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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살림 -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이세미 지음 / 센세이션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정말(×100) 살림을 못한다. 더 정확히는 요리를 못한다. 살림을 잘하고 싶은 마음도, 배울 마음도 있었는데 내가 처음에 잘 못하니 성미 급한 신랑이 요리를 뚝딱 해버리는 바람에 주방을 넘겨(?) 주었고 그러다보니 하나씩 살림과는 멀어졌다. 내가 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상황과 맞물리기도 한데다 사실 편한게 컸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엄마가 어느 정도 살림을 하는게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책 표지에 "살림, 재미있으세요?"라는 문구도 나를 자극했다. 아날로그 살림이란 제목에서 오는 느낌은 살림의 기본기를 배울 수 있을거란 느낌이었다.
살림에 대한 마음을 되찾기 위해 일단 낭비되는 모든 것들을 끊는 것에 집중하자.
p23
저자는 무의식이 지배하는 소비의 감정을 벗어나기 위해 물건 구매 전에 3일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무분별한 소비를 막는 제어장치인 셈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우리 무의식 속에 절제를 심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우연히 보게 된 환경 관련 다큐에서 일회용품 등 우리의 살림살이에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함을 깨닫고 환경을 생각하는 살림에 대해 고민하며 저자는 세 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첫째는 사람에게도 자연에도 해롭지 않은 소재의 물건 선택, 둘째는 재활용보다 재사용, 셋째는 최소 필요한 물건만 구비, 넷째는 쓰레기 버리는 날짜 체크다. 특히 넷째는 쓰레기 버리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24개월동안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 이후도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정리하자. 요일별로 정리구역을 나누고 물건 상태에 따라 재사용, 버릴 것, 기증할 것 등을 나눈다. 또한 애착 살림물건을 만들면 살림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고 한다. 전기밥솥도 겨우 이용하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같지만 저자는 무쇠 밥솥을 이용한다고 한다. 관리에 신경써야하지만 쌀알이 수분을 머금고 있어 밥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설거지할 때 수세미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는지는 몰랐다. 저자는 수세미 열매, 소창 수세미 등 천연 수세미를 소개하고 세제도 소프넛과 설거지비누를 사용한다. 소프넛 액상추출법도 소개하고 있다. 소프넛은 아토피 아이들을 위한 빨래 세제로도 쓸 수 있다.
생각보다 환경을 위하고 낭비와 지출을 줄이는 간단한 방법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장보러 갈 때 장바구니와 식품 바구니를 들고간다거나 텀블러, 손수건 사용하기, 생리컵이나 면생리대 사용, 화장품 다이어트하기, 보자기 사용 등은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살림 포인트다. 편리함을 무기로 무분별하게 쓰였던 각종 일회용품, 거기서 파생된 쓰레기. 우리 집도 분리수거할 때 정말 애먹는다. 택배를 시키면 오는 무수한 포장 비닐들이 베란다를 어지럽힌다. 대책이 필요하긴 했는데 한 번에 나도 쉽게 바뀌긴 힘들겠지만 아이들과 미션 작은 거 완료하듯이 매일 조금씩 일상에서 이런 것들을 실천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살림을 쉽고 간단하게 하는 방법이 실려져 있을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진짜 아날로그 살림, 옛날 살림의 기본을 배운 것 같다. 더불어 환경에 무해한 살림살이를 배움과 동시에 약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그간 아무 생각 없이 썼던 많은 살림 도구들이 얼마나 많은 유해물질들을 배출하는지 다시 확인했던 시간이었다. 이런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이 찾아보고 공부하고 비교했을까. 살림에 대한 기본 관심이 있고 똑부러지는 엄마라 가능한 일이었을거다.
네이버 카페 '아날로그살림안내소'에 이런 고민을 함께 하는 더 많은 살림꾼들이 모여있다고 해서 나도 가입했다. 자연을 살리는 제품들 소개, 쓰레기 줄이는 매장, 환경 책 소개 등 다양한 자연 살림법과 팁들이 소개되어 있다. 아직 살림이 많이 버거운 야매엄마지만 베테랑 선배 살림꾼의 깨알같은 노하우를 알게 되어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