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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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있잖아요. 있잖아요 사장님. 주제넘지만, 그렇게 늦게까지 회사에 있으면 가족이 걱정되지 않으세요?"
"부하들이 일하는데 나만 일찍 퇴근할 수 없잖아."
"반대에요."
레미는 금세 어린아이처럼 뺨을 부풀렸다.
"사장님이 회사에 있어서 다들 돌아가지 못하는 거예요."
레미가 평소와 달리 단호하게 말했다. 그 눈은 냉정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여서 마사유키는 엉겁결에 뒷걸음질쳤다.
"이대로는 모두 몸과 마음을 다쳐요. 가족이나 연인과도 원만하지 않잖아요. 사장님은 사생활 따위라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훌륭한 아이디어는 풍요로운 인생에서 생겨난다고, 음, 제목은 잊었지만, 아주 잘 팔리는 자기계발서에...."
- 본문 P208 중 -

참으로 애매한 소설이었다. 제목을 보고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뭐지 연애소설인가? 하지만 책 소개에 제목으로 그런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연애소설이 아니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흥미가 돋았다. 갑질도 아니란다. 그럼 왜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는 것이 제목일까 궁금했다. 이것이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였다. 책 소개를 길게 보지 않았지만 길게 봤으면 책을 골랐을까 의심이 들기는 한다.

책을 읽은 후 책 소개를 꼼꼼히 살펴봤다. 내 감상평과는 다르게 굉장히 호평받은 책이었다. 호평받은 포인트를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여성들의 우정과 카리스마 있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등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만한 요소가 충분한 책이다. 처음 몇 장 읽을 땐 사회문제를 다룬 소설인 줄 알았다. 파견직 근무 정규직과의 갈등 등. 그런데 조금 읽다 이젠 성공 스토리에 대한 책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니 뭘 말하는지 혼돈스러워졌다.

4개의 단편 중 2개를 읽고, 3번째 읽는 도중 깨달았다. 이 책은 무언가를 호소하고 싶은 책은 아니구나 라는 걸 말이다. 그냥 흥미 위주의 단편소설이었던 것이다. 이런 책을 두고 어떤 의미일까 고민했다니, 뭔가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책이 나쁘다는 비난은 아니다. 나쁜 책은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의미가 없는 소설에 의미를 찾고 있었으니 허무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냥 읽으면서 그때그때의 감정을 읽는 것이 포인트다. 문제는 내 기준으로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에 있다. 주인공 옆에서 주인공을 빛내는 조연 '앗코짱' 이라는 인물은 내가 볼 땐 그리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다. 어디서나 흔하게 보이는 그런 인물 한국에 많이 있는 그런 여자 팀장님 같은 인물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정서의 차이가 있고, 4~5년 전에 쓰여진 소설로 시대 간극도 있긴 하겠지만 아무리 봐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그래서 그렇게 책이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3번째 4번째 단편도 좀 쌩둥 맞아 보였다. 1, 2편과의 연관성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간간이 주인공이 주변인 1, 주변인 2로 나오는데 왜 굳이 그래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간단히 읽혀 읽는 김에 완독은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작가의 다른 책은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스토리가 그렇다면 표현력이 풍부하거나 여성작가 특유의 감성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오로지 이 책은 스토리가 전부인 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몰입하기 어려운 캐릭터, 소재의 책으로 공감이 가지 않아 여기서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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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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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와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이를테면 그 친구처럼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우리는 단지 그날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것뿐이니까.
그 말에 그녀는 나를 꾸짖었다.
“아니, 우연이 아냐. 우리는 모두 스스로 선택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너와 내가 같은 반인 것도, 그날 병원에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야. 그렇다고 운명 같은 것도 아니야. 네가 여태껏 해온 선택과 내가 여태껏 해온 선택이 우리를 만나게 했어. 우리는 각자의 의지에 따라 만난 거야.”
- 본문 P196 중 -

그로테스크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이 책 또는 애니메이션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다 동일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사실 난 애니메이션 제목을 먼저 보았다. 애니메이션을 본 것은 아니다. 뭐 저런 제목이 다 있을까? 지은이의 설명을 보니, 작가로서 주목받기 위해 저런 제목을 쓴 것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는 작가의 선택이 성공이 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저 위에 나오는 대사처럼 작가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대해 흥행이라는 답을 받았다. 이 책은 성공적인 작가의 데뷔작이 되었다. 소설이든 애니메이션이든 전부 성공을 거두었다. 무명의 라이트 노벨 작가로 일반 소설로 주목받기 위해 띄운 승부수는 적중하였고, 무명에서 유명 작가로 발 돋음 하게 된 것이다.

얼마나 사전 정보 없이 책을 본 것이냐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처럼 애니메이션이 성공을 거두자 소설로 만든 줄 알았다. 성공한 애니메이션의 소설화 일본에서는 이런 게 유행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의 무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특이한 거였고, 보편적인 원칙인 이 애니메이션도 소설이 원작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애니메이션은 생각하지 않고 책을 볼 수 있었다. 책이 재미있으면 영화를 보면 되지 모 하는 그런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굳이 애니메이션을 찾아볼 것 같지는 않다. 소설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책만으로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었고, 마음속에서 그린 소설의 장면을 꼭 영상을 통해 눈으로 남길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불치병에 걸린 여주와 남주와의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 이건 흔한 소재이다. 우리나라도 각종 영화 및 소설이 즐비하다. 굉장히 진부한 이 소재를 작가는 흥미롭게 풀어나갔다. 포커스를 어디에 맞췄냐면 보통은 사랑이야기일 텐데 이 책은 성장 스토리로 맞췄다. 너무 외향적인 여성과 너무 내향적인 남성 대척점에 서 있는 두 남녀가 서로의 성격을 흠모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성장 드라마. 이 책을 간단히 표현하면 저렇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생각되겠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둘을 이어주고 극을 끌어가는 감정적인 텐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랑도 연인으로서의 사랑인지 우정으로서의 사랑인지 명확하게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러니 이 사랑이라는 감정은 부가적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진부한 소재를 흥미진진한 소설로 바꿀 수 있었다. 불치병에 걸린 대상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한다는 성장 드라마 책은 대부분 어른과 어린이의 우정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 책은 젊은 남녀 간의 사이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그려내었다. 거기다 한 명이 가르치고 한 명은 받아들이는 관계도 아니다. 서로를 가르치지 않는다. 각자 서로의 태도를 통해서 스스로 성장을 이루어낸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하다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이별도 보통의 방식과는 다르게 쇼킹한 방법으로 이별을 한다. 결말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 거북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생각치 못한 방법으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결론적으로는 주인공은 성장한다. 그것도 삶이 180도로 변화할 정도로 크게 변화하게 된다. 성장 드라마에서 내가 약간 비난하는 것이 있는데, 어떤 삶은 옳은 삶이고 어떤 삶은 틀린 삶이다 라고 단정 짓는 흐름이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본인에게 유리한 삶인가 불리한 삶인가에 대한 평가를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엄청난 부잣집의 소년이라면 히키코모리의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돈을 벌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이라면 저런 성향은 생존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안 좋을 것이다. 물론 소설은 변화한 성향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는다. 할 수 없는 게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소설로 이 판단은 독자가 하면 될 것이다. 난 주인공의 이전 성향이 썩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성향이 뭐가 나쁘단 말인가? 그는 그녀처럼 외향적이 될 것으로 결심을 하고 실천해 간다. 하지만 친구 한 명을 사귀기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게 된다. 어떻게 보면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1년을 보낸 것이다.

1인칭 소설의 장점은 해석은 온전히 독자의 맘에 달렸다는 것이다. 난 저렇게 평가했다. 본인이 만족한다면야 변화하는 것이 나쁘진 않으나, 이전 삶의 태도가 그리 썩 나쁜 것은 아니다. 주인공이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성격을 변화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옳지 않다고 바꾼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녀도 그의 이전 성향에 대한 동경으로 그를 ‘선택’한 것으로 분명 누군가에겐 아주 매력적인 모습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여주의 성격보다는 남주의 성격이 더 맘에 들기 때문이다. 한 편의 잔잔한 단막극을 본 것 같이 만족할만한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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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헌터스 3 : 유리의 도시
카산드라 클레어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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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떠올리기 싫은 아픈 기억이라고 해서 모조리 지워버릴 수는 없다. 클라리는 맥스나 매들린을, 호지를, 심문관을, 심지어 세바스찬까지도 잊고 싶지 않았다. 모든 기억은 소중한 것이다. 좋은 기억뿐만 아니라 나쁜 기억까지도. 발렌타인은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더불어 섀도우 헌터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싶어 했다. - 본문 애필로그 중 -

책의 스토리의 구성이 정점을 찍었다. 모든 갈등이 해결되었고 빌런이 죽음으로 마무리되었다. 이것만 보면 스토리가 마무리되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을 정도다. 요즘 나오는 많은 책이나 영화들이 3부작으로 이루어지니 이것으로 책이 끝나도 그런가 보다 할 만하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 다음 권이 나올만한 단서를 남겨 두었기 때문에 이야기는 끝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책이 나온 지 5년이 되었기 때문에 몇 권으로 끝나는지 알고 있으니 이 책이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총 6 권으로 책 권수로 보면 아직 갈길이 멀다. 이제 겨우 절반이 지났을 뿐이다. 책 1권을 봤을 때 느꼈던 것은 떡밥이 너무 길다. 주인공 남녀의 관계가 너무 애매하다 아무리 길게 끌고 가도 3권 안에 결론을 짓지 못하면 이 스토리는 실패했을 텐데 라고 생각 했는데 딱 3권에서 관계를 확정 짓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의 인기를 유지하게 된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3권까지 보면 영화로 실패할 소설이 아니다. 영화로 만들면 충분히 재미있는 소재의 책이다. 다만 1권이 너무 임팩트가 없다는 것 이것이 영화로 시리즈를 끌고 가는 동력을 만들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한다. 2권, 3권에 나오는 수많은 전투신이 영화와 되었다면 얼마나 화려하고 재미있었을까? 약간 아쉬움이 든다. 1권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마지막까지 읽었다면 2권은 주인공의 관계가 답답하지만 스토리는 긴박하게 지나기 때문에 읽힌다. 이 상태에서 3권을 읽게 된다면 시원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작가가 만든 스토리의 절반이 끝났다. 1, 2, 3권이 부부간 부모 자식 간의 갈등과 근친 사랑이 주 갈등 포인트였다면, 후반부 3권은 형제, 남매간의 갈등이 주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3권까지는 아슬아슬했다. 자칫하면 금기를 넘어갈 뻔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갈등은 잘 풀렸다. 물론 끝까지 아슬아슬함을 유지하는 마법을 부렸다. 여성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전개로 보인다.

하지만 후반부 스토리의 갈등 요소를 전반부의 내용을 갖다 쓴다던가 전반부의 플롯을 그대로 따라 한다면 성공한 이야기의 재탕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작가의 상상력이면 충분히 더 재미있는 내용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트와일라잇과 해리포터의 분위기를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었다. 후반부 그리고 다음 책도 많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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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겨울 에디션)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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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열심히 사는 인생은 끝이다. 견디는 삶은 충분히 살았다. 지금부터의 삶은 결과를 위해 견디는 삶이어서는 안 된다.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다. 앞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뿅 하고 건너뛰고 싶은 시간이 아닌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지.

어느덧 잊고 있던 재미가 살아난다. 이게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나? 빨리 완성하고 싶은 조급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귀찮기만 했던 바느질이 좀 더 길게 계속되길 바라는 지금의 나. 아직 아무것도 완성한 것은 없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나는 지금 제대로 즐기고 있다.

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본문 P285 중 -

이 책은 입이 쓰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삶의 방식과 비슷한 사고방식으로 살고 있는 사람의 글을 읽었다. 한 세대 전의 삶을 살아온 기성세대들은 요즘 세대의 사람들은 열정적이지 않고 끈기가 없다고 욕을 한다. 근속연수 불과 1년이 되지 않았는데 퇴사 및 오로지 공시에만 올인하는 모습을 보고 한탄한다. 하지만 한 세대 전의 사람들은 모른다. 본인들의 세대가 얼마나 살기 좋았는지를 말이다.

IMF가 오기 전에 취업 전선에 있던 사람들은 고도 성장기에 일할 사람이 없어 기업들이 대학에 줄 서서 직원 채용을 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은행 이자가 10%에 육박했고 모두 다 조금만 돈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산 집은 하루가 다르게 값어치가 올라 모두 다 중산층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 그땐 열심히 일하면 모두가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결과를 맛보던 사람들이다. 그때 당시 집이 없거나 재산을 모으지 못하면 부지런하지 못했다. 그리고 열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IMF를 거치면서 그리고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고도 성장기에 올랐던 집값은 오히려 더욱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직업 안정성이나 임금의 질은 점점 떨어져 나갔다. 그러면서 빈부격차는 계급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벌어져 버렸다. 이젠 열심히 한다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시점은 지났다. 오히려 열심히 일하나 대충 일하나 50보 100보가 되어 버렸다. 그럼 밥상에 나물 하나를 더 올리기 위해서 열정을 다해 일해야 하느냐 아니면 나물 하나 안 먹으면 되지 하면서 반찬 가짓수를 포기하거나 하는 갈림길에 젊은 층들이 강제로 선택을 요구받게 된 셈이다.

그럼 현재의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Z 세대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들은 반찬 가짓수로 고민하지 않고, 밥은 안 먹으면 되지 빵으로 식사를 때우고, 남은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 라고 선택했다. 이런 선택에 기성세대들은 당황했다. 12첩 반상을 목표로 해야지 뭐 하는 거냐고. 하지만 그들은 몰랐던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 반찬을 하나 더 올려봐야 고기반찬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막대한 재화를 받은 이들은 가만히 앉아도 20첩 반상이 올라온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아무리 바둥거려봐야 나물 반찬 하나 올리기 어렵다.

그러면서 점차 사회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담담하게 본인의 이야기로 풀어간 사람이 하완 작가로 보인다. 작가는 열심히 살았고 그것이 큰 의미 없음을 깨닫고 마음대로 살기로 했다.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다. 대출로 집을 사고 그 대출을 갚기 위해 돈을 위해 살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 생존에 위협이 생기면 그때 열심히 살겠다. 이런 마음가짐을 보여준다.

현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나조차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씁쓸한 무언가가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은 이 사회가 건강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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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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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 법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가진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예외는 왕족뿐이다. 더불러 정부는 안락사 방법을 몇 종류 준비할 방침이다. 대상자가 그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한다. - 본문 P9 중 -

제목을 보고 갸우뚱했다. 그리고 책 소개를 살짝 보고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70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사망을 해야 한다. 위와 같은 상황을 던져주고 이것으로 인한 한 가정의 에피소드를 그린 소설이다. 약간은 블랙 코미디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저런 법안이 통과될리는 사실 없다. 점점 역삼각형 구조가 되고 노인층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마당에 저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소설이니까 얼렁뚱땅 저런 일이 있다고 시작한다. 저 법이 통과된 이유는 노년층이 증가해서 발생하는 갖가지 국가 비용 문제나, 실업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이 없으니 정부가 노년층을 없애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을 했다. 그리고 법제화하는 것이 통과되었다. 이젠 노년층 인구가 증가해 발생하는 모든 비용 지출을 사회 발전을 위해 사용해서 다시 한번 경제 활성화를 이루어보자. 이런 내용이다.

만약 저런 법안이 통과된다면, 사회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까? 난 단순히 돈 많은 노인들의 이민이 급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민 갈 능력이 안되거나 복지시설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 법의 대상이 되고 복지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시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방법으로 소설을 풀어나갔다.

한 가정이 있다. 가부장적인 가장과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 그리고 아내. 시어머니는 거동을 못하신다. 아내는 시어머니 병시중을 13년째 하고 있다. 아들은 일본 최고의 대학을 나와 최고의 직장을 다녔으나 3년 만에 퇴사한다. 그리고 3년째 재취업이 안돼서 놀고 있다. 딸은 정규직이 안되고 계약직으로 여기저기 옮긴다. 한 가정에 일본의 모든 문제를 담았다. 여기서 갸웃할 수 있다. 일본은 지금 인력이 넘쳐나지 않나? 그건 지금이고 소설이 나온 시점은 2012년으로 아직 현재의 완전 고용이 시작되기 전이다.

이러한 일본의 모든 사회문제를 가지고 있는 가정에 위와 같은 폭탄이 떨어진다. 그럼 어떤 일이 발생할까? 문화가 다르다고 생각했으나 우리랑 흡사한 점이 많았다는 것에 놀랐다. 고부갈등이나 고부로 인한 부부간의 갈등 등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생각했으나 일본도 똑같이 이런 갈등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갈등을 표현하는데 굉장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해결은 너무 순식간에 끝나서 텐션이 끝까지 유지되지는 않았다. 초반이 좀 지루했다고 할까나.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순식간에 읽히는 책이었다. 저런 법안이 통과되지는 않겠지만 세대갈등, 혐오 논란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요즘 시대를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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