 라파엘은 공유재산제도를 철저히 옹호하고 모어는 공유재산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사유제와 공유제의 문제점을 각각 지적한다.
유토피아에서는 자기 지방의 대표를 직접 뽑는, 나름의 민주적 지방자치제도를 제안한다. 단, 이 모든건 공동체를 위한다는 조건이 있다. 또한 자기 자신에게 맞는 노동은 당연하며 노동 시간은 6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남는 시간은 여가 생활을 즐긴다. 모어는 국가가 존립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국민이 최소한의 노동을 즐겁게 하면서 자아실현을 위한 여가를 마련하게 하는데 있다고 본 것이다.
유토피아인들은 금은을 경멸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허가만 받으면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데 여행 허가제는 유토피아 사회의 투명성을 위한 것이다. 유토피아인들이 말하는 행복은 정신적 쾌락과 육체적 쾌락(건강) 상태에 있는 것이며 배움을 즐거워 한다. 이들의 법 체계는 매우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으며 노예도 있지만 오로지 자기들이 직접 싸운 전쟁에서 붙잡은 자들 뿐이다. 안락사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점은 당시로서도 상당히 파격적이라할 수 있으며 결혼 전에 상대방에게 알몸을 보임으로써 정신적인 것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것까지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혼은 매우 드물게 허용된다. 군대는 용병제인데 유토피아인들을 희생시키지 않으려고 자폴레타의 용병을 고용하며 이들 목숨을 하찮게 생각하는 태도는 모순적이다. 종교적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이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상당히 진보적이며 심지어 여성도 사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이 책의 저자는 <유토피아>가 역사에 대한 비전, 즉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부족하며 과학기술사회에 대한 구상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장에는 플라톤의 <국가> 등 여섯 가지 책을 추가로 소개하여 여러 사람들이 그리는 유토피아를 생각하게 한다. 내가 원하는 유토피아, 지금 현실에 맞는 정의롭고 평등한 유토피아는 어떤 건지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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