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이렇게 말하라 - 내 아이를 변화시키는 최고의 한마디
치엔스진.치엔리 지음, 김진아 옮김 / 제이플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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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을 할 줄 알기 시작하면서 내 언어습관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한 명 한 명 보면 예쁜 학생들을 집단으로 만나게 될 때, 어쩔 수 없이 나름의 생존 전략으로 체득한 강한 어투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어느 순간 그런 어투를 내 아이들에게도 쓰고 있음을 깨달았고, 한창 말을 배우는 시기인 첫째가 내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걸 보면서 변화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언어 습관은 긴 시간 내 몸에 배인 것이므로 한 번에 고칠 수 없어서 지금도 매일 고치는 중이고 그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에는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는 예쁜 말 100가지가 수록되어 있다. 각 챕터별로 그러한 말을 했을 때 변화한 사례 등이 함께 설명되어 있다. 일단, 이렇게 많은 예쁜 말이 있는데 그동안 나는 매일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줬을까 돌이켜보니 너무 부족한 엄마였던듯 싶다. 새벽별보고 나가서 저녁별보고 들어오는 엄마가 아이를 볼 수 있는 하루 단 두어시간 정도에, 왜 물을 쏟느냐, 왜 옷을 빨리 입지 않느냐, 장난 치지 마라 다그치기만 한 것 같다. 하루를 다 보내고 둘째와 다함께 잠자리에 누워 그제서야 오늘 하루가 끝났음에 조급함이 사라지고 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대뜸 내뱉는 사랑한다는 말에 아이가 사랑을 온전하게 느꼈을지도 의문이다.
이 책에 나왔던 말 중 내가 자주 하지 못하는 말은 '네 마음을 알아', '나도 잘못이 있구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네가 선택하렴' 등이다. 아이의 마음을 아이의 눈에서 이해하는 건 정말 나에겐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분명 나도 잘못이 있는데도 그걸 아이에게 '엄마가 잘못했어'라고 말하는게 어려웠다. 또, 지금 에릭슨의 발달단계에 의하자면 자율성의 단계를 거쳐 주도성의 단계로 나아가는 아이에게 조금 서툴다는 이유로, 어지른다는 이유로 엄마인 내가 다 해주려하고 하고싶은 대로 하는 걸 막았던 적이 많았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적절한 반응이 바로 나오려면 나 역시 육아에 있어서 엄마의 말을 공부해야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루를 마감하며, 아이가 했던 기특한 행동을 떠올리며 '오늘 진짜 잘했다'라고 하거나 '최고야', '너 때문에 즐거워' 등의 말을 해주면 아이의 기분이 어떨까 상상해본다.

나는 이 책으로 아이에게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는 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음은 크지만 표현은 다소 부족했던 집에서 자란 내가 그동안 하기 힘들었던 (내 기준에 오글거리는) 말이나, 잘못 사용하고 있던 무조건적인 칭찬 어투를 수정하여야 함을 깨달았다. 또한 고등학생들에게도 쓸 수 있는 말이 꽤 있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나 '잘해낼거라 믿어', '네가 해낼거라 믿어'같은 독려의 말을 자주 해주면 파김치된 아이들이 좀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건 결국 그들을 양육하는 양육자의 몫이다. 내 언어생활에 변화가 있어야 함을 알아차리게 해준 책이고 각 챕터가 쉽고 간단하고 짤막해서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어쨌든 결국 실천은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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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 - 도시인이 가져야 할 지적 상식에 대하여
최경철 지음 / 웨일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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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시를 좋아한다. 서울은 아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내가 태어나고 자라 직장을 가지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은 특별한 곳이다. 친구들이며 친척들이며 죄다 서울로 갈 때 혼자 이 도시를 쓸쓸하게 지킨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나는 내가 사는 이 곳이 어느 도시들보다 매력적이고 좋다.
게다가 나는 자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주 특이한 특성이 있다. 가끔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그럴 때 교외로 여행이나 산책다녀오면 다시 원기가 충전된다. 요즘 귀농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 같지만 나는 아마 퇴직하고도 시골에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교과서의 일화처럼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어린 시절 시골에 갈 일이 없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도시가 나에게 주는 느낌은 참 매력적이고 좋다. 아이들 크고 여유가 생기면 세계 각국의 도시 여행을 가고 싶을 만큼 나는 도시와 그 불빛, 네온사인, 번잡함, 각종 건축물들을 사랑한다.

이 책은 도시를 바라보는 한 건축가의 유쾌한 통찰이 돋보이는 건축교양서다. <유럽의 시간을 걷다>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건축가 최경철의 두 번째 책이다. 1부 도시와 건축, 2부 개인과 공간, 3부 영감의 원천으로 나뉘어져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외부에서 내부로 더 깊게 도시를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도시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시간이 지나며 계획적으로 인간의 손을 많이 타고 거친다. 그 손에는 건축가의 지분이 상당히 클 것이다.
이 책에는 각종 아름다운 건축물들의 사진이 중간중간 상당히 많이 실려있어 즐거움을 준다. 공간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며 우뚝 서있는 건축물을 보며 수학의 느낌이 많이 묻어난다. 철학도 묻어 있다. 북독일 란데스 은행 건물은 해체주의 건축의 예다. 분리된듯 실존하는 건물의 모습은 도시와 도시인 자체의 모습같기도 하다. 폐주유소가 된 곳을 기본틀을 유지한채 동네 극장으로 변모시키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인간적인 도시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하며, 런던 마스타바는 호수 중간에 폐석유통으로 쌓아올린 사각뿔대 모양의 거대분묘로, 석유통 표면에서 산란하는 빛과 함께 고정되어 있으나 변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기도 한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외향은 굽이치는 파도같기도 하고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은 반짝이는 둥근 지붕과 내부가 예술이다. 멋진 건축물을 많이 소개하고 있지만 이것이 이 책의 주된 주제는 아니다. 좋은 집이란 무엇인지, 죽음과 집, 좋은 공간에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그리고 개인에게 필요한 방과 내부, 화장실같은 내밀한 공간과 건축을 연결하여 끊임없이 삶과 건축을 연결하고 인문학적 사유를 하게 한다.
이 책은 건축교양서 같기도 하고 에세이같기도 하다. 저자인 최병철 자신도 전작인 <유럽의 시간을 걷다>와 달리 '발터 벤야민'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얘기한다. 건축 비엔날레와 같은, 건축과 접점이 없는 독자에게 생소한 얘기도 자신의 어린 시절 얘기를 통해 자연스레 자유 공간이 주제였던 건축 비엔날레 얘기를 풀어나가고 유학 시절, 여행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하여 저자 개인의 기억과 시간, 역사를 건축의 이야기로 자연스레 전환하여 주의를 환기시키고 건축을 낯설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도시 읽어주는 남자'라는 어느 장의 제목말이 딱 어울리는 듯 하다.

도시, 건축과 관련된 책들을 최근에 많이 읽었다. 알쓸신잡 유현준 건축가의 힘이 크다. <어디서 살 것인가>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비슷한 결이면서도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유럽이든 어디든 여행을 간다면 이 책을 포함하여 여러 책들이 손에 들려 있을 것같다. 나는 사진으로만 본 서초동의 부디크모나코같이 맹거스펀지를 닮은 오피스텔, 지오데식 돔 같이 기하하적, 수학적 아름다움을 주는 건축물에 흥미를 느껴 건축이란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도시를 살아가는 수많은 도시인이 조금만 더 건축에 관심을 가진다면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더 사랑하고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여유를 가지며 풍요로운 도시인이 될 수 있을 것같다. 도시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읽어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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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마르는 시간 - 그럼에도 살아볼 만한 이유를 찾는 당신에게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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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단편소설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이은정 작가의 산문집이다. 11월에 내가 읽은 첫 번째 산문집이다. 산문이 주는 매력에 빠져 있는데 이 책은 무덤덤하고 잔잔하게 감성을 자극하고 어떤 지점에선 후벼파기도 한다. 아픔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이은정 작가 역시 삶의 여러 방향에서 아픔과 고독을 느끼고 그것을 치유하며 이겨내는 과정을 산문으로 담아낸 것이라 더 인간적인 글로 다가왔다.

이 산문집이 좋았던 이유는 참 많다. 그 중에 몇 가지만 꼽자면 첫째로, 그녀의 산문은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상처를 가지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는 따뜻함이 있다. 사람마다 상처없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그렇지만 이 작가의 글에는 뭔지 모를, 그녀가 받았을 상처가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그런 상처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에서 비롯된 것인지 세세하게 서술되어 있지는 않다. 작가가 순간순간 뱉어내는 감정의 단어들과 일부 고백으로 짐작할 뿐이지만 어린 사춘기 시절 시작된 방황과 마음의 상처는 지금껏 치유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온몸이 발갛게 달아오를 만큼 떨어지지 않으려 했던 그 애달픈 낙엽'(177p)이나 사과를 깎는 장면에서 사과가 교수형을 당하고 머리마저 서서히 능지저참 당하는 꼴로 묘사하는 부분은 누군가에겐 아무렇지 않은 일상적인 모습을 특유의 감성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일품이었다.

두 번째는 풍부한 감정과 섬세한 촉수가 글솜씨와 어우러져 읽기 편안하면서도 멋드러진 문장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더불어 내가 평소 잘 모르던 말을 배워서 더 좋았다. 머츰하다, 소포하다, 난만하다, 각회지다 등등 생소한 단어들은 그냥 지레짐작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사전을 찾아보았다. 그래야 작가가 이 글을 썼을 때의 감정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산문이 문학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이런 단어의 선택에서 온 것 같다.

세 번째는 작가의 고백에서 느껴지는 진정성과 어디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언니같은 편안함이 글에 묻어 있다. 그건 아마도 가난에 힘겨워 동전으로 물건 값을 치르는 일에도 느끼는 부끄러움, 부모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론 상처도 갖고 있는 것에 대한 고백,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보는 것에 대한 감정 같은 것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닐까 싶다. 공감이란 단어를 쓰기가 좀 조심스럽기는 하다. 나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고 바꿀 수도 없다는 걸 어른이 되고 한참 뒤인 최근에 깨달았다. 작가도 말미에는 그렇게 말한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무게는 다르고, 나도 가난해봤으니, 나도 그런 상처있는 시절이 있었으니 이겨내라, 나약하다 같은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고. 그저 그랬구나, 한마디면 될걸 섣부르게 충고나 조언은 위험하며, 각 개인은 상대에게 그럴 입장이 아니라는 걸 나도 점점 세상에 닦여가며 배우는 중이다.

작가의 눈물이 마르는 시간동안 책을 읽는 독자의 눈물도 서서히 마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어제 읽은 산문집에서 에세이란 단지 말랑말랑한 감성의 표출이 아니라 지성과 사유의 표현이라 했었는데, 가끔은 추운 겨울의 문턱에서 가슴을 녹이는 말랑말랑한 감성 덩어리 산문집도 필요하다. 읽고 가슴이 따뜻해졌으면 그걸로 훌륭한 글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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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살림 -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이세미 지음 / 센세이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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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100) 살림을 못한다. 더 정확히는 요리를 못한다. 살림을 잘하고 싶은 마음도, 배울 마음도 있었는데 내가 처음에 잘 못하니 성미 급한 신랑이 요리를 뚝딱 해버리는 바람에 주방을 넘겨(?) 주었고 그러다보니 하나씩 살림과는 멀어졌다. 내가 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상황과 맞물리기도 한데다 사실 편한게 컸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엄마가 어느 정도 살림을 하는게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책 표지에 "살림, 재미있으세요?"라는 문구도 나를 자극했다. 아날로그 살림이란 제목에서 오는 느낌은 살림의 기본기를 배울 수 있을거란 느낌이었다.

살림에 대한 마음을 되찾기 위해 일단 낭비되는 모든 것들을 끊는 것에 집중하자.
p23

저자는 무의식이 지배하는 소비의 감정을 벗어나기 위해 물건 구매 전에 3일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무분별한 소비를 막는 제어장치인 셈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우리 무의식 속에 절제를 심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우연히 보게 된 환경 관련 다큐에서 일회용품 등 우리의 살림살이에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함을 깨닫고 환경을 생각하는 살림에 대해 고민하며 저자는 세 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첫째는 사람에게도 자연에도 해롭지 않은 소재의 물건 선택, 둘째는 재활용보다 재사용, 셋째는 최소 필요한 물건만 구비, 넷째는 쓰레기 버리는 날짜 체크다. 특히 넷째는 쓰레기 버리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24개월동안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 이후도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정리하자. 요일별로 정리구역을 나누고 물건 상태에 따라 재사용, 버릴 것, 기증할 것 등을 나눈다. 또한 애착 살림물건을 만들면 살림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고 한다. 전기밥솥도 겨우 이용하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같지만 저자는 무쇠 밥솥을 이용한다고 한다. 관리에 신경써야하지만 쌀알이 수분을 머금고 있어 밥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설거지할 때 수세미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는지는 몰랐다. 저자는 수세미 열매, 소창 수세미 등 천연 수세미를 소개하고 세제도 소프넛과 설거지비누를 사용한다. 소프넛 액상추출법도 소개하고 있다. 소프넛은 아토피 아이들을 위한 빨래 세제로도 쓸 수 있다.

생각보다 환경을 위하고 낭비와 지출을 줄이는 간단한 방법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장보러 갈 때 장바구니와 식품 바구니를 들고간다거나 텀블러, 손수건 사용하기, 생리컵이나 면생리대 사용, 화장품 다이어트하기, 보자기 사용 등은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살림 포인트다. 편리함을 무기로 무분별하게 쓰였던 각종 일회용품, 거기서 파생된 쓰레기. 우리 집도 분리수거할 때 정말 애먹는다. 택배를 시키면 오는 무수한 포장 비닐들이 베란다를 어지럽힌다. 대책이 필요하긴 했는데 한 번에 나도 쉽게 바뀌긴 힘들겠지만 아이들과 미션 작은 거 완료하듯이 매일 조금씩 일상에서 이런 것들을 실천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살림을 쉽고 간단하게 하는 방법이 실려져 있을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진짜 아날로그 살림, 옛날 살림의 기본을 배운 것 같다. 더불어 환경에 무해한 살림살이를 배움과 동시에 약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그간 아무 생각 없이 썼던 많은 살림 도구들이 얼마나 많은 유해물질들을 배출하는지 다시 확인했던 시간이었다. 이런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이 찾아보고 공부하고 비교했을까. 살림에 대한 기본 관심이 있고 똑부러지는 엄마라 가능한 일이었을거다.

네이버 카페 '아날로그살림안내소'에 이런 고민을 함께 하는 더 많은 살림꾼들이 모여있다고 해서 나도 가입했다. 자연을 살리는 제품들 소개, 쓰레기 줄이는 매장, 환경 책 소개 등 다양한 자연 살림법과 팁들이 소개되어 있다. 아직 살림이 많이 버거운 야매엄마지만 베테랑 선배 살림꾼의 깨알같은 노하우를 알게 되어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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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단단함 - 세상.영화.책
오길영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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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1월 늦가을을 보내며 선택한 세 번째 에세이다. 충남대 오길영 교수의 에세이 <아름다운 단단함>.

이 책의 머리글이 참 좋았다. 에세이는 어원 자체가 '시도하다'에서 왔다. 그래서 저자는 "에세이는 글쓴이가 자유롭게 선정한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은 견해를 '시도'하는 글이며, 사유를 실험하는 글쓰기"라고 말한다. 에세이는 단순한 감상적 체험의 글이 아니며 지성과 개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현란한 글재주가 아니라 지성적 사유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성찰과 자기 응시가 빠진 에세이는 감상주의에 물든 글이며, 이 책은 철저히 저자가 "감상적 체험, 직접적 현실, 그리고 자연발생적인 현존재 원칙으로서의 지성과 개념"을 재료로 하여 쓴 글의 모음집이다.

세상, 영화, 책을 주제로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저자의 지성적 사유가 표현되는데,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혹은 나와 다르거나 같은 생각들을 만나 즐겁고 뜨겁게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내가 보지 않고 읽지 않은 영화와 책이 많아 볼 거리, 읽을 거리를 많이 제공해 주었다.

나는 특별히 1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다. 책과 영화는 아직 문화적 소양이 부족한 내게 숙제와도 같았지만 꼭 보고 싶고 읽고 싶게 했다.
저자가 다룬 주제는 미당 서정주의 시에 대한 에세이 평론, 문학 표절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들, 철밥통 문제, 권력, 세월호를 통해 바라본 용서와 화해의 조건, 신영복, 권력과 욕망 등이다. 저자의 글은 잘 읽히며 크게 군더더기 없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고 명확하여 신뢰감이 든다. 기억에 나는 문구를 몇 가지 적어 보았다.

좋은 에세이는 한 개인의 내면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 내면에 스며있는 역사와 사회의 풍경을 포착한다. (중략) 좋은 에세이는 몇 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 첫째, 경직된 형식이나 체계로는 표현되기 어려우면서도 표현되기를 갈망한 독특한 체험, 둘째, 그 체험을 갈무리하는 지성과 사유의 깊이, 셋째, 이런 물음을 그만의 고유한 형식과 스타일로 표현하는 능력, 정리하면 체험의 사유와 표현의 완미한 결합이 좋은 에세이의 요건이다.
p92

저자의 에세이에 대한 지론이다. 말랑말랑 감성을 쏟아내는 글도 좋지만 지성과 사유의 깊이가 드러나는 글. 나는 언제 그런 글을 써볼 수 있을까.
교수 철밥통 관련 기사에 대한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인상적이었고, 내 생각과 같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사회 전반에 걸쳐, 특히 자본과 국가에게 밥그릇의 철밥통을 당당하고 뻔뻔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남의 철밥통까지 빼앗아야만 철밥통이 흔들리는 '나'의 마음도 편해진다는 속좁은 이기주의는 결국 모두를 공멸하게 만든다.
p121

철밥통 끼고 산다는 소리 깨나 들어본 내가 공감한 부분이다. 교사나 공무원, 교수, 공기업 등 철밥통 직업은 가진 사람들을 겨냥하는 기사와 그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공격을 보면서 사회 분열과 이기주의의 단상을 보았기에 공감했던 대목이다.

신영복 교수가 저자에게 결혼 덕담으로 건넨 말도 인상깊다.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오늘도 절망을 가르치고 집에 온 것 같아서 읽으면서도 뜨끔하고 고민되는 문장이었다.

영화 <기생충>, <옥자>, <곡성> 등의 한국 영화 평론뿐만 아니라 <그린북>,<셰이프 오브 워터>, <첨밀밀> 등 다양한 외국 영화 평론을 읽으며, 일단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었던 저자의 여유(?)가 부러웠다. 아이 낳고 직장 다니며 사는 어미의 삶이란 참으로 고달파 아이가 좀 크면 봐야지 하는 게 영화다. 시간적 여유도 그렇지만, 뭔가 깊이 생각해야 하는 영화가 싫었던 것도 사실이다. 팍팍한 삶에 시간 겨우 낸 틈마저 머리 싸매고 싶지 않아 그냥 웃고 마는 영화만 극장서 골라봤던 것인데, 이 책에 언급된 영화들은 모두 지성적 사유가 필요한 일명 '머리 아픈' 영화일 수 있다. 첨밀밀 정도 빼고. 그런데 이제 여유가 좀 생겨 영화를 볼 틈이 생기면 메시지를 깊게 던지는 영화를 보고 싶다. 그런 영화의 예들이 이 책에 있다.

책을 내가 읽기 시작한 지는 얼마되지 않아 역시 내공 부족이다. 물론 이 책에서 언급하는 책들은 수준이 상당하다. <하이데거와 나치즘>이라든지 <카프카의 프라하>, <안나 카레리나> 등 상당한 깊이와 내공이 필요할 것 같은 책들과 그 평론들이 서술된다. 이렇게 책을 읽어야하는 거구나 많이 배우고 느낀다. 비평하고 성찰하는 작업을 꾸준히 거치며 글쓰기가 정렬되고 좋은 에세이가 탄생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나의 단어 실력 및 지식의 수준에 다시 좌절했다.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글에 등장하는 랑시에르의 신화적 사고, 알튀세르의 '유물론자는 자기 변명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같은 견지에서 카프카의 '세계와 당신과의 싸움에서 언제나 세계의 편에 서라'는 문장과 라캉의 '나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는 부분은 깊게 새겨야 할 문장들이자, 더 공부해야 할 부분이다.

아름다운 단단함. 아름답고 단단한 삶은 그냥 오지 않는다. 저자처럼 끊임없는 성찰과 자기 반성, 지성과 사유를 통해서만 아름답게 단단해질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지성적 사유의 글쓰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충만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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