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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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지는 가을, 겨울에 딱인 따뜻한 로맨스소설을 오래간만에 읽었다. 영국 런던이 배경인 영국소설이자, 진짜 연애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연애소설 . 

셰어하우스 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두 남녀의 동거 를 주제로 한 로맨틱코미디 장르이지만 마냥 가벼운 소설은 절대 아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이 넘쳐나는 소설이다. 가제본으로 읽게 되어 영광이었다.


 "그 없는 나는... 길을 잃고 헤매는 것 같았다."

"철조망 사이로 보일까 말까 하는 하늘은 이곳을 비웃듯이 푸르렀다."

DIY 관련 책 출판사의 편집자인 티피는 동거하던 남자친구 저스틴이 바람을 피우고 딴 여자랑 약혼하는 바람에 같이 살던 집을 나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형편에 맞는 집을 구하지 못한 티피는 우연히 한 집을 두 사람이 같이 공유해 쓰는 셰어하우스 광고를 보게 된다. 시간대는 다르게, 그러나 침대는 같이 쓸 수 밖에 없는 셰어하우스에 들어가기로 티피는 맘을 먹는다. 집 주인은 호스피스 병동 남자간호사인 리언. 야간 근무를 하는 리언은 동생 리치의 억울한 수감생활을 구제해 줄 변호사 비용 마련을 위해 셰어하우스를 광고를 냈던 것이었다. 각자 나름의 상처를 안고 있는 그들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티피는 일 때문에 승선하게 된 유람선에서 전 남친 저스틴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의 눈빛, 그리고 뒤이어 온 문자에 마음이 흔들린다. 티피는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케이크를 잔뜩 만들어 먹고 룸메이트인 리언에게 줄 양도 남겨놓는다. 리언과 티피는 셰어하우스 생활을 하는 4개월동안 만난 적 한번 없지만 서로 음식을 만들어 남겨놓기도 하고, 각자의 연애사에 대해서도 간단한 얘기를 나누는 등 티피의 수다스런 성격으로 인해 시작된 메모를 주고 받으며 점점 가까워진다.


한편, 티피는 우연히 리언 동생 리치의 전화를 받게 된다. 리치의 사연을 들은 티피는 리치가 주장하는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지 절친인 변호사 거티에게 의뢰한다. 티피에겐 자신의 모든 일을 의논하는 절친이 둘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솔직하고 거침없는 변호사 거티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차분하고 사려깊은 심리상담사 모이다. 

"그놈은 너에게 독이었어. 어디로 어떻게 갈지 시키고, 그렇게 하고 나서도 너를 거기까지 데려다줬지. 왜냐하면 너 혼자서는 길을 찾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너에게 주입시키려고"(p239)


티피는 목공 관련 책 홍보 파티에서 책 저자인 켄이라는 남자와 술을 먹다 엉겁결에 키스를 하게 되는데 그순간 전 남친 저스틴이 생각나면서 모든게 엉켜있는 기분을 느낀다. 그 순간 우연처럼 저스틴이 나타나 그가 약혼녀와 헤어졌고, 다시 티피와 시작하고 싶다고 말한다.

저스틴은 티피와 사귀는 아주 오랜 시간, 서서히 티피의 감정을 지배해왔다. 늘 자신의 방식으로 티피를 대하고 상대의 감정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으며, 끝내주게 사랑하다 또 이별을 선언하고 다시 맘대로 돌아오는 걸 반복하며 티피를 곤란하게 했다. 

 



티피는 저스틴이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의 감정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도 저스틴이 불현듯 생각나며 두렵고 몸과 생각이 굳어버리는 증상을 겪는다. 타인의 심리적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그 사람의 감정을 지배하고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종속적 관계의 성립, 가스라이팅 이라 불리는 감정적 데이트 폭력으로 인해 티피의 자존감과 독립심은 땅에 떨어졌다. 

 



소설의 중심적 인물은 아니지만 호스피스 병동의 꼬마 홀리와 죽음을 앞둔 노신사 프라이어는 티피와 리언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말이 없고 늘 조용한 리언이 실은 좋은 사람들을 위해 말을 아껴놓는 거라고 말하는 꼬마 홀리의 시선이 기특하다. 또한 프라이어 씨의 동성 애인이었던 조니 화이트를 찾기 위해 리어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고 티피와의 애정 전선이 급물살을 타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왜 작가가 티피의 직업을 DIY 책 관련 출판사 편집자로, 리언의 직업을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로 설정했는지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가스라이팅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변화하지 않으면 주위에서 아무리 다그쳐도 소용없다. Do It Yourself는 그런 깊은 뜻이 왠지 있을 것 같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리언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는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그들이 삶을 살아내는 과정을 함께 해준다. 그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건 공감과 배려, 존중이었을 거다.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으리라. 리언처럼.

이 소설은 티피와 리언의 시각이 번갈아 교차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리언의 셰어하우스에서 그들은 단지 침대만 셰어(share)하지 않는다. 매일매일 주고받는 메모로 인해 그들은 서로를 급하지 않게, 천천히 서로를 셰어할 수 있었다. 어떤 때는 메모를 썼다 지웠다 하기도 하고, 내 메모에 대한 답장을 기다리며 서로의 감정을 배려하고 인내하는 과정이 메모에 담겨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집(house), 그 따스한 공간의 의미에 대해서도 되새겨보게 한다. 우리 모두에게 집은 친밀한 누군가와 세밀한 감정을 나누며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공간 아니던가.

겉으론 너무도 다를 것 같은 티피와 리언의 감정이 무르익는 과정, 그리고 그 달달한 연애. 그 이면에 숨겨진, 내 애인은 내꺼라는 소유욕으로 인해 시작된 가스라이팅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주는 상처, 그 와중에 끈끈한 청춘들의 진실된 우정, 조니 화이트 찾기의 결말, 리치의 억울한 수감생활의 끝, 그리고 중간중간 깨알같은 여러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까지. 

실타래같이 촘촘하게 엮어진 이 가을의 따뜻한 연애소설. 베스올리리의 셰어하우스(The flatshar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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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다른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9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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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과 다른 나. 제목만 보고선 이 소설의 내용을 미리 짐작할 수 없었다. 나의 존재에 대한 탐구가 필요한 요즘이라 이끌리듯 펼치게 되었는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를 보이며 굉장히 독특한 구성을 취하는 소설이었다.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1, 3, 5장은 여성화자, 2, 4, 6장은 남성화자가 말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홀수 장과 짝수 장은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가 두 이야기가 묘하게 같은 듯 다른 듯 겹쳐지며 무엇이 진실인지, 뭐가 뭔지 모를 혼란으로 마무리된다.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란 구절이 생각나는 소설이다.

나는 두 번 읽었다, 이 책을. 한 번은 그냥 스토리위주로 슬슬 흘러가듯 읽었는데 읽고나서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아 다시 홀수 장 먼저 읽고 짝수 장끼리 또 따로 읽었다. 결국 겹쳐지더라도 남자와 여자 따로 생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홀수 장의 여성 화자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남편이 건망증인지 치매인지 모를 기억 상실, 해리를 넘어, 키우지도 않은 개를 잃어버렸다며 찾아다니는 것에 혼란스러워 한다. 남편은 결혼 전 떠난 여행에서, 있지도 않은 고래가 있다며 사진셔터를 눌러대고 그 날 봤던 풍경 중 있지도 않았던 고래를 가장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억한다. 아내가 제약회사 연구실에 전화했을 때 남편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남편은 누구란 말인가.

짝수 장의 남성 화자는 소설가인데 우연히 그의 아내 미양이 남편을 찾는다는 인터넷 게시글을 보고 자기 남편과 꼭 닮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서점에 들른 남편은 어떤 낯선 여자가 자길 남편으로 생각해 따라오다가 착각했다며 남편이 실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그런데 안치소에 있던 자기 남편얼굴이 낯설더라고 얘기하는 걸 들어준다. 경찰이 얘기하는 남편도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고, 제약회사서 일한다던 남편을 아는 사람도 없고 그런데 서류상은 맞는...그런 얘기.
고래가 없는데도 고래가 있다고 하고 온통 거짓말뿐이었다는 그 여자의 남편. 게다가 그 남편이 미양 남편과 너무 닮았단다. 이 이야기는 미양 남편이 쓰는 소설과 흡사했다. 그 소설 첫 이야기가 이 책의 1장이다. 미양은 인터넷에 올라온 남편 찾는 글에서 자기 남편과 유사성을 발견하고 친한 선배에게 전활걸어 울고, 남편 찾는 글에 적힌 번호로 전활 건 미양남편은 자기 얼굴을 찍어 올린 초상권, 자기 소설 이야기를 여자의 일인양 올린 저작권 등을 내세우며 윽박지르려 했지만 연락을 기다렸다는 차분한 여자의 음성에 그 여자 주소지로 찾아간다. 그 여잘 찾아간 미양 남편은 자기를 남편으로 대하며 욕실에 누군가 죽어있는 것같은 뉘앙스를 취하고 밖으로 나가버린 그 여자때문에 혼란스럽다. 그때 친한 선배가 전화가 와 미양이 증거를 잡았다며, 네가 어딜 들어갔냐며 다그친다. 그때 미양으로 추정되는 여자가 내가 다봤다며, 문열라고 소리치는데서 끝이 난다.

묘하게 뒤섞인 이야기들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며 형체가 불분명한 느낌이다. 범죄사건얘기 같기도 하고, 치매를 앓는 얘기 같기도 하며 이 소설 속 이야기도 소설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들게 겹쳐진다. 나는 요즘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내가 진짜 나인지, 남들이 보는 외부의 내가 진짜 나인지 헷갈리며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라는 사람은 온전히 내가 생각하는 내가 정답일까?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가 분명하게 캐치하진 못했다. 나는 타인과 다른 나의 인식론적 본질에 대해 탐구하길 원했으나 이 소설은 존재론적 본질의 허구성에 대해 얘기하는 느낌이어서 색달랐고 그래서 더 어려웠다. 소설의 주제가 존재론적 본질이 허구일 수도 있다는 것인지 나와 같은 또 다른 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인지, 범죄에 관한 이야기인지, 초기 치매에 관한 이야기인지 명확하지 않은 느낌이라 어려웠고 작품해설을 읽었지만 단순한 내가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토리가 분명 간단한데 그 간단함이 뿌옇게 흐려지 잘 보이지 않는 느낌. 그래! 마치 드라마 W 같았다. 이종석, 한효주 주연의, 결국 만화캐릭터인 이종석이 현실과 가상, 두 개의 실존을 건드리는. 이 책은 드라마만큼의 촘촘한 서사가 아니라 독자에게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던지며 끝난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그 흐려진 뒤엉킴을 의도한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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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람들 - Novel Engine POP
무레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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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다 되어가는 미혼의 마사미가 어릴때 부터 만난 별난 이웃 사람들을 각 장마다 소개하는 소설이다. 미혼의 여성 마사미를 결혼하라 부추기는 주위 어른들을 보며 일본이나 한국이나 결혼에 대한 주변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미혼들의 고충을 간간히 느낄 수 있다.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면서도 부모의 생각을 하다보면, 혹은 자신의 독립상태를 상상하다보면 결국 어쩌다 계속 같이 살아지게되는 어쩡정한 상태,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어른 아이의 모습이 느껴지는 마사미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지금 같은 한국의 아파트 문화에서는 볼 수 없는 이웃의 모습이 정겨워지는 소설이다. 마치 읽으면서 <응답하라1988> 드라마가 생각난달까... 골목골목 만나게 되는 이웃들과 그들의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야마카와 씨라는 이웃 아주머니는 그렇게 마사미의 남자관계를 챙긴다. 부담스럽다는데도 일본인 특유의 겉으로 보이는 친절과 예의때문에 함부로 싫다는 말도 못하고 그저 아주머니에게 가십거리 주인공 안되려고 피해다니며 그녀가 주는 맛있는 떡 때문에 매정하게 대하지도 못하는 마사미가 웃기기도 귀엽기도 하다.
긴지로라는 남자는 또 그렇게 으스댄다. 돈은 많아 보이는데 부인에게도,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막 대하며 힘자랑하기 급급하고 이웃 사람들과도 그런 이유에서 딱히 잘 지내진 못한다. 88세에 죽기 전까지 그랬는데 사람은 잘 안 변하나보다. 그런데도 이웃들은 이웃이었기에 조문도 가고 서로의 소식도 나눈다. 마을 게시판에는 그런 기쁘고 슬픈 소식이 붙어 오며가며 소식을 전한다. 이웃 심지어 옆집 사람도 잘 모르는 요즘엔 그런게 참 정겹고 그립기도 하다.
이웃에 사는 오사무란 동갑내기 남자아이 엄마는 마사미랑 아들 오사무를 엮어보려고 그렇게 수시로 애썼지만 사각 얼굴에 야생마같은 진함을 극복 못한 마사미의 번번한 거절로 인연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녀가 어릴적 좋아했던 쇼를 성인이 되어 동창회에서 만났을 때 약간 머리가 까진 쇼를 보고 실망하는 지점이라든지, 오사무가 아들 딸린 연상의 여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하는 걸 보며 엄마들끼리 그렇게 오랜 시간 연락하는 이웃의 정과, 늘 엄마에게 틱틱거리고 시크힌 마사미가 안어울리는 듯 어울리게 겹쳐지며 재미를 선사한다.
주위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짙은 화장을 한채 귀신같은 집에서 사는 이웃 센다 씨를 향한 마사미의 혼잣말이 어쩌면 이 소설의 주제는 아닐까 싶다.

"그렇게 완고하게, 행복한 매일을 보냈나요?"

인도인 이웃에 대한 정보를 캐려고 야마카와 씨와 동분서주하는 마사미 엄마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마사미가 말했듯 어쩌면 엄마가 이상한 억양으로라도 열심히 그들과 이야기하려했기 때문에 자신보다도 외국인 이웃과 더 친해질 수 있었을 거다.
이웃 중엔 세토 씨처럼 꼭 자신이 믿는 종교를 강요하는 이웃들도 있다.
가장 마음 아팠던 이웃은 아기울음소리 때문에 절규하우스로 불리던 집이었는데 1층엔 괴팍하고 무조건 드러누워 떼쓰고보는 네살 남자아이, 2층엔 더운 여름에 엄마가 안아주지 않아 울기만 하는 아기가 있었다. 이웃들은 아기들 울음소리때문에 힘겨워했고 결국 2층이 이사가며, 이웃들은 1층도 이사 안가냐고 수군댔다. 순간 첫째를 주택이었던 엄마 집에서 두돌쯤까지 키울 때가 생각났다. 그렇게 잠투정으로 찢어지게 울어대던 아이를 내 이웃들은 다행히 이뻐해주셨다. 그냥 밤새 어디아팠느냐 묻고. 그것도 주택이어서 가능한 일이지 아파트였으면 가능했을까 싶다.
센도 씨 노부부는 마을에서 가장 인품이 뛰어난 사람들이어서 모두들 존경하고 닮고 싶어하며 그 부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웃들이 나서서 도와주기도 했다. 부부의 집은 다른 집과 달리 울타리가 낮아 어찌보면 치안에 취약한 집이었지만, 늘 상냥하게 인사하고 아이들 운동회날에는 음식도 나눠먹는 정을 아는 부부다.

마사미의 이웃 사람들은 우리 이웃들과 면면이 닮아있다. 마지막에 소개된 센도 씨 부부는 이웃 사람들의 정석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사미와 엄마가 늘 티격태격 하면서도 그녀가 독립하지않고 근 사십년을 함께 부모와 살아온 것도, 사십년을 한 번도 이사하지 않고 이웃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이웃의 일상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시미 엄마와 야마카와 씨도 모두 정겨운 우리네 이웃들이다. 특별한 스토리도, 에피소드도 없이 마사미가 보고 듣고 관찰한 이웃 사람들 이야기지만 그런 정겨운 모습이 사라져 가는 요즘, 응답하라 시리즈 보듯 아득한 옛 시절로 돌아간 느낌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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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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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지리적으로 멀기 때문에 더 아득하고 신비스런 대륙, 라틴아메리카. 다른 대륙에 비해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문학적 교류나 소개도 비교적 적은 편이었던 것 같다. 특히 시 영역에서는 더욱 그런 느낌이다. 이 책은 서울대 가지 않고도 명강의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서가명강 시리즈 7번 책으로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김현균교수가 독자들에게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졌던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네 명의 시인을 통해 소개하는 책이다.

각 나라, 지역마다 특징이 있듯 라틴아메리카 문학에도 특징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는데 창조적 수용이 그것이다. 서구의 문학 전통을 수용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창조적 다양성을 드러내는 오묘한 접점에 있는데, 아마도 동질성과 다양성이 혼종되는 지역적, 역사적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쿠바 혁명으로 존재성을 보여준 라틴아메리카는 붐 세대에 이르러 문학의 홍수시대를 열었지만 최근에는 거대 출판 자본의 힘에 의해 그 힘을 잃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든,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집필한 <백년의 고독>등이 승승장구하며 소설이 날개를 달고 있을 동안 파블로 네루다,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등은 음지의 영역에서 치열하게 시를 쓰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루벤 다리오,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니카노르 파라 네 명의 시인에 대해 다루었다. (이름조차 어렵고 생소하다.) 이들은 모데르니스모, 포스모데르니스모, 아방가르드를 거쳐 포스트아방가르드로 이어지는 단절과 균열의 역사의 기로에 서 있는 시인들이다. 한 획이 그어지고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그들이 있었다.

니카라과라는 작은 나라 출신의 루벤 다리오는 비록 서구 중심주의의 시선에서 '카프카'조차 눈길을 주지 않는 주변부 문학에서 시작했지만 대서양을 가로질러 스페인 문단에까지 반향을 일으키며 식민 모국의 일방적 헤게모니의 종식을 가져온 대표적 인물이다. '모데르니스모' 라는 푸른 상징주의 문학 운동의 시작점에 있기도 하며 탈영토화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미래를 예견하는 상징적 작가다. 시가 번역되면서 그들 언어가 지니는 리듬감(우리의 운율같은)을 살리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쉽기는 하다. 라틴아메리카 근대시의 출발점이 루벤 다리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 하고, 자국민도 아닌데 칠레에서 그의 우표까지 발행할 정도로 문화적 독립을 이룬 인물이라하니 그의 영향력을 얕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 일부인 '시가 내게로 왔다'는 네루다의 시집에 실린 구절이라 한다. 영화<일 포스티노>를 통해 네루다의 삶이 더 알러졌다. 기회가 되면 꼭 보고싶다. 우리 나라 시인들도 네루다를 많이 인용했는데 김용택 시인이나 황지우 시인 등이 네루다를 언급했고 2002년 영화 <연애소설>에도 영화 일 포스티노의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그의 시는 민중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담고 있으며 대중적 인기가 높았다. 스페인 내전으로 인해 사랑, 자신에 대한 시에서 현실에 눈뜬 시로의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 나라에 비교적 많이 알려진 시인이다.

페루의 시인 세사르 바예호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았던 인물로 그 고통이 그의 시를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약했고, 마흔 여섯의 나이에 말라리아 재발로 죽었지만 단 세 권의 시집으로 최정상에 선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시는 고통과 번뇌에서 점차 희망과 연대로 나아가는 양상을 보인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다"고 적힌 시처럼 애초에 고통을 타고난 운명으로 스스로를 생각하며 가난으로 힘든 삶을 살았고 여자관계도 복잡했지만 그걸 관조하는 단계에 다다라 결국 현실적이고 인류 보편 가족애를 그린 시를 많이 탄생시켰다.

니카노르 파라는 칠레의 시인이다. 칠레는 네루다와 미스트랄과 같이 노벨상 수상자를 두 번이나 낸 문화강국이다. 파라는 다른 시인들과 논쟁을 벌이며 네루다와도 논쟁하며 존중하며 교류했다. 기존 시와 다른 경향을 보이며 '시만 빼고 모든 게 다 시다!'라는 표현도 했다하니 그의 시에 대한 관점이 그 한 마디에 다 느껴진다.

라틴아메리카라는 대륙의 역사적 배경이나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이 책을 읽으면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그들이 어떤 어둠 속에서 시를 쓰며 고뇌했는지, 우리의 식민지 시절처럼 그들도 어둠 속에서 얼마나 고뇌하며 시를 쓰고 처절했을지 미약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시 한 번 읽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정리를 좀 해두던가. 시의 배경, 깊은 곳까지 이해하기에는 이과적 성향이 짙은 나로서는 한 번 읽곤 책을 완벽하게 소화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시를 만난 느낌이 꽤 신선했다.

책을 덮고는 이상하게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여행을 가고싶어졌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남미 여행을 하면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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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인생상담소 - 인생의 본질에 대한 니체의 12가지 통찰과 조언
페이허이스 돌 지음, 이서연 옮김 / 성안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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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으로도 유명하고 '신은 죽었다.'라는 명언으로도 유명하지만 그의 철학과 사상은 심오할 것 같다는 생각에 깊게 공부해보지는 않았다. 이 책은 열두 가지의 니체의 인생 철학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탐구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고자 하는 책이다.

총 1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다시 여러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고 호흡이 짧아 편안하게 읽힌다.

1장은 '나 자신'이 인생을 대하는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2장은 목표를 가진 삶과 그 실천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 자신의 능력보다 조금 더 높은 원대한 목표를 세우되, 실천을 위해 단계적 계획을 세우는 방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3장은 자기통제에 관한 것이다. 분노, 실망 등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감정적 위기를 잘 헤쳐가기 위해서는 어떤 자기 통제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4장은 바로, 지금 행동하는 삶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또한, 그런 삶을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니체의 명언을 토대로 얘기해준다.
5장은 열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고 모든 일에 임해야 함을 얘기한다. 공공의 이익을 동력으로 삼거나 의도적 행동을 통해 열정을 통제할 수 있다.
6장은 몰입, 집중력의 중요성을, 7장은 혁신적인 사고, 창의적 생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이런 것들이 내부 바탕이 되어도 외부의 인간관계를 잘 정립하지 못하면 안된다. 8장은 인생에서 중요한 친구, 적당한 융통성을 지닌 인간관계에 대해 얘기한다.
어떤 일을 하다보면 두려움과 열등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한 실패의 상황이 오기도 한다. 9장은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10장은 열등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얘기하고 있는데 타인과 함께, 또는 스스로 이를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얘기한다. 11장은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으므로 이를 극복할 용기를 장착하고 실패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볼 것을 얘기하며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을 말해주고 있다.
마지막 장은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식, 지혜를 쌓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또한 성공한 사라의 정신과 덕성을 용기와 정의와 절제와 지혜로 연결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니체의 개인적 사상이 짙은 책은 아니다. 니체가 남긴 수많은 명언을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뼈때리는 니체 명언집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니체의 명언을 실천하기 위해 구체적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누구나 다 알법한 당연한 내용도 실천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목표를 가지고 실패를 두려워말고 자신감있게 나를 믿으며 나아가라는 말은 굳이 누군가가 언급하지 않아도 당연한 말이다. 그렇지만 그걸 실행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이 책에도 언급되었듯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지만 정말 어머니로 생각하고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예가 몇 되겠는가. 이 책은 그 어려운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여러 스토리와 함께 간략하고 쉽게 소개되어 있다.

목표를 다잡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 인생에 대한 니체의 명언을 읽어보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가볍게 읽고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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