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김혜정 지음 / 오리지널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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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나온 지 모르는 이 글귀는 언제든 써도 참 어울린다. 대부분 힘들 때 쓰는 글귀긴 할 거라 현재가 힘든 사람들은 저 글귀를 보면서 견디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 저 글귀를 참 자주 많이 보는 것 같다. 멀리서 보면 참 평탄한 삶을 살고 있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굴곡진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 같다. 멀리서 보면 평탄하다는 것은 크게 일하는 곳을 바꾸지 않고 살고 있기에 그럴 것이고 가까이서 보면 굴곡진 것은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변동이 심해서 일 것 같다.

뭐가 어찌 되었든 무슨 일이든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니다. 지금 당장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 생각이 들지 몰라도 조금 지나고 보면 뭐 큰일은 아니네 하고 생각이 든다. 이 책에도 그런 비슷한 말이 나온다. 현재의 고통이 약해서라기보다는 지층이 쌓이듯 다른 일들이 쌓이다 보니 현재의 고통이 나중엔 잊히더라고 하는.

청소년 문학을 주로 쓰는 작가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았다. 워낙 청소년 문학에서 기반을 쌓으셔서 쉽게 성인 문학으로 다가가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분명 있었을 것이고. 작가의 말에 살짝 그런 뉘앙스를 풍겨 놓았다. 이 책은 청소년과 성인의 딱 중간에 있는 그런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성인이지만 스토리는 청소년의 이야기다. 쉽게 읽히지만 공감도 되는 그런 이야기였다.

타임슬립에 대한 이야기지만 현재로 금방 돌아오고 나의 행동이 현재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특정 시점만 돌아갈 수 있다는 설정은 나비효과와 같다. 나비효과는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엄청난 여파로 돌아오지만 이 책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삶의 조그만 기억만 바뀌는 정도? 전체적인 큰 변화는 없지만 뭐라 할까? 한 사람의 생으로 보면 큰 변화를 만드는 그런 모습이었다.

책은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고 추천해 준 지인에 따르면 한 번 보면 다 읽을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다는 평을 했다. 그 정도로 재미는 있었다. 쉽게 술술 읽히고. 오 백 년째 열다섯도 그렇지만 작가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고 가볍게 술술 풀어줬기에 한 편의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듯 책을 읽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나고 보니 별일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 일의 크기가 작기 때문이 아니다. 그 일 위에 다른 일들이 차곡차곡지층처럼 쌓였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내 지층이 몽땅파헤쳐져 맨 아래 있는 게 드러나버렸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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