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우리는 불평등한가 - 쉽게 읽는 피케티 경제학 ㅣ EBS CLASS ⓔ
이정우 지음 / EBS BOOKS / 2021년 11월
평점 :
내 최근 관심사 중 하나는 불평등이다. 잘 살고 싶은 마음, 누리고 싶은 마음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다같이 잘 살 수 있는가, 아니면 자원은 한정적이므로 다른 누군가의 누리지 못함을 감수하고 내가 누릴 것인가. 평등을 바라보는 관점은 지극히 극과 극이다. 사회적 문제를 넘어서서 정치적 문제로 엮이기도 하고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고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하지만 아직 내 주관이나 가치관이 뚜렷하지 않아 이런 사회적 문제를 다룬 책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읽어볼 필요성을 느꼈고 좋은 기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내놓은 책 <21세기 자본>,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번역되었고 이 책에서 피케티가 제시하는 불평등에 대한 해법을 두고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EBS의 제안으로 '피케티와 불평등'을 주제로 한 10회의 강의를 했고 그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 이 책이다.
결론적으로, 피케티는 비관적이고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세습 자본주의 시대'가 닥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자본소득의 몫이 늘어나고 노동소득의 몫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부익부빈익빈, 불평등이 더 심해졌음을 의미하며 이런 추세가 40년간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가 지났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가지고 있던 200년 넘은 소득 자료를 활용해서 장기 추세를 발견해냈고 이로 먼 미래를 추측한 것이 피케티란 경제학자의 생각이다.
그의 책 <21세기 자본>에 의하면 지난 100년간 불평등이 U자 형태의 양상을 보였고 이는 자본/소득의 비율 변동 양상과 같았다. 이것은 곧 국민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몫이 비슷한 움직임을 보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21세기는 세습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할 거라는 거다. 이런 근거를 자본수익률과 경제성장률을 토대로 객관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본주의 황금시대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40년의 기간도 있었다. 그러나 도금시대의 명암은 뚜렷했다. 피케티는 세습자본주의에 대한 처방을 세 가지로 내리고 있다. 첫째는 사회국가(이는 복지국가를 강화하는 취지), 둘째는 고율의 누진소득세, 셋째는 자본에 대한 과세를 세계공통으로 하자는 세계자본세다. 그리고 이런 피케티의 주장에 반기를 드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보수 경제학자들은 피케티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 내 소득의 40%정도를 세금으로 낸다고 하면 이 자본주의 시대에 누가 반가워할까. 기업은 얼마나 반대를 하겠는가. 피케티에 대한 비판도 상세히 서술되어 있으니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은 피케티의 두 번째 책이다. 역시 세계여러지역의 불평등 변동 양상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그래프가 '코끼리 곡선'이라는 것인데 밀라노비치라는 경제학자가 제시했으며, 전 세계 사람들을 소득 크기별로 나눈 뒤 각 소득 계층의 최근 소득 증가율 추이를 보여준다. 미국자본주의와 유럽자본주의이 비교도 볼 만하다. 유럽 자본주의는 복지자본주의다. 국가가 많이 개입하고 세금을 많이 거두어 들인다. 미국은 이런 완충작용을 최소화한 지각 복지국가이며 유럽의 불평등보다 미국의 자국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은 여러 통계자료가 이미 입증하고 있다.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전 세계를 분석대상으로 정책과 이데올로기를 강조한 책이다. 앞의 두 책에 비해 역사와 문화, 이데올로기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인문학적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노예제사회, 인도의 카스트제도 같은 불평등을 조명하며 불평등해소를 위한 새 해법을 제시한다. 사회적 소유와 일시적 소유을 중심으로 하는 참여사회주의라는 것인데 노동자 참여를 근본으로 기업 권력을 나눠먹음과 동시에 강력한 누진 소득세로 자본 세습과 집중을 막는다는 개념이다. 과연 이런 개념이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면서 사회주의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의 후반부는 한국 사회와 부동산 불평등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가능한 부분이었다. 실력주의, 학력주의에 대한 단상도 조명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 이 책을 읽고 더 확신한 건 지금은 조금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세등등한 학벌주의는 결국 사회적 분위기를 등에 업은 입시제도에 있다는 거다. 수시와 정시 중 그나마 어떤 것이 더 공정하고 평등한지, 마이클 샌델의 제안처럼 파격적으로 추첨으로 대학을 간다든지, 내신과 표준고사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하게 하는 선택 입학제라든지 다양한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입시제도를 과감히 개혁하지 않으면 실력주의의 비인간적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입시 지옥에서 아이들을 구해낼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나도 그 결론에 상당히 동의한다. 특히 그 입시제도의 가장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 일말의 죄책감도 느낀다. 무엇이 아이들을 위하고 사회를 바로 세우는 길인지 이 책을 읽으며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