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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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명품 고전 월든과 시민불족종을 한 책으로 만날 수 있는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다. 이 책의 장점이라 하면 미국의 전문 사진 작가인 허버트 웬델 글리슨이 1899년에서 1920년 사이에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발자취를 따라 메사추세츠 주와 메인 주를 여행하면서 소로가 묘사한 장면들에 기초에 찍은 흑백사진 66장을 월든 본문 순서에 맞게 재배치하여 저자가 독자들에게 주고자 한 삶의 메시지를 좀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월든>은 법정스님, 톨스토이, 간디, 마틴 루터 킹 등 유명 인사들이 사랑한 인생 고전으로 손꼽히는 책이다. 총 18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는 이미 타 출판사의 월든 책을 소장하고 있지만 기존의 책과 다른 번역으로 소로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싶었고 시민불복종과 함께 엮여져 있어 좋은 글 두 가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이 책은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끼 한자루를 빌려 월든 호수 옆 숲속에 있는 나무를 직접 벌목해 집을 짓고 2년 2개월을 자급 자족하며 살았던 경험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에세이다. 나는 이 책이 지금의 현대인에게 가장 걸맞은 고전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보존하는 삶을 살기 위해 그가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느낀 것은 결국 초월주의다.

그가 언어로 펼치는 고즈넉한 자연의 풍경들이 그의 글에서부터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와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또한 귀족들 대신 고귀한 인간의 마을을 갖도록 하고, 우리를 둘러싼 무지의 어두운 심연 위에 다리를 놓자는 그의 강인한 언어에서 그의 삶에 대한 철학도 느낄 수 있다. 그는 독립, 초월과 같은 단어를 좋아한 것 같다. 독립이라 함은 정신적인 독립을 말하는 것이며 문명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의 논조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자급자족을 통해 노동하는 생활을 예찬한다.

<시민불복종>은 "가장 적게 통치하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작으로 한다. 우리가 먼저 사람이 되어야지, 먼저 국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정의보다 법률을 더 존중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며 정부의 권위는 여전히 불손함을 거듭 이야기하고 있다. 정부가 개인을 한층 더 높고 독립적인 힘으로 인정하고 그 힘으로부터 정부의 권력과 권위가 나옴을 인정하고 또 개인을 그런 위상에 걸맞게 대우해야만 진정 자유롭게 개명된 국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국가를 열심히 상상하지만 아직 그런 국가는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했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는 소로가 말한 그런 국가인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소로가 살던 시대에서 긴 시간이 흐른 지금 얼마나 우리 사회가 발전해왔는지, 국가는 어떻게 국민을 존중하며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면 아마 개개인마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른 번역가의 책과 비교하며 동시에 같은 페이지를 펼쳐놓고 읽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두 번역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단어의 구성 등이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둘다 읽어내려가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이 책만큼은 번역의 차이가 깨달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뮈의 <이방인>같은 경우는 미세한 단어의 차이에 따라 주인공의 감정이나 서사에 대한 전달이 달라질 수 있어서 어떤 번역은 오역이라느니 논의의 여지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지만 <월든>의 경우는 자연에 대한 묘사와 개인이 주장하는 바가 번역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서 두 책 모두 가독성이 좋았다.

이런 명품 고전을 읽을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뜻깊었다. 인생의 방향을 찾고 싶을 때, 표류하는 현대인의 마음 속에 환한 등불을 밝혀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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