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 - 초2 때 시작해 4년 만에 수능 모의고사 만점 받은 문해력 영어 학습법
김도연 지음 / 길벗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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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영어에 대해서는 정말 고민만 한가득이다. 내가 일단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기 때문인데, 내 직업 상 영어를 못한다고 문제가 되는 건 전혀 없다. 누리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되기에 굳이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싶지는 않고, 그런데도 영유 다니는 아이들 보면 이미 시작점부터 다를 거 같아 괜시리 미안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던 찰나 이 책을 만났는데,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초2때부터 시작해 4년만에 수능 모고 만점, 그리고 영재의 길... 물론 나와는 차이가 있는 엄마이긴 하다. 억대 연봉 받던 영어 강사였으니 당연히 거기서부터 차이는 있겠다. 그러나 내가 읽어 본 다른 책들에 비해 상당히 여유가 있다. 어떤 여유냐면, 영어를 반드시 엄마가 끌고 가는 것을 권하지 않는 점이다. 엄마도움표 영어라는 용어를 써서 엄마가 엄마표 영어를 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학원같은 외부 도움을 이용하고 부족한 부분을 엄마가 체크하는 형태로도 가능함을 여러 유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유념할 부분은 영어를 공부하기 앞서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우리말 독서를 통한 문해력 부분과 꿈 찾기를 통한 영어 공부 동기 심어주기다. 앞서 얘기했듯 모든 직업이 원어민과 같이 능수능란한 회화를 구사하는 걸 요구하지는 않는다. 자기가 원하는 꿈에 다가가기 위해 원서를 읽고 이해할 수준, 수능과 내신 1등급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준 등 구체적인 영어공부의 목적과 목표가 먼저 수립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의 저자의 아이 행복이는 초2부터 영어를 시작했고 처음에 거부감이 심했지만 지금은 수학과학 영재로, 그리고 수능 모고 만점을 받는 아이로 바뀌었다. 이 아이가 처음부터 영재성이 뛰어난 아이라고 저자는 말하지 않는다. 묵묵히 매일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단계별로 어떻게 학습시킬 것인지 프로세스가 일목요연하게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처음 6개월 파닉스 떼기부터 시작하여 그다음 2단계로 리딩을 시작하는 단계, 그리고 점차적으로 중등 수준 영어 학습법, 수능을 풀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구체적 학습법이 제시되어 있다. 나는 지금 아이 파닉스가 급하므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봤는데, 어떤 교재를 사용했고 각 교재의 장단점이 무엇인지가 잘 나와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주 4회 5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파닉스를 공부하게 되어 있는데 나는 아이의 상황에 맞게 시간을 조금 조절해야 할 것 같다. 정말 좋았던 건 여러 엄마표 영어 책에서 나오는 현란하고 어지러운 영어그림책, 리더스북 추천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학습하는데 필요한 학습교재를 추천해준 것이다. 영어 모르는 엄마 입장에서는 아무리 영어그림책 줘도 요새 영어그림책은 단어도 생각보다 어렵고 추천목록이 너무 많아 오히려 더 복잡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 책은 파닉스 마지막 단계에서 코스북, 리딩 단계에서 리딩버디같은 학습서 추천, 그럼에도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팁을 소개하고 있어 실질적이라고 느꼈다. 말이 쉽지 영어 모르는 엄마가 아이 앉혀놓고 그림책 읽어주라는 책들이 조금 막막했다.

솔직하고 구성도 훌륭한 책이다. 저자의 블로그도 구경가 봤는데 많은 정보들이 나와 있었다. 우리말 독서를 통한 문해력 키우기 방법을 언급하고 저자의 아이가 실천한 방법을 얘기한 부분도 좋았다. 어릴 때일수록 더 한글책을 많이 읽어주고, 한 권 읽어줘도 제대로 읽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 영어문제로 막막한 엄마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아이가 성장할 때마다 계속 들춰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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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불평등한가 - 쉽게 읽는 피케티 경제학 EBS CLASS ⓔ
이정우 지음 / EBS BOOKS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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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최근 관심사 중 하나는 불평등이다. 잘 살고 싶은 마음, 누리고 싶은 마음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다같이 잘 살 수 있는가, 아니면 자원은 한정적이므로 다른 누군가의 누리지 못함을 감수하고 내가 누릴 것인가. 평등을 바라보는 관점은 지극히 극과 극이다. 사회적 문제를 넘어서서 정치적 문제로 엮이기도 하고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고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하지만 아직 내 주관이나 가치관이 뚜렷하지 않아 이런 사회적 문제를 다룬 책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읽어볼 필요성을 느꼈고 좋은 기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내놓은 책 <21세기 자본>,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번역되었고 이 책에서 피케티가 제시하는 불평등에 대한 해법을 두고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EBS의 제안으로 '피케티와 불평등'을 주제로 한 10회의 강의를 했고 그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 이 책이다.



결론적으로, 피케티는 비관적이고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세습 자본주의 시대'가 닥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자본소득의 몫이 늘어나고 노동소득의 몫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부익부빈익빈, 불평등이 더 심해졌음을 의미하며 이런 추세가 40년간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가 지났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가지고 있던 200년 넘은 소득 자료를 활용해서 장기 추세를 발견해냈고 이로 먼 미래를 추측한 것이 피케티란 경제학자의 생각이다.

그의 책 <21세기 자본>에 의하면 지난 100년간 불평등이 U자 형태의 양상을 보였고 이는 자본/소득의 비율 변동 양상과 같았다. 이것은 곧 국민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몫이 비슷한 움직임을 보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21세기는 세습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할 거라는 거다. 이런 근거를 자본수익률과 경제성장률을 토대로 객관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본주의 황금시대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40년의 기간도 있었다. 그러나 도금시대의 명암은 뚜렷했다. 피케티는 세습자본주의에 대한 처방을 세 가지로 내리고 있다. 첫째는 사회국가(이는 복지국가를 강화하는 취지), 둘째는 고율의 누진소득세, 셋째는 자본에 대한 과세를 세계공통으로 하자는 세계자본세다. 그리고 이런 피케티의 주장에 반기를 드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보수 경제학자들은 피케티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 내 소득의 40%정도를 세금으로 낸다고 하면 이 자본주의 시대에 누가 반가워할까. 기업은 얼마나 반대를 하겠는가. 피케티에 대한 비판도 상세히 서술되어 있으니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은 피케티의 두 번째 책이다. 역시 세계여러지역의 불평등 변동 양상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그래프가 '코끼리 곡선'이라는 것인데 밀라노비치라는 경제학자가 제시했으며, 전 세계 사람들을 소득 크기별로 나눈 뒤 각 소득 계층의 최근 소득 증가율 추이를 보여준다. 미국자본주의와 유럽자본주의이 비교도 볼 만하다. 유럽 자본주의는 복지자본주의다. 국가가 많이 개입하고 세금을 많이 거두어 들인다. 미국은 이런 완충작용을 최소화한 지각 복지국가이며 유럽의 불평등보다 미국의 자국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은 여러 통계자료가 이미 입증하고 있다.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전 세계를 분석대상으로 정책과 이데올로기를 강조한 책이다. 앞의 두 책에 비해 역사와 문화, 이데올로기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인문학적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노예제사회, 인도의 카스트제도 같은 불평등을 조명하며 불평등해소를 위한 새 해법을 제시한다. 사회적 소유와 일시적 소유을 중심으로 하는 참여사회주의라는 것인데 노동자 참여를 근본으로 기업 권력을 나눠먹음과 동시에 강력한 누진 소득세로 자본 세습과 집중을 막는다는 개념이다. 과연 이런 개념이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면서 사회주의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의 후반부는 한국 사회와 부동산 불평등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가능한 부분이었다. 실력주의, 학력주의에 대한 단상도 조명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 이 책을 읽고 더 확신한 건 지금은 조금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세등등한 학벌주의는 결국 사회적 분위기를 등에 업은 입시제도에 있다는 거다. 수시와 정시 중 그나마 어떤 것이 더 공정하고 평등한지, 마이클 샌델의 제안처럼 파격적으로 추첨으로 대학을 간다든지, 내신과 표준고사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하게 하는 선택 입학제라든지 다양한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입시제도를 과감히 개혁하지 않으면 실력주의의 비인간적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입시 지옥에서 아이들을 구해낼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나도 그 결론에 상당히 동의한다. 특히 그 입시제도의 가장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 일말의 죄책감도 느낀다. 무엇이 아이들을 위하고 사회를 바로 세우는 길인지 이 책을 읽으며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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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위한 참 쉬운 글쓰기 - 업무가 빨라지고 자존감을 높이는 글쓰기 기술
안태일 지음 / 아이스크림(i-Scream)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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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일 선생님을 알게 된 건 어떤 카페에서 떠돌아다니던 유머글 때문이었다. 짧은 글로 핵심을 콕 찌르는 풍자시는 정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다.

분명/아름다웠는데
모든게/그대로인데
이곳이/싫어져
<수학여행> 안태일 학교시집8

교사계의 하상욱 시인같은 느낌. 탤짱닷컴이라는 사이트에 있는 선생님의 수많은 짧은 시에 담긴 풍자에 깔깔대며 하나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남들이 보기에는 개미와 베짱이의 베짱이같이 보이는 직업이겠지만 교사도 나름대로의 애환이 있다. 그걸 절묘하게 글에 잘 녹여내어 참 좋았다. 때마침 나는 아이스크림연수원에서 다른 연수를 듣고 있는데 안태일쌤의 글쓰기 연수도 있고 이 책도 출간하셨다고 하여 좋은 기회가 닿아 읽게 되었다.

정말 사소한 기안 하나부터 시작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야 하는 생기부 작성까지, 교사는 어떤 과목을 가르치건 간에 글을 잘 써야 하는 직업 중의 하나다. 이 책은 그런 교사를 위해 글쓰기가 쉬워지는 글쓰기 공식을 제시하고 학교에서 꼭 필요한 교사를 위한 글쓰기, 숨어 있는 필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교사를 타겟으로 하고 있지만 교사가 아닌 사람들도 글쓰기를 잘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도 무방할 듯 싶다. 특히 1장에서는 전반적인 글쓰기 요령이 나와 있으니 말이다.

먼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도 나와 있던 건데 복문보다는 단문으로 쓴다. 주인공+대상(목적어)+어떠하다(서술어) 순서를 지킨다. 그리고 수식어는 꾸미는 말 바로 앞에 쓴다. 이 세 가지를 지키면 된다. 문장을 뭉치기(문장을 이어붙여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기) 위해서 핵심문장+이유문장, 핵심문장+핵심의 예시 문장, 핵심문장+이유문장+이유의 근거문장의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하여 제시한다. 이 세 가지 유형에 대한 예시가 상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어떻게 문장을 구성해야할 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카테고리 글쓰기 공식 및 이 공식의 확장형, 설득력 있는 글쓰기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의견은 부드럽게 제시하기, 내 의견에 불리한 근거 제시하기, 내 의견에 유리한 근거 제시하기, 마무리(정리, 단점 수습, 구체적 제안)의 네 단계이다. 이 단계에 근거한 글쓰기의 예시를 읽으면서 실제 글쓰기에 적용하는 방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위의 단계를 바탕으로 지도하면 좋을 것 같다.
3단계 에세이 쓰기에서는 에피소드를 쓴 후 의미를 부여하고 마무리(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하는 것을 공식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에피소드를 쓰는 첫 단계에서는 감정과 생각을 최대한 적지 않고 겪은 일만 적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상황 묘사 시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한국어의 세계관에 맞춰 쓰면 가독성이 높아진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정리와 함께 방향 제시와 구체적 실천을 넣어도 좋다.
메타인지 글쓰기 공식, 달라졌어요 글쓰기 공식 등 상황에 따른 글쓰기 공식에 적합한 예시글과 함께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을 던져주어서 글쓰기를 연습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2부에서는 가정통신문 글쓰기, 조회시간을 여는 싫은 말, 좋은 말 글쓰기 공식, 상담용 글쓰기, 사과문 쓰기 등 실제로 학교에서 많이 쓰이는 글쓰기를 공식에 맞춰 제시하고 있어 편하게 글쓰기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생활기록부의 행발이나 세특을 쓸 때 정말 어렵다. 내 글, 문장, 단어 하나에 따라 학생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거짓으로 부풀리기를 해서도 안되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하다. 매 학기 말에는 세특을 비롯한 여러 생기부 특기사항 기록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이 책에서는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그나마 써먹을 수 있는 생활기록부 글쓰기 공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했던 여러 글쓰기 공식을 이용해서 글쓰는 여러 예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카테고리 로드맵을 만들어 글쓰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2022학년도에는 꼭 이 방식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

3부는 필력을 높이는 방법이 나와 있다. 똑같은 글을 쓰더라도 글을 참 맛깔나게 쓰는 작가들이 있다. 이 작가들 중 자신에게 맞는 작가의 글을 패러디해보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아이스크림연수원에서 직무연수로도 수강할 수 있는데, 나는 이미 책을 가지고 있으니 꼭 연수를 수강하면서 다시 한 번 복습하고 싶다. 글쓰기라 하면 잘 쓰고 싶으나 막막한데 이 책이 어느 정도 길을 제시해주는 것 같다. 글을 잘 쓰고 싶은 교사라면, 혹은 교사가 아니더라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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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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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명품 고전 월든과 시민불족종을 한 책으로 만날 수 있는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다. 이 책의 장점이라 하면 미국의 전문 사진 작가인 허버트 웬델 글리슨이 1899년에서 1920년 사이에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발자취를 따라 메사추세츠 주와 메인 주를 여행하면서 소로가 묘사한 장면들에 기초에 찍은 흑백사진 66장을 월든 본문 순서에 맞게 재배치하여 저자가 독자들에게 주고자 한 삶의 메시지를 좀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월든>은 법정스님, 톨스토이, 간디, 마틴 루터 킹 등 유명 인사들이 사랑한 인생 고전으로 손꼽히는 책이다. 총 18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는 이미 타 출판사의 월든 책을 소장하고 있지만 기존의 책과 다른 번역으로 소로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싶었고 시민불복종과 함께 엮여져 있어 좋은 글 두 가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이 책은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끼 한자루를 빌려 월든 호수 옆 숲속에 있는 나무를 직접 벌목해 집을 짓고 2년 2개월을 자급 자족하며 살았던 경험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에세이다. 나는 이 책이 지금의 현대인에게 가장 걸맞은 고전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보존하는 삶을 살기 위해 그가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느낀 것은 결국 초월주의다.

그가 언어로 펼치는 고즈넉한 자연의 풍경들이 그의 글에서부터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와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또한 귀족들 대신 고귀한 인간의 마을을 갖도록 하고, 우리를 둘러싼 무지의 어두운 심연 위에 다리를 놓자는 그의 강인한 언어에서 그의 삶에 대한 철학도 느낄 수 있다. 그는 독립, 초월과 같은 단어를 좋아한 것 같다. 독립이라 함은 정신적인 독립을 말하는 것이며 문명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의 논조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자급자족을 통해 노동하는 생활을 예찬한다.

<시민불복종>은 "가장 적게 통치하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작으로 한다. 우리가 먼저 사람이 되어야지, 먼저 국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정의보다 법률을 더 존중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며 정부의 권위는 여전히 불손함을 거듭 이야기하고 있다. 정부가 개인을 한층 더 높고 독립적인 힘으로 인정하고 그 힘으로부터 정부의 권력과 권위가 나옴을 인정하고 또 개인을 그런 위상에 걸맞게 대우해야만 진정 자유롭게 개명된 국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국가를 열심히 상상하지만 아직 그런 국가는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했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는 소로가 말한 그런 국가인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소로가 살던 시대에서 긴 시간이 흐른 지금 얼마나 우리 사회가 발전해왔는지, 국가는 어떻게 국민을 존중하며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면 아마 개개인마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른 번역가의 책과 비교하며 동시에 같은 페이지를 펼쳐놓고 읽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두 번역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단어의 구성 등이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둘다 읽어내려가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이 책만큼은 번역의 차이가 깨달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뮈의 <이방인>같은 경우는 미세한 단어의 차이에 따라 주인공의 감정이나 서사에 대한 전달이 달라질 수 있어서 어떤 번역은 오역이라느니 논의의 여지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지만 <월든>의 경우는 자연에 대한 묘사와 개인이 주장하는 바가 번역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서 두 책 모두 가독성이 좋았다.

이런 명품 고전을 읽을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뜻깊었다. 인생의 방향을 찾고 싶을 때, 표류하는 현대인의 마음 속에 환한 등불을 밝혀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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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세트 - 전10권 - 우리가 몰랐던 이름의 유래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조은영 외 지음, 김윤정 외 그림 / 기린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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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다. 그런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은 없다. 왜 이 물건에는 이런 이름이 붙지, 왜 이 동물이나 식물의 이름은 이렇게 지었을까를 생각해본 적 없는 어른의 입장에서는 이런 호기심을 가진 아이에게 올바른 해답을 찾아줄 수가 없다. 그런 아이들이 세상 모든 것 사물, 생물에 관심을 갖고 이름에 대한 배경지식을 넘어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책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사물, 식물, 지역, 음식, 자연, 동물의 이름에 대한 유래로 이루어진 10권 세트인 책이다. 막 이름에 대해 알기 시작하는 유아가 볼만한 책은 아니지만 글밥이 많은 책을 볼 수 있는 7세 정도부터 초등 3학년 정도 전후가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아직 글읽기가 익숙지 않은 저학년에게는 글밥이 생각보다 많고 배경지식도 만만치 않아 부모가 옆에서 꼭 함께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름의 유래에 대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거미에 대해 살펴보면 거미와 관련된 속담과 그 의미, 거미의 또다른 이름, 먹이, 거미가 어떻게 번식하는지, 특징 등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 다른 호기심들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 보통 아이들은 하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그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탐구정신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코끼리는 코가 길어서 코끼리라고 부르는데, 언제부터 그렇게 부르게 되었는지, 코끼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친근하게 바로 옆에서 선생님이 알려주는듯 글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글밥이 다소 길어도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이름의 유래에 대한 책이 아니라 이름 하나로부터 발생한 여러 가지 사실들을 포함해 어휘력, 문해력을 기를 수 있다. 이 책 세트 모두 재미있는 주제, 흥미로운 주제로 구성되어 있지만 특히 지역과 관련한 이름 유래는 더 재미있다. 유아기 후반부터 초등 저, 중학년 아이들은 점점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주변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억지스런 호기심을 주입하기보다는 그것을 부르는 이름이라는 소재로부터 시작하여 흥미를 가지게 하여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돈이라는 단어는 '칼 도'라는 한자에서 왔고 한 사람이 너무 많은 걸 갖게되면 안좋은 일을 당하게 마련이라 욕심이 지나치면 안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설날은 왜 설날인지, 심부름은 왜 심부름인지, 생각해보면 궁금한 것들이 참 많고 그걸 해소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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