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하는 일리아스 - 호메로스가 들려주는 신과 인간의 전쟁이야기 지금 시작하는 신화
양승욱 지음 / 탐나는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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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시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호메로스일 것이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우스>를 지었고 고전 시대에서 문명의 중요한 문화적 영웅이기도 했다. 너무 오래전의 시인이라 활동 시기도 추측만 할 수 있지만 이 시대는 소규모 도시인 폴리스가 천 여개 이상 만들어졋고 각각의 독립된 사회적 공동체를 갖고 있었지만 같은 언어와 종교롤 믿었기 때문에 그리스는 한 민족이란 의식이 강했다. 이들을 공동체로 연결해주는 또 하나가 ㅂ로 호메로스의 시가 남긴 유산이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수많은 도시국가의 다양한 제도적 유산과 변화무쌍한 그리스 언어권의 세계를 문명과 문화적 정체성의 통일된 서술로 통합해냈다는 평을 받는다.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는 호메로스가 노래한 일리아스의 주인공이다. 우리가 말하는 아킬레스 건의 아킬레스도 바로 이 영웅의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아들이며 일리아스에서의 영웅은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신의 후손일지라도 말이다. 인간의 운명은 신에 의해 결정된다는 겸허함, 하지만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선택권이 함께 주어진다. 그는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긴 삶을 선택했다. 그 명성으로 인해 서사시 속에서 불멸의 존재로 영원히 기록되는 영광을 얻었다.

이와 대비되는 파리스의 선택도 눈여겨볼만 하다. 트로이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 왕비의 아들이며 헥토르의 동생인 파리스는 알렉산드로스라고도 불리어 유명한 인물이다. 아테나와 헤라, 아프로디테가 미를 견줄 때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준 일로 헤라와 아테나의 미움을 받게 되었고, 아프로디테의 약속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나를 차지했으나 그것이 화근이 되어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다. 자신의 신분을 모른 채 양치기로 살던 파리스에게 헤르메스가 세 여신을 인도했고, 파리스에게 황금사과를 건네며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황금사과를 주라고 했다. 황금사과를 주면 그 댓가로 헤라는 권력을, 아테나는 힘과 지혜를 약속했지만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신붓감으로 주겠다고 했고 이것이 트로이라는 도시의 파멸을 이끌었으며 부모와 형제, 그리고 자기자신의 목숨마저도 빼앗아간 것이다.

한 순간의 선택이 미래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 또한 살면서 많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책을 읽으면 우리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뀌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겸손한 삶을 살아야한다는 지혜도 얻을 수 있다. 내가 종교를 믿는 건 아니라 신의 섭리라고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살면서 어쩔 수 없는 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부모나 형제, 내 주변 환경들 중 내가 태생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삶을 발전시키는 선택을 할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다.

헥토르는 죽고,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공주 폴릭세네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프리아모스 왕은 아킬레우스의 청혼을 환영했다. 그러나 파리스는 형의 복수와 헬레네를 돌려주지 않으려고 아킬레우스를 죽을 계획을 세웠다. 파리스의 화살은 아킬레우스의 급소인 발뒤꿈치를 명중시켰고 운명의 여신이 예언한 대로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인의 화살에 목숨을 잃었다.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차지하기 위해 큰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가 싸웠고 오디세우스의 승리로 아이아스는 미쳐서 자살하기에 이른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를 함락시킬 전략을 세웠고 신들의 사랑을 받았던 도시 트로이는 그렇게 파괴되었다. 10년 전쟁은 그리스군의 승리로 끝났으나 신들은 수많은 살상을 저지른 이들을 응징한다. 아가멤논은 돌아가서 살해당하고 작은 아이아스는 물에 빠져 죽고 메넬라오스는 이집트에서 5년 떠돌다가 돌아가게 되었고 오디세우스는 바다 위에서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떠돌아다니다가 겨우 돌아갔다. 트로이 왕가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네이아스의 후손이 로마를 세우면서 아이네이아스는 로마의 시조가 된다.

불변의 진리! 역시 이야기는 재미가 있다. 책을 읽는 이유다. 재미가 없으면 책을 읽지 않는다. 그 오래된 고전서사들이 지금 시간이 이렇게 흐르고도 중요한 자료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이야기 자체가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었던 옛날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리를 책의 세계로 안내하는 건 이야기, 서사가 가진 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단순하고 간결해보이는 서사에서 뿜어져나오는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 방안에서 호메로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나며 즐거운 휴가를 보내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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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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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출간된 칼 세이건의 책이 표지를 바꾸어 20여년만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됐다. 1995년에 원서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한국어판이 2001년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는데, 이번에 번역을 다시 하고 누락된 부분 등을 수정하여 다시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코스모스], 소설 [컨택트] 등 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부분에서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믿고 읽는 작가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비과학적인 사고와 행동에 맞서 그것들이 어떻게 인간을 비합리적으로 만드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나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신념을 합리적, 논리적으로 파헤치는 게 좋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조금이라도 겸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점성술, 미신, 외계인, 사이비 종교 등 세상에 수없이 많은 비과학적인 것들이 횡행하는 이유와 그것이 합당하지 않는 이유들을 조목조목 여러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믿고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어 하는 것을 믿는다. 칼 세이건은 이러한 인간 심리의 맹점을 잘 지적하고 모든 현상을 과학적 태도와 방법으로 바라본다. 그렇다고 칼 세이건이 과학만능주의로 빠지는 것은 아니다. 확실한 합리적,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면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믿지 말라는 것, 그리고 겸허하게 계속 탐구하라는 것. 저자가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진실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이, 혹은 과학자들이 과학 이외의 것을 모두 폄훼하고 평가절하하려고 한다는 주장들도 있지만 나는 과학이 오히려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내 믿음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올바른 절차를 거친 과학적 입증이 있기 전까지 반드시 내가 믿는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오류주의 철학의 태도, 열린 마음의 비판적 태도가 과학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과학적 태도를 매우 잘 드러내고 있다.

화성이나 다른 별에 외계인이 있다는 뚜렷한 근거는 없다. 점성술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아니다.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종교도 신이 존재하는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 심령 치료, 신앙 요법 등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들이 옳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결국 순환의 오류에 빠진다. 그리고 입증의 논리는 애매모호하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식의 논리다. 명확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비과학적인 요소에 빠져든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필연적인 삶의 고통, 인간의 욕구 등 본능적이고 본질적인 인간 심리를 교묘하게 잘 파고드는 것이 이런 부분이다. 일시적인 정신적 도피처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과학과 비과학 혹은 유사과학의 차이점은 맹목적이냐 아니냐, 오류를 인정할 여지가 있느냐 아니냐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과학적 태도와 과학적 사고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고와 태도가 비단 과학자만이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합리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진짜인지 아닌지 더욱 구분이 모호해져가는 복잡한 세상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려면, 좀 더 진실에 가까운 삶을 살고 싶다면 인간은 과학과 친해져야 한다. 과학과 수학은 그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논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력, 합리적 태도 등 이성적이면서도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고 겸손할 줄 아는 인간이 되기 위해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학문이다. 칼 세이건은 그러한 측면에서 대중에게 과학의 중요성과 그 태도, 인간이 경계해야 할 것들을 명확하게, 그리고 쉽게 알린 데 많은 공헌을 한 과학자다. 코스모스에 이은 벽돌책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칼 세이건은 칼 세이건이고 그의 책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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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기초 - 주식부터 채권, 환율까지 EBS CLASS ⓔ
이관휘 지음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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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주식 장이 무척 좋지 않은 때다.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고 어느 의견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플로 매수, 매도하는 방법도 모르던 나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몇 번의 이익과 손해를 반복하며 어느 정도 주식을 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전반적인 투자의 기초도 모른 채 남의 말만 듣고, 혹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사고를 통해 주식을 사고 팔고 있다. 이런 하락장이 와서야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고, 투자의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채권 등 경제 전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원리로 주식 시장이 운영되는지 등 말그대로 투자의 기초를 설명하는 책이다. 이런 기초도 모르고 주식을 건드렸던 사실이 부끄러울 만큼 쉽고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1장은 기본 개념을 익히는 장이다. 우리가 말하는 주식 가격이란 것이 미래 배당을 현재 가격으로 할인한 것의 합, 즉 펀더멘털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내가 주식을 사고 팔아 낸 수익은 위험 감수에 대한 보상이다. 이런 기본 원리를 이해한 마인드로 투자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고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진지하게 투자에 임하게 될 것이다. 유통시장은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주문주도형, 호가주도형, 혼합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유통시장이 없으면 주주들은 자신이 기업에 투자한 금액을 자유롭게 회수할 수 없어 투자를 안하려 할 것이다.
2장은 투자를 본격 시작하기 위해 알아야 할 개념들로 구성되어 있다. 효율적 시장과 비효율적 시장의 의미를 구분하고 애덤스미스의 절대우위론과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한다. 둘다 집중투자(액티브투자), 즉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것인데 저자는 과연 집중투자와 분산투자 중 어느 것이 이득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교과서적인 답은 분산투자이겠지만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당연히 없다. 저자도 명확하게 이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단 시장위험만 감수하고 기업고유위험은 감소하는 방향의 분산투자가 이론적으로는 더 많은 수익을 장기적으로 가져다준다는 연구는 소개한다. 또한 자꾸 공부해도 까먹는 PER, PBR 등의 지표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3장은 투자 시야를 확장하는 차원으로 채권, 환율 등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채권도 어렵지만 나는 환율의 개념이 참 어렵다. 환율과 인플레이션, 환율과 이자율의 관계를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고, 잘못된 용어 사용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다. 내가 항상 헷갈렸던 부분인데 딱 짚어줘서 이해가 잘 됐다. 채권 투자는 그나마 주식에 비해서는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번도 해보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는 재테크 영역이었는데 채권수익률곡선 등 다양한 그래프를 통해 설명하니 훨씬 쉽게 느껴졌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도전해보고 싶은 부분이다.
4장은 투자를 넘어 기업 경영의 새로운 흐름에 대해 짚어주고 있는 장이다. 특히 ESG에 관한 부분을 눈여겨 읽어보았고, 기업 독점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는데 거대 기업의 독점 현상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런 현상에 대적할 정부 관료를 발탁하여 플랫폼 사업자는 본연의 역할만 충실하고 판매 경쟁에는 뛰어들지 못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론적 책은 아니지만 투자, 경제의 원리 등 개념을 정확하게 알아야 앞으로 어떤 재테크를 하더라도 좀 더 넓은 시야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제목 말그래도 투자의 기초를 세워주는 책이다.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재테크 초보자는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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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독서생활 - 1일 1독, 나를 일으키는 기적의 습관
정예슬 지음 / 북퀘이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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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나의 관심사다. 원래부터 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학창시절 책을 잘 읽지도 않았고 독후감 숙제는 베껴서 내기도 했다. 아마 그때 버거웠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유명 베스트셀러였던 '가시고기'는 눈물을 머금고 봤는데 '수레바퀴 아래서'는 읽지도 못했다. 그랬던 내가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된 첫 계기는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고 나서다. 관심만 갖고 책은 안 읽다가 본격적으로 책의 세계에 빠지게 된 두 번째 계기는 육아로부터의 해방 필요였다. 신생아를 키우면서 너무 지쳤을 무렵, 하루 종일 아이와 사투를 벌여야 했던 그때는 책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때부터 독서가 내 삶이 됐고, 독서가 주제인 책도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이 책 제목이 <슬기로운 독서생활>이라 끌렸는데, 저자도 여러 면에서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 공감하며 읽었다.

저자 역시 독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얻었다. 그리고 큰 변화가 왔다. 저자는 1일 1독을 하고 미라클 모닝, 감사일기쓰기, 온라인 독서모임, 오프라인 독서모임 등 다양한 독서활동 및 자기계발을 하고 있었다. 나는 게을러서 미라클 모닝, 감사일기는 하다 말았고 지극히 내향적 성격이라 모임을 싫어하여 독서 모임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독서는 하루도 손에서 놓지 않고 하고 있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봐도 책은 사람을 살리는 가장 간단하고 경이로운 취미다. 저자처럼 나도 최근에 독서노트를 쓰고 있다. 물론 나같은 게으름뱅이는 필사는 아니고, 타이핑해서 제본하는 형태이긴 하지만, 제본된 독서노트를 다시 읽으며 밑줄치고 첨언하는 형태로 여러 번의 재독 경험을 하고 있다. 저자는 블로그 등 SNS에 글쓰기를 추천하는데, 나도 잘 안되지만 꼭 해보고 싶다. 글쓰기는 내 마음을 정돈하고 카타르시스도 느끼게 하며 반성의 기능도 있는 고퀄리티 활동이다. 몇 번 안써본 끄적임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았는데 저자처럼 꾸준히 쓰면 당연히 이렇듯 책도 낼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가족과 함께 책 읽기, 독서 모임에서 이야기 나누기, 자기만의 방을 꾸미고 차분히 독서하기 등 다양한 읽기 형태를 소개한다. 책을 읽는 요령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마음에 드는,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다 보면 점점 꼬리에 무는 독서를 하게도 되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도 갈 것이다. 독서의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므로 내 마음을 믿고 여러 독서 방법을 적용해보는 것에 대해 응원하는 것 같다.
독서를 하다보면 독서 슬럼프가 오기도 한다. 나도 책태기(?)를 느낀 적이 있다. 이럴 때는 저자처럼 휴독기를 완전하게 가져도 좋고, 아니면 너무 어려운 벽돌책 말고 좀 가볍게 읽히는 책을 골라 읽으면서 다시 독서력을 쌓으면 서서히 원래 텐션으로 돌아오는 걸 느꼈다.

독서를 하는 것은 쉽지만 의미 있는 독서, 내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정말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고 지금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그 변화를 위해 꾸준히 읽고 독서노트를 써보고 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서서히 변화하는 내 자신을 가끔 발견할 때가 있다. 독서를 그냥 했던 건 아니구나, 책이 날 살리고 있구나 느낀 적이 많았다. 이 책은 내가 잘 하고 있다고 다독여주는 느낌이었고 독자와 저자로써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동지같은 느낌도 들었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초보 독서가들, 책을 읽고 싶은데 잘 안되는 독자들이 읽으면 많은 방향성을 제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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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철학 - 실체 없는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사는 법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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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은 적이 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에 현대인의 고질적인 질병인 '불안'을 안고 있던 나의 청년 시절은 그로부터 많은 위안을 얻었다.
이 책은 '불안'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며 대표적인 현대인의 불안을 큰 범주로 나누어 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1장은 불안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불안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키르케고르는 불안에 실체란 없으며 아들러는 불안의 목적이 인생의 과제에서 벗어나는 일이라 하였다. 과제로부터의 도피를 정당화하기 위해 불안이라는 감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생활 자체를 고통으로 느끼는 인간은 생활 외에 오락을 추구하며 끊임없는 불안을 느끼는데 생활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기를 이 책의 저자는 권한다.
2장은 팬데믹과 불안에 대한 내용이다. 코로나 등 질병을 정복해야 하는 싸움 상대로 보는 관점은 질병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오명을 씌우는 것이며 코로나 시대에 거만하고 선동적인 리더에게 혹 할 수 있지만 정말 뛰어난 리더라면 불안한 시기든 평온한 시기든 사람들 위에 설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질병을 너무 무시하지도, 질병에 너무 과민반응하지도 않는 균형있는 자세를 가질 것을 권한다.
3장은 대인관계와 불안에 대한 내용이다. 가장 일반적인 불안이 아닐까 한다. 질투, 소문 등 대인관계를 힘들게 하는 여러 요소들을 철학적으로 파헤쳐본다. 질투는 특징적인 것이 아닌 양적인 것때문에 일어난다. 이에 반해 사랑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특수하고 개성적이다. 이러한 질투나 소문 등을 극복하기 위해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기 위해서 자신감을 가질 것을 권한다.
4장은 일과 불안에 대한 내용이다. 행위의 순수성을 중시하고 행위의 결과를 묻지 않는 심정 윤리와, 동기뿐만 아니라 행위의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임 윤리 모두 중요하며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타인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비교할 수도 없음을 이야기 한다.
5장은 질병과 불안이다. 팬데믹과 불안의 내용에 이어 병을 앓는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키네시스적 관점 즉, 얼마만큼의 일을 얼마 동안 이루었는지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에네르게이아적 관점, 즉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그대로 '이루어진' 일이라는 관점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가치를 무언가를 달성하는 데서 찾지 않아도 된다.
6장은 나이듦과 불안에 대한 내용이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공헌하고 있다고 생각하자고 말하며 무슨 일을 하더라도 체력에 맞게 사용할 것을 권한다.
7장은 죽음과 불안이다. 아직 죽음에 맞닿은 나이는 아니지만 얼마나 그 순간이 힘들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죽음이 출생과 마찬가지로 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출생을 슬퍼하지 않듯 죽음 또한 슬퍼할 일도 두려워할 일도 아니라고 말하며, 죽음과 함께 신체, 마음이 소멸돼도 '나'는 남기 때문에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8장은 불안의 해법이다. 타인의 기대에 맞춘 삶을 살지 말고 공분(정의감)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며 인생이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이심성을 가지고 불안을 직시하고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기. 진정한 친구 사귀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 타자에게 받는 것만이 아니라 주는 삶, 공헌하는 삶을 살기를 목표로 한다면 불안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저자가 일본인인만큼 일본 철학자의 말도 다소 수록되어 있다. 어느 나라건 인간의 불안의 요소는 공통적인 것 같다. 어떻게 불안을 바라보고 현명하게 대처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혜안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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