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위한 참 쉬운 글쓰기 - 업무가 빨라지고 자존감을 높이는 글쓰기 기술
안태일 지음 / 아이스크림(i-Scream)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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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일 선생님을 알게 된 건 어떤 카페에서 떠돌아다니던 유머글 때문이었다. 짧은 글로 핵심을 콕 찌르는 풍자시는 정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다.

분명/아름다웠는데
모든게/그대로인데
이곳이/싫어져
<수학여행> 안태일 학교시집8

교사계의 하상욱 시인같은 느낌. 탤짱닷컴이라는 사이트에 있는 선생님의 수많은 짧은 시에 담긴 풍자에 깔깔대며 하나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남들이 보기에는 개미와 베짱이의 베짱이같이 보이는 직업이겠지만 교사도 나름대로의 애환이 있다. 그걸 절묘하게 글에 잘 녹여내어 참 좋았다. 때마침 나는 아이스크림연수원에서 다른 연수를 듣고 있는데 안태일쌤의 글쓰기 연수도 있고 이 책도 출간하셨다고 하여 좋은 기회가 닿아 읽게 되었다.

정말 사소한 기안 하나부터 시작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야 하는 생기부 작성까지, 교사는 어떤 과목을 가르치건 간에 글을 잘 써야 하는 직업 중의 하나다. 이 책은 그런 교사를 위해 글쓰기가 쉬워지는 글쓰기 공식을 제시하고 학교에서 꼭 필요한 교사를 위한 글쓰기, 숨어 있는 필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교사를 타겟으로 하고 있지만 교사가 아닌 사람들도 글쓰기를 잘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도 무방할 듯 싶다. 특히 1장에서는 전반적인 글쓰기 요령이 나와 있으니 말이다.

먼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도 나와 있던 건데 복문보다는 단문으로 쓴다. 주인공+대상(목적어)+어떠하다(서술어) 순서를 지킨다. 그리고 수식어는 꾸미는 말 바로 앞에 쓴다. 이 세 가지를 지키면 된다. 문장을 뭉치기(문장을 이어붙여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기) 위해서 핵심문장+이유문장, 핵심문장+핵심의 예시 문장, 핵심문장+이유문장+이유의 근거문장의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하여 제시한다. 이 세 가지 유형에 대한 예시가 상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어떻게 문장을 구성해야할 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카테고리 글쓰기 공식 및 이 공식의 확장형, 설득력 있는 글쓰기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의견은 부드럽게 제시하기, 내 의견에 불리한 근거 제시하기, 내 의견에 유리한 근거 제시하기, 마무리(정리, 단점 수습, 구체적 제안)의 네 단계이다. 이 단계에 근거한 글쓰기의 예시를 읽으면서 실제 글쓰기에 적용하는 방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위의 단계를 바탕으로 지도하면 좋을 것 같다.
3단계 에세이 쓰기에서는 에피소드를 쓴 후 의미를 부여하고 마무리(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하는 것을 공식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에피소드를 쓰는 첫 단계에서는 감정과 생각을 최대한 적지 않고 겪은 일만 적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상황 묘사 시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한국어의 세계관에 맞춰 쓰면 가독성이 높아진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정리와 함께 방향 제시와 구체적 실천을 넣어도 좋다.
메타인지 글쓰기 공식, 달라졌어요 글쓰기 공식 등 상황에 따른 글쓰기 공식에 적합한 예시글과 함께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을 던져주어서 글쓰기를 연습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2부에서는 가정통신문 글쓰기, 조회시간을 여는 싫은 말, 좋은 말 글쓰기 공식, 상담용 글쓰기, 사과문 쓰기 등 실제로 학교에서 많이 쓰이는 글쓰기를 공식에 맞춰 제시하고 있어 편하게 글쓰기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생활기록부의 행발이나 세특을 쓸 때 정말 어렵다. 내 글, 문장, 단어 하나에 따라 학생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거짓으로 부풀리기를 해서도 안되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하다. 매 학기 말에는 세특을 비롯한 여러 생기부 특기사항 기록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이 책에서는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그나마 써먹을 수 있는 생활기록부 글쓰기 공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했던 여러 글쓰기 공식을 이용해서 글쓰는 여러 예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카테고리 로드맵을 만들어 글쓰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2022학년도에는 꼭 이 방식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

3부는 필력을 높이는 방법이 나와 있다. 똑같은 글을 쓰더라도 글을 참 맛깔나게 쓰는 작가들이 있다. 이 작가들 중 자신에게 맞는 작가의 글을 패러디해보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아이스크림연수원에서 직무연수로도 수강할 수 있는데, 나는 이미 책을 가지고 있으니 꼭 연수를 수강하면서 다시 한 번 복습하고 싶다. 글쓰기라 하면 잘 쓰고 싶으나 막막한데 이 책이 어느 정도 길을 제시해주는 것 같다. 글을 잘 쓰고 싶은 교사라면, 혹은 교사가 아니더라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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