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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일리아스 - 호메로스가 들려주는 신과 인간의 전쟁이야기 ㅣ 지금 시작하는 신화
양승욱 지음 / 탐나는책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시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호메로스일 것이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우스>를 지었고 고전 시대에서 문명의 중요한 문화적 영웅이기도 했다. 너무 오래전의 시인이라 활동 시기도 추측만 할 수 있지만 이 시대는 소규모 도시인 폴리스가 천 여개 이상 만들어졋고 각각의 독립된 사회적 공동체를 갖고 있었지만 같은 언어와 종교롤 믿었기 때문에 그리스는 한 민족이란 의식이 강했다. 이들을 공동체로 연결해주는 또 하나가 ㅂ로 호메로스의 시가 남긴 유산이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수많은 도시국가의 다양한 제도적 유산과 변화무쌍한 그리스 언어권의 세계를 문명과 문화적 정체성의 통일된 서술로 통합해냈다는 평을 받는다.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는 호메로스가 노래한 일리아스의 주인공이다. 우리가 말하는 아킬레스 건의 아킬레스도 바로 이 영웅의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아들이며 일리아스에서의 영웅은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신의 후손일지라도 말이다. 인간의 운명은 신에 의해 결정된다는 겸허함, 하지만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선택권이 함께 주어진다. 그는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긴 삶을 선택했다. 그 명성으로 인해 서사시 속에서 불멸의 존재로 영원히 기록되는 영광을 얻었다.
이와 대비되는 파리스의 선택도 눈여겨볼만 하다. 트로이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 왕비의 아들이며 헥토르의 동생인 파리스는 알렉산드로스라고도 불리어 유명한 인물이다. 아테나와 헤라, 아프로디테가 미를 견줄 때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준 일로 헤라와 아테나의 미움을 받게 되었고, 아프로디테의 약속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나를 차지했으나 그것이 화근이 되어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다. 자신의 신분을 모른 채 양치기로 살던 파리스에게 헤르메스가 세 여신을 인도했고, 파리스에게 황금사과를 건네며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황금사과를 주라고 했다. 황금사과를 주면 그 댓가로 헤라는 권력을, 아테나는 힘과 지혜를 약속했지만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신붓감으로 주겠다고 했고 이것이 트로이라는 도시의 파멸을 이끌었으며 부모와 형제, 그리고 자기자신의 목숨마저도 빼앗아간 것이다.
한 순간의 선택이 미래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 또한 살면서 많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책을 읽으면 우리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뀌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겸손한 삶을 살아야한다는 지혜도 얻을 수 있다. 내가 종교를 믿는 건 아니라 신의 섭리라고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살면서 어쩔 수 없는 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부모나 형제, 내 주변 환경들 중 내가 태생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삶을 발전시키는 선택을 할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다.
헥토르는 죽고,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공주 폴릭세네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프리아모스 왕은 아킬레우스의 청혼을 환영했다. 그러나 파리스는 형의 복수와 헬레네를 돌려주지 않으려고 아킬레우스를 죽을 계획을 세웠다. 파리스의 화살은 아킬레우스의 급소인 발뒤꿈치를 명중시켰고 운명의 여신이 예언한 대로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인의 화살에 목숨을 잃었다.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차지하기 위해 큰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가 싸웠고 오디세우스의 승리로 아이아스는 미쳐서 자살하기에 이른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를 함락시킬 전략을 세웠고 신들의 사랑을 받았던 도시 트로이는 그렇게 파괴되었다. 10년 전쟁은 그리스군의 승리로 끝났으나 신들은 수많은 살상을 저지른 이들을 응징한다. 아가멤논은 돌아가서 살해당하고 작은 아이아스는 물에 빠져 죽고 메넬라오스는 이집트에서 5년 떠돌다가 돌아가게 되었고 오디세우스는 바다 위에서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떠돌아다니다가 겨우 돌아갔다. 트로이 왕가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네이아스의 후손이 로마를 세우면서 아이네이아스는 로마의 시조가 된다.
불변의 진리! 역시 이야기는 재미가 있다. 책을 읽는 이유다. 재미가 없으면 책을 읽지 않는다. 그 오래된 고전서사들이 지금 시간이 이렇게 흐르고도 중요한 자료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이야기 자체가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었던 옛날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리를 책의 세계로 안내하는 건 이야기, 서사가 가진 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단순하고 간결해보이는 서사에서 뿜어져나오는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 방안에서 호메로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나며 즐거운 휴가를 보내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