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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ㅣ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평점 :
2001년 출간된 칼 세이건의 책이 표지를 바꾸어 20여년만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됐다. 1995년에 원서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한국어판이 2001년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는데, 이번에 번역을 다시 하고 누락된 부분 등을 수정하여 다시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코스모스], 소설 [컨택트] 등 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부분에서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믿고 읽는 작가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비과학적인 사고와 행동에 맞서 그것들이 어떻게 인간을 비합리적으로 만드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나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신념을 합리적, 논리적으로 파헤치는 게 좋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조금이라도 겸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점성술, 미신, 외계인, 사이비 종교 등 세상에 수없이 많은 비과학적인 것들이 횡행하는 이유와 그것이 합당하지 않는 이유들을 조목조목 여러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믿고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어 하는 것을 믿는다. 칼 세이건은 이러한 인간 심리의 맹점을 잘 지적하고 모든 현상을 과학적 태도와 방법으로 바라본다. 그렇다고 칼 세이건이 과학만능주의로 빠지는 것은 아니다. 확실한 합리적,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면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믿지 말라는 것, 그리고 겸허하게 계속 탐구하라는 것. 저자가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진실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이, 혹은 과학자들이 과학 이외의 것을 모두 폄훼하고 평가절하하려고 한다는 주장들도 있지만 나는 과학이 오히려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내 믿음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올바른 절차를 거친 과학적 입증이 있기 전까지 반드시 내가 믿는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오류주의 철학의 태도, 열린 마음의 비판적 태도가 과학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과학적 태도를 매우 잘 드러내고 있다.
화성이나 다른 별에 외계인이 있다는 뚜렷한 근거는 없다. 점성술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아니다.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종교도 신이 존재하는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 심령 치료, 신앙 요법 등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들이 옳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결국 순환의 오류에 빠진다. 그리고 입증의 논리는 애매모호하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식의 논리다. 명확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비과학적인 요소에 빠져든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필연적인 삶의 고통, 인간의 욕구 등 본능적이고 본질적인 인간 심리를 교묘하게 잘 파고드는 것이 이런 부분이다. 일시적인 정신적 도피처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과학과 비과학 혹은 유사과학의 차이점은 맹목적이냐 아니냐, 오류를 인정할 여지가 있느냐 아니냐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과학적 태도와 과학적 사고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고와 태도가 비단 과학자만이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합리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진짜인지 아닌지 더욱 구분이 모호해져가는 복잡한 세상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려면, 좀 더 진실에 가까운 삶을 살고 싶다면 인간은 과학과 친해져야 한다. 과학과 수학은 그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논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력, 합리적 태도 등 이성적이면서도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고 겸손할 줄 아는 인간이 되기 위해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학문이다. 칼 세이건은 그러한 측면에서 대중에게 과학의 중요성과 그 태도, 인간이 경계해야 할 것들을 명확하게, 그리고 쉽게 알린 데 많은 공헌을 한 과학자다. 코스모스에 이은 벽돌책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칼 세이건은 칼 세이건이고 그의 책은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