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옥림 엮음 / 미래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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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김옥림 시인이 향기나는 국내외 시들을 엄선하여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시를 읽으며 차분해진 마음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무엇보다 그 옛날 '언어영역' 수능 문제를 풀기 위해 공부했던 많은 시들이 들어있어서 더욱 낯익었다. 그와 더불어 그 때 좀더 지금처럼 시를 마음으로 느꼈다면 언어영역 공부가 덜 힘들었을까 생각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국어 시간, 자자! 갈래는 서정시, 자유시! 성격 땡땡 관조적! 상징적! 운율은?! 내재율! 밑줄친다!

지금의 국어수업은 어떨지 모르겠다. 그 때 나는 억지로 화자의 마음에 내 마음을 이성적으로 끼워맞추며 정답으로 향하는 길만을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좋은 느낌을 주는 시들이 있었는데 그냥 막 시를 해석하려하지 않고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느낌을 갖게 했던 시들이 있었다. 신동집의 <오렌지>를 읽으면서 느꼈던 몽글몽글한 느낌은 그 시의 주제가 본질의 탐구와 같은 심오한 것일지언정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이 책은 아무튼 그런 언어영역 안에 갖혀 틀과 분류로만 기억됐던 시들을 내 안에 다시 살아나게 했다. 시라는 것은 원래 이렇게 느껴야하는거지 싶으면서 그 때 못느꼈던 감정들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상황적 문제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심오한 시들이 아니라 쉽게 읽히고 따뜻한 감성 묻어나오는 시들로 이루어져있어 편하게 차한잔 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1부는 국내 시인, 2부는 국외 시인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시가 소개되고 저자의 총평이랄지, 시에 대해 혹은 시인에 대해 소개하는 글이 각 시마다 수록되어 있다.

나태주의 <풀꽃>이나 김춘수의 <꽃>, 푸슈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과 같이 눈에 익숙한 시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기도 했고, 언어영역 지문에 등장해서 화제가 됐던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 되어>도 다시 읽으며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 윤동주의 <서시>나 <별 헤는 밤>은 오히려 그 시가 쓰여진 배경을 공부했었기에 시의 이해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새롭게 접한 귀중한 시들도 많았다. 장 콕토의 <산비둘기>, 박성룡의 <풀잎>과 같은 시는 너무나도 귀여운 느낌의 시다. 문정희의 <편안한 사람>을 읽으며 내 주변도 돌아보게 되었고 외국의 시들은 주로 사랑을 노래하는 시들이 많아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정을 꾸린 후에는 가정과 관련한 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박목월의 <가정>이나 신달자의 <여보! 비가 와요>, 더글라스 맥아더의 <아버지의 기도>는 읽으면서 뭉클하고 저릿한 느낌의 시들이다.

오랜만에 시를 읽으며 다가오는 가을을 느껴봤다. 시를 읽으며 풍성한 가을만큼이나 내 마음도 풍성하고 빛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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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으로 시작하는 부동산 투자 - Only 지방 아파트 투자로 9년 만에 27억 벌기
투자캐스터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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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으로 시작하는 부동산 투자

재테크, 많이 들어봤지만 생소한 단어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 부동산에서 대박의 꿈을 키워오다가 사라져갔다. 자신의 자본금과 현금흐름을 확인하지 못한 무리한 투자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시작하는 투자들. 이런 묻지마 투자, 무리한 투자들로 인해 많은 손해를 본 사람들을 우리 주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유투버 투자캐스터님이 지은 이 책은 그간의 책들과는 조금 달랐다. 전업 부동산 투자자가 아닌 직장인들이 어떻게 하면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지 알려주었고, 그 투자의 근거를 자신의 경험과 천권이상의 책을 읽은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9년차 부동산 투자가인 투자 캐스터는 현재 약 27억의 자산을 모았다고 한다. 직장인 투자자로서 자신의 겪었던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년차 별로 잘 보여준다.

자신이 왜 지방 소액 투자에 집중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부동산 투자와 관리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상세히 풀어준다. 부동산 투자를 하게 된다면 이러한 간접경험을 크게 투자자를 도울 것이라 생각된다.

1~3년차에는 역발상으로 시작한 투자초기의 상황들을 잘 말해준다. 급매 확인법부터 해외 주제원 근무를 하며 다른 나라에서도 투자 할수 있는 방법을 소소하게 다 알려주고, 부동산을 관리 하면서 생겼던 에피소드를 알려주며 직접 관리 하는 노하우까지 모두 공개한다.

4~5년차에서는 좀더 큰 그림을 그리는 투자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해외에 있었기에 작은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해 파산에 갈 뻔 했던 아찔한 경험도 말해준다.

6~9년차에서는 자신이 그동안의 투자를 통해서 깨달은 것들 유투브를 시작하게된 계기, 자신이 왜 부동산 투자가의 길로 왔는지를 알려준다.

여타 투자자들의 책과는 달리 스스로의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하고 자신은 어떻게 해왔는지를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투자캐스터는 부동산 투자와 재테크 관련 책을 집중적으로 읽기 위해 해외 주재원 근무라는 환경을 선택하였고, 그 기간동안 자신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는지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많은 환경의 유혹에서 이겨내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이 책은 큰 돈들이지 않고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려는 사람, 월세 투자로 현금흐름을 만들고 싶은 사람, 큰 리스크 없이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 등이 꼭 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책이지만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상세히 적혀 있는 부분들이 나에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작가인 투자캐스터님의 유투브도 구독을 눌렀다. 이 성실한 사람이 얼마나 더 발전할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나태했던 나를 반성하고 더 성실히, 열심히 목표하는 바를 위해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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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인문학 수업 - 인간다움에 대해 아이가 가르쳐준 것들
김희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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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미리 말해주는 사람이 왜 없었을까. 모두들 카톡 프로필에는 환하게 웃는 아이와 가족의 얼굴들만 있으니 나는 실로 정말 행복만 가득한 것이 육아인 줄 알았다. 사실 그 순간은 정말 90번 울어제끼고 10번 웃을 때 찍는 진귀한 샷이라는걸 나도 경험해보고야 알았다.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어땠을까. 첫째가 너무나도 나에게는 어려운 아이였기에 힘들었던 지난 영아기 시절이 조금은 마음 편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둘째도 점점 쉽지 않다.) 읽으며 너무나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그저 옆집 언니가 얘기해주는 경험담에 지혜와 지식까지 더해져 읽는 내내 맞아맞아 맞장구치며 읽다보면 어느새 스윽 읽히는 책이다. 여러 가지 주제들을 저자의 경험 및 견해와 함께 풀어놓으며 관계있는 참고문헌들을 인용하여 공감과 사유를 적절히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 계속되는 돌봄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생각의 주제들이 시간의 파노라마처럼 나열된 구성을 취하고 있는 이 책은 육아의 치열한 순간 스치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으며 돌봄의 본질을 생각해보게 한다.

수유와 단유에 대해 내가 했던 번잡했던 고민들과 상충되는 두 의견(모유냐 분유냐) 속에서 내 나름의 기준을 잡고 결정을 내릴 때의 느꼈던 감정, 유난히 잠투정이 심했던 첫째와 현재진행형중인 둘째가 겪는 잠, 그리고 엄마 수면에 대한 단상, 직장맘에게는 필수인 보조양육자에 대한 이야기(사실은 내가 보조양육자지만)들은 특히 나의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서 보조양육자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현대를 살아가는 엄마에게 지워진 완벽이란 무게, 제도적 문제까지 생각해보게하는 글들은 결코 이 책이 가벼운 육아이야기만은 아님을 느끼게 한다.

아이가 기관생활을 하며 겪는 또래관계에 대해 <양육가설>이란 책에선 부모와의 애착이나 교육보다 또래 그룹과의 동일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대두되는 왕따문제나 또래집단에의 소속감, 상호작용 등은 아이가 스스로 잘 거쳐야할 관문같은 것으로 인식된다. 집단의 횡포가 개인의 빛나는 고유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나는 어릴 적 여러 상황에서 직접 경험했고 성인이 된 지금도 그런 장면들을 자주 목격한다. 인간의 집단성과 개인성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아이가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같은 상황을 잘 헤쳐넘기기를.

아이를 타인으로 인정하라는 부분은 우리 나라 특유의 교육 분위기와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향과 맞물린다. 막상 나 역시 내 아이를 낳아보니 내 자녀가 공부를 잘했음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학군이 중요하고 그래서 부동산은 어쩌고저쩌고 하는 고민으로 연결된다. 만약 내 생각대로 아이가 크지 않을 때, 내가 공들인 돌봄의 시간에 비해 아이가 빛나는 객관적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해도 나는 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을까. 나는 이 타자 수용이 나를 비롯한 우리 나라 부모들의 핵심 과제라 본다. 어쨌든 난 최선을 다할거지만 그 결과가 나의 최선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독립적 인격체로 존중하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다행스러웠던 것은 두 아이의 출산과 함께 나의 학위라든지 그밖에 사회적 인간인 나를 위한 모든 부수적인 것들을 포기하느라 얻은 상실감의 크기만큼 돌봄의 가치가 정말 크다는 것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그런 것들까지 챙기며 육아를 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란 판단을 했다. 다시 돌아가도 내 결정은 같을 것이고 나중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후회하지 않을만큼 내 돌봄의 가치가 위대함을 다시 상기하게 되어 기쁘게 책을 덮었다.

책의 부록에는 <돌봄 인문학 워크북>이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의 돌봄에 미약하게나마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만큼, 부록에 나오는 '아이를 돌볼 때 떠오르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 12가지를 이 글을 다 적고난 후 바로 기록해볼 생각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나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들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책 뒤에 따로 소개된 참고문헌들을 읽고 싶다. 인간의 돌봄을 실천 중인(혹은 예정중인) 모든 사람이 공감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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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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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책을 싫어하는 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과 대강의 줄거리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저 걸리버가 자기보다 훨씬 더 작은 사람들만 사는 소인국에 표류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한 기행문 정도로 기억 속에 남아 있고 실제로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성인이 된 지금, 새삼 어릴 때 무수히 많이 들어봤던 '걸리버 여행기'가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어릴 때 내가 이 책을 아동문학으로 접했다면 나는 아마 성인이 되고 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어린 시절 내가 책을 무진장 싫어해 걸리버의 여행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성인이 되어 이 책을 읽고픈 마음이 생겼고, 나는 읽으면서 이 책의 실체(?)를 알고 나서는 더욱 호기심이 커졌다. 그리하여 책읽는 중간중간 부가정보들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첫째, 이 책이 출간된 연도는 1726년이다. 이토록 오래된 소설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사랑을 받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로 내려오고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그 이유를 명확히 깨달았다.

둘째, 이 책은 소인국 여행기만 수록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아동문학이 아니다!! 실제로 이 소설은 풍자소설로 유명한 성인 소설이며 총 4부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소인국 릴리펏 여행기는 그중 1부에만 해당되는 내용이었다. 2부는 거인국인 브롭딩낵 여행기, 3부는 라퓨타,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그립, 일본 여행기, 4부는 후이늠국 여행기가 수록되어 있다.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을 이 방대하고 해학 가득한 풍자소설이 아동문학으로만 읽혔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1부는 릴리펏(소인국) 여행기다. 어쩌다 가게된 이 나라는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계획적이고 질서가 정연한 국가다. 이 나라는 징벌보다 포상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이방인인 걸리버를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최대한 존중한다. 예를 들면, 걸리버를 석방할 때, 석방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는 맹세를 할 때도 걸리버의 조국의 방식대로 먼저 맹세하고 이후에 소인국나라의 방식대로 맹세하라고 명한다. 신민 1728명분에 해당하는 고기와 음료를 날마다 제공하고 이에 대해 백성들이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낯선 이방인에 대한 예의다.
걸리버는 상대적인 크기의 우위에 의해 소인국 사람들을 은근히 무시하는 듯한 시선을 던진다. 그러나 이 작은 나라에도 어떤 그들만의 법률과 상식이 존재하고 걸리버는 어쨌들 그 나라의 규칙을 최대한 존중한다. 공직을 뽑을때 도덕성을 높이 보는 부분이나 공공육아학교에 대한 내용은 우리 현대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어이는 낯선 곳에서 상실된다. 달걀을 갸름한 부분부터 깨느냐 넓적한 부분부터 깨느냐로 또 다른 소인국인 블레푸스코와 전쟁 중인데, 꼭 우리의 국회 일부분과 닮은 곳이 느껴져 씁쓸한 웃음이 지어지는 대목이다. 결국 걸리버는 누역죄 누명을 씌우려는 자들에 의해 도망치듯 그 나라를 빠져나오게 된다.


2부는 거인국인 브롭딩낵 여행기다. 모든 것은 역지사지,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기 힘든 법이다. 졸지에 소인이 된 걸리버는 거인국에서 장난감 취급 당하며 하루 종일 공연하는 신세에 처하고, 그를 하찮게 여기는 거인국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거인이 되어 릴리펏에 있었을 때를 떠올리게 된다.
거인국의 왕은 걸리버와 이야기하길 즐겨하며 수많은 질문들을 던지는데 이 질문들은 그 당시 영국 사회를 꼬집는 것으로 생각된다. 왕이 입법자 자격을 얻기 위한 필수 요소가 무지, 나태, 악덕이라고 생각한다든가 걸리버가 설명한 영국에 대해 '자네 나라의 국민 대부분은 가장 해로운 벌레같은 족속'이라고 묘사한 부분은 직설적으로 영국을 비판하는 대목이다.
걸리버가 화약을 제조해주겠다 해도 거인국 왕은 이를 거절하며 옥수수 이삭이나 풀잎을 더 자라게 하는 사람이 어떤 정치인보다도 더 귀중한 봉사를 하는 것이라 말하는데 저자가 무엇을 인간의 덕목으로 여기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3부는 라퓨타를 포함한 여러 나라의 여행기가 서술된다.
날아다니는 섬인 라퓨타의 사람인들은 수학, 음악을 제외한 모든 주제에는 서툴며 지나치게 추상과 사색을 즐기는 사람들 때문에 여자들은 외지인과 바람도 쉽게 핀다.
라퓨타가 왜 떠다니는지 설명하기 위한 내용은 상당히 과학적이다. 심지어 케플러의 법칙까지 등장하는데 나는 이 법칙까지 등장하는 걸보고 저자인 #조너선 #스위프트 의 학문적 깊이를 실감했다. 어쨌든 이건 그만큼 이 나라가 천문학에 발전했다는 증거로 제시된다.
아이러니하게 이 나라의 수도 라가도는 사람들이 학문에 정진하고 학술원이 발달했지만 정사를 돌보지는 않는다. 8년 동안 오이에서 햇빛추출계획에 매진하다든가 똥을 음식으로 다시 되돌린다든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계획과 실험만 가득하여 도시가 추상적, 사변적인 사람들로만 가득하고 실현가능한 것은 없다.
라가도를 떠나 도착한 글럽덥드립은 과거 죽은 사람들을 소환할 수 있는 마법의 나라이고, 이어 도착한 럭낵은 죽지 않는 사람인 스트럴드브럭이 존재하는 나라다. 영원한 삶이 주는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끝이 있는 삶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4부는 후이늠국 이야기다. 야후와 후이늠 두 종족으로 이루어진 이 나라는 걸리버와 비슷한 인간의 모습을 한 야후가 타락하고 이성이 거의 없는 피지배층이고 이들을 지배하는 말과 비슷한 후이늠들이 지배층이다. 걸리버같은 야후가 어떻게 이성적일 수 있는지 놀란 후이늠들에게 걸리버는 조국인 영국에 대해 설명하는데 후이늠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부분은 당시 영국 사회를 꼬집으면서 현재 우리 사회도 되돌아보게 된다.


"모든 이를 지키고자 만들었다는 법이 왜 누군가를 몰락하게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걸리버 여행기, p.304, 현대지성


말의 입장에서 본 야후들, 즉 인간은 빛나는 돌(돈), 먹을 것, 각자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싸워대는 어리석한 존재며 이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인간이 스스로 보지 못하는 결점이 말의 시선을 빌려 드러나는 순간은 걸리버도 독자도 모두 일명 '웃픈'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지점이다. 왜 하필 후이늠은 말이었던걸까? 어쨌든 우정과 박애가 미덕인 후이늠을 존경하며 급기야 영국으로 돌아가서도 야후들(인간)과 함께 지내는 걸 고통스러워 하며 고결한 후이늠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끝맺는 부분은 인간이 인간답기 위한 조건과 그 시대의 사회적 병폐 및 현 시대까지 이어져 오는 인간 사회의 부조리함을 곱씹어보게 한다. 왜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온지 300년이 지난 지금도 그저 책을 읽고 웃지만은 못할까. 웃음 뒤에 오는 쓴 맛, 그 쓴 맛이 인간의 양심을 조금이라도 건드렸다면 이 소설은 그 의미를 다했다고 본다.


덧1. 어릴 적 열심히 하던 대항해시대 라는 게임이 순간순간 생각나던 걸리버의 항해 여정도 재미를 선사한다. 해적을 만나거나 표류하는 과정에 이입하다보면 내가 처음 신대륙을 발견했다면 느낄 수 있을 것같은 나름의 박진감도 느낄 수 있다.


덧2. 책은 각 장에 들어가기 전에 그 장의 줄거리가 간단히 몇 줄로 요약되어 있어 내용을 읽고 다시 정리하고 좋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각주가 달려있어 저자인 조너선 스위프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이 내용을 썼는지 알 수 있었으며, 생소한 지명이나 간단한 설명을 요하는 곳에도 각주로 인해 이해가 쉬웠다.


덧3. 아직 작품 해설은 읽지 않았다. 한 번 더 읽고 난 후 해설을 보고 싶어서.


덧4. 첫 장에서 걸리버가 아버지가 준 돈을 모아 항해술과 그와 관련된 수학 지식을 배우는 데 사용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 말이 왜 이렇게 좋을까. 수학은 항해에도 쓰인다!! 게다가 걸리버에게 매일 제공될 식량을 계산할 때에도 신장이 소인들의 12배이므로 부피는 12×12×12=1728배라는 결론을 얻었고 이는 소인국 수학자들의 계산이며 이것만 보더라도 릴리펏 소인국의 수학 수준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에는 라가도에서를 제외하고는 수학을 실용적 학문으로 여긴다. 라가도가 그 많은 학술원을 가지고도 실패한 나라였던 이유는 학문의 사회적 역할을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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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역사인가 - 린 헌트, 역사 읽기의 기술
린 헌트 지음, 박홍경 옮김 / 프롬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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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워낙 유명한 책이라 제목만 들어도 알지만 나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역사에 대한 흥미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역사 내용 자체, 그러니까 스토리에만 집중했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에 접근하는 방법은 어떤가 등을 고민해본 적은 없다. 이 책이 그런 고민에 완전한 해답을 알려주진 않지만 적어도 내 머릿 속에서 역사에 대한 나름의 토론의 장을 밝혀준 책이다. 무엇보다 나의 예상과 달리 읽기 쉽게 쓰여져 있고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기르기에 충분한 책이다.


1장은 역사가 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지를 논한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출생지가 미국인지 아니라는 의문 제기, 홀로코스트의 부정 등 역사적 진실의 왜곡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더 심각해졌다. 정치적 이해가 다른 역사학자는 프랑스의 미슐레처럼 정치적 보복을 당하기도 하고, 미국은 불평등하고 계급 갈등이 일어나는 땅으로 미국을 묘사했단 이유로 역사 교과서 저자 러그를 비난했다.
기념물을 놓고도 그것이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냐 아니냐 분쟁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반달리즘(공공기물 파손)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탈레반이나 ISIS가 그런 경우이며 종교적 이유와 연결지어 성상 파괴라고 맞선다. 기념물은 과거 회상 및 존경 목적으로 제작되는데 종파, 정당, 정치적 대의 등 권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종교적 변화나 정권 변화 시 기념물 제작 및 파괴가 이어진다. 단, 프랑스 혁명 때는 왕, 귀족, 교회에서 압류한 물건들을 모아 세계최최 국립 박물관을 설치했는데 증오의 상징이더라도 예술로 탈바꿈시킬 수 있으면 보존가치가 있음을 말해주는 예이다. 유물의 일부는 시간을 관통하는 연결성과 연속성을 위해 보존해야한다.
한편, 일본 역사교과서는 그들이 우리 나라에 대해 저지른 만행(식민 정권, 위안부 등)을 거의 생략하고, 프랑스 역시 아프리카에서의 식민정부가 저지른 폭력, 인종주의를 경시했다. 영국은 영국의 식민지들이 식민통치 결과 개선됐다고 대답하거나 제국주의가 자랑스럽다는 의견이 아니라는 의견의 세 배에 달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여성, 이민자 등 소수 또는 약자의 고등교육 수혜율이 높아지면서 역사도 더디지만 변화하고 있으며 여러 입장이 공존하는 상태로 가고 있다.
생각하기 싫고 불편한 역사적 기억을 회복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정치적 압력에 의해 중단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도 수하르토가 실각하고 나서야 군부와 민병대가 자행한 고문, 참수 등 기억이 수집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도 수니파 전통주의자들과 의견이 대립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의 진실화해위원회와 같이 역사적 진실의 올바른 규명을 위한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 공적 역사(public history)가 최근 대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문제는 진실과 진실 규명 방법은 무엇인가다.


2장은 역사적 진실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실과 해석으로 이루어진 역사적 진실은 콘스탄티누스 증여나 히틀러 자필편지처럼 과학 등의 객관적 근거가 최적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서와 같은 증거는 작성자 의견과 관심이 반영되어 있어 중립적이지 않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도 사실의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독일의 역사학자 랑케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랑케는 유럽우월주의 속에서 성장했으며 1990년 들어서야 차크라바르티 같은 역사학자들이 유럽중심적 역사모델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역사 기록의 진실을 향한 열망은 오래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있어왔으며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서술이 지니는 타당성을 인정하면 역사와 역사적 진실 개념이 확장된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유럽의 방식은 역으로 비유럽, 반유럽 정체성을 지지하는데 활용되기도 했는데 일본이나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역사의 해석은 본질적으로 구성이 취약하고 새로운 발견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며 토론과 논쟁은 역사의 민주화가 진행되기 위해 독려되어야 한다.


3장은 역사의 정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대학교육에서 역사는 최근에 기반이 마련되기 시작했는데 미국의 경우 역사교육을 받은 적 없는 애덤스가 세미나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태스크포스는 고대, 중세, 영국사에 집중하는 엘리트교육과 시민을 위한 교육을 결합시키고자 했으며 중등학교의 역사교육도 개혁하고자 했으나 서유럽과 미국 외의 역사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여성들이 역사학자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얼마되지 않았으며, 소수인종 역시 마찬가지다.(이 책의 저자도 여성 역사학자다) 하지만 점점 개선되는 중이고 역사학의 무게중심도 고대에서 근대로 옮겨가면서 민족국가가 역사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접근법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관심사도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중등교육에서도 자국 역사와 세계사를 어떤 비중으로 어떻게 교수할 것인지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정부는 역사를 왜곡하고 기억을 통제하기 위해 교육에 손을 대고 있지만 역사와 기억은 돌파구를 갖추고 있다. 이런 돌파구가 민주사회를 강화시킨다.


4장은 역사의 미래를 논한다.
역사에 집착을 버리면 국가 미화에 비판적 태도를 가질 수 있고 타문화, 타민족을 개방적으로 대할 수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역사는 윤리적이다.
역사의 접근법은 전형이 될 만한 사례를 찾는(아우렐리우스에 영향받은 미 대통령들) 것에서 진보의 투영(헤겔이 대표적 예)를 거쳐 '전 지구 시간'이라 불리는 다양한 발전을 한데 묶는 방법이 움트고 있는 중이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인간이 환경, 미생물 등등 다양한 것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 중심을 두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환경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존중이고 그러한 자세에서 역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책의 말미에는 더 읽어볼 역사 관련 도서가 소개되어 있다. 우리 나라에서 번역된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사실 이야기를 제시하는 역사책이 아닌 개론서의 경우 난해한데다 전문성이 반드시 있어야만 읽을 수 있다고 인식되어 있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다행히 쉽게 읽히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선사해주고, 여타 다른 책들이 너무 어렵게 쓰여지지않는지 우려하고 있다.
역사는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의 뿌리를 알고 그로부터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학문이다. 역사는 정치, 종교, 사회, 문화와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시대를 바라보는 거울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우리 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여러 가지 정치적 사건들, 사회적 흐름 등을 후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과거의 사건과 사실들은 어떻게 해석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어떤 해석이든 어떤 관점이든 열린 토론은 장려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적어도 우리 나라는) 나와 다른 시선을 편협하다고 생각하고 배척하며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 그런 분위기가 질문과 토론이 없는 교육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길러진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똑같은 이를 반복한다. 모든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역사에 대해서도 다양한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4장에서 말했듯 나를 둘러싼 주위 모든 것들에 대한 존중에서 역사의 미래가 보이는 법이니까. 적어도 이 책이 바로 그러한 민주적 토론의 장에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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