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람들 - Novel Engine POP
무레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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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다 되어가는 미혼의 마사미가 어릴때 부터 만난 별난 이웃 사람들을 각 장마다 소개하는 소설이다. 미혼의 여성 마사미를 결혼하라 부추기는 주위 어른들을 보며 일본이나 한국이나 결혼에 대한 주변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미혼들의 고충을 간간히 느낄 수 있다.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면서도 부모의 생각을 하다보면, 혹은 자신의 독립상태를 상상하다보면 결국 어쩌다 계속 같이 살아지게되는 어쩡정한 상태,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어른 아이의 모습이 느껴지는 마사미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지금 같은 한국의 아파트 문화에서는 볼 수 없는 이웃의 모습이 정겨워지는 소설이다. 마치 읽으면서 <응답하라1988> 드라마가 생각난달까... 골목골목 만나게 되는 이웃들과 그들의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야마카와 씨라는 이웃 아주머니는 그렇게 마사미의 남자관계를 챙긴다. 부담스럽다는데도 일본인 특유의 겉으로 보이는 친절과 예의때문에 함부로 싫다는 말도 못하고 그저 아주머니에게 가십거리 주인공 안되려고 피해다니며 그녀가 주는 맛있는 떡 때문에 매정하게 대하지도 못하는 마사미가 웃기기도 귀엽기도 하다.
긴지로라는 남자는 또 그렇게 으스댄다. 돈은 많아 보이는데 부인에게도,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막 대하며 힘자랑하기 급급하고 이웃 사람들과도 그런 이유에서 딱히 잘 지내진 못한다. 88세에 죽기 전까지 그랬는데 사람은 잘 안 변하나보다. 그런데도 이웃들은 이웃이었기에 조문도 가고 서로의 소식도 나눈다. 마을 게시판에는 그런 기쁘고 슬픈 소식이 붙어 오며가며 소식을 전한다. 이웃 심지어 옆집 사람도 잘 모르는 요즘엔 그런게 참 정겹고 그립기도 하다.
이웃에 사는 오사무란 동갑내기 남자아이 엄마는 마사미랑 아들 오사무를 엮어보려고 그렇게 수시로 애썼지만 사각 얼굴에 야생마같은 진함을 극복 못한 마사미의 번번한 거절로 인연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녀가 어릴적 좋아했던 쇼를 성인이 되어 동창회에서 만났을 때 약간 머리가 까진 쇼를 보고 실망하는 지점이라든지, 오사무가 아들 딸린 연상의 여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하는 걸 보며 엄마들끼리 그렇게 오랜 시간 연락하는 이웃의 정과, 늘 엄마에게 틱틱거리고 시크힌 마사미가 안어울리는 듯 어울리게 겹쳐지며 재미를 선사한다.
주위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짙은 화장을 한채 귀신같은 집에서 사는 이웃 센다 씨를 향한 마사미의 혼잣말이 어쩌면 이 소설의 주제는 아닐까 싶다.

"그렇게 완고하게, 행복한 매일을 보냈나요?"

인도인 이웃에 대한 정보를 캐려고 야마카와 씨와 동분서주하는 마사미 엄마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마사미가 말했듯 어쩌면 엄마가 이상한 억양으로라도 열심히 그들과 이야기하려했기 때문에 자신보다도 외국인 이웃과 더 친해질 수 있었을 거다.
이웃 중엔 세토 씨처럼 꼭 자신이 믿는 종교를 강요하는 이웃들도 있다.
가장 마음 아팠던 이웃은 아기울음소리 때문에 절규하우스로 불리던 집이었는데 1층엔 괴팍하고 무조건 드러누워 떼쓰고보는 네살 남자아이, 2층엔 더운 여름에 엄마가 안아주지 않아 울기만 하는 아기가 있었다. 이웃들은 아기들 울음소리때문에 힘겨워했고 결국 2층이 이사가며, 이웃들은 1층도 이사 안가냐고 수군댔다. 순간 첫째를 주택이었던 엄마 집에서 두돌쯤까지 키울 때가 생각났다. 그렇게 잠투정으로 찢어지게 울어대던 아이를 내 이웃들은 다행히 이뻐해주셨다. 그냥 밤새 어디아팠느냐 묻고. 그것도 주택이어서 가능한 일이지 아파트였으면 가능했을까 싶다.
센도 씨 노부부는 마을에서 가장 인품이 뛰어난 사람들이어서 모두들 존경하고 닮고 싶어하며 그 부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웃들이 나서서 도와주기도 했다. 부부의 집은 다른 집과 달리 울타리가 낮아 어찌보면 치안에 취약한 집이었지만, 늘 상냥하게 인사하고 아이들 운동회날에는 음식도 나눠먹는 정을 아는 부부다.

마사미의 이웃 사람들은 우리 이웃들과 면면이 닮아있다. 마지막에 소개된 센도 씨 부부는 이웃 사람들의 정석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사미와 엄마가 늘 티격태격 하면서도 그녀가 독립하지않고 근 사십년을 함께 부모와 살아온 것도, 사십년을 한 번도 이사하지 않고 이웃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이웃의 일상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시미 엄마와 야마카와 씨도 모두 정겨운 우리네 이웃들이다. 특별한 스토리도, 에피소드도 없이 마사미가 보고 듣고 관찰한 이웃 사람들 이야기지만 그런 정겨운 모습이 사라져 가는 요즘, 응답하라 시리즈 보듯 아득한 옛 시절로 돌아간 느낌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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