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철학 - 실체 없는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사는 법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전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은 적이 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에 현대인의 고질적인 질병인 '불안'을 안고 있던 나의 청년 시절은 그로부터 많은 위안을 얻었다.
이 책은 '불안'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며 대표적인 현대인의 불안을 큰 범주로 나누어 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1장은 불안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불안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키르케고르는 불안에 실체란 없으며 아들러는 불안의 목적이 인생의 과제에서 벗어나는 일이라 하였다. 과제로부터의 도피를 정당화하기 위해 불안이라는 감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생활 자체를 고통으로 느끼는 인간은 생활 외에 오락을 추구하며 끊임없는 불안을 느끼는데 생활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기를 이 책의 저자는 권한다.
2장은 팬데믹과 불안에 대한 내용이다. 코로나 등 질병을 정복해야 하는 싸움 상대로 보는 관점은 질병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오명을 씌우는 것이며 코로나 시대에 거만하고 선동적인 리더에게 혹 할 수 있지만 정말 뛰어난 리더라면 불안한 시기든 평온한 시기든 사람들 위에 설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질병을 너무 무시하지도, 질병에 너무 과민반응하지도 않는 균형있는 자세를 가질 것을 권한다.
3장은 대인관계와 불안에 대한 내용이다. 가장 일반적인 불안이 아닐까 한다. 질투, 소문 등 대인관계를 힘들게 하는 여러 요소들을 철학적으로 파헤쳐본다. 질투는 특징적인 것이 아닌 양적인 것때문에 일어난다. 이에 반해 사랑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특수하고 개성적이다. 이러한 질투나 소문 등을 극복하기 위해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기 위해서 자신감을 가질 것을 권한다.
4장은 일과 불안에 대한 내용이다. 행위의 순수성을 중시하고 행위의 결과를 묻지 않는 심정 윤리와, 동기뿐만 아니라 행위의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임 윤리 모두 중요하며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타인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비교할 수도 없음을 이야기 한다.
5장은 질병과 불안이다. 팬데믹과 불안의 내용에 이어 병을 앓는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키네시스적 관점 즉, 얼마만큼의 일을 얼마 동안 이루었는지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에네르게이아적 관점, 즉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그대로 '이루어진' 일이라는 관점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가치를 무언가를 달성하는 데서 찾지 않아도 된다.
6장은 나이듦과 불안에 대한 내용이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공헌하고 있다고 생각하자고 말하며 무슨 일을 하더라도 체력에 맞게 사용할 것을 권한다.
7장은 죽음과 불안이다. 아직 죽음에 맞닿은 나이는 아니지만 얼마나 그 순간이 힘들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죽음이 출생과 마찬가지로 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출생을 슬퍼하지 않듯 죽음 또한 슬퍼할 일도 두려워할 일도 아니라고 말하며, 죽음과 함께 신체, 마음이 소멸돼도 '나'는 남기 때문에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8장은 불안의 해법이다. 타인의 기대에 맞춘 삶을 살지 말고 공분(정의감)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며 인생이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이심성을 가지고 불안을 직시하고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기. 진정한 친구 사귀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 타자에게 받는 것만이 아니라 주는 삶, 공헌하는 삶을 살기를 목표로 한다면 불안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저자가 일본인인만큼 일본 철학자의 말도 다소 수록되어 있다. 어느 나라건 인간의 불안의 요소는 공통적인 것 같다. 어떻게 불안을 바라보고 현명하게 대처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혜안을 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