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문기업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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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연상되는 작가가 있었다. 오가와 이토. 그녀는 음식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큰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쓴 글을 보면 정말 맛나 보이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 음식을 쓴다는 건 참으로 어렵다. 냄새도 나지 않고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묘사하기 참 어려운 소재가 아닐까 한다. 그런 음식을 맛깔나게 쓴 작가가 오가와 이토고 그녀에 못지않게 쓴 글이 이 책이 아닐까 한다.

음식은 지금 많이 혼자들 먹지만 누군가와 같이 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래서일까? 화해라는 주제와 잘 어울리는 소재다. 보통 같이 밥을 먹으며 화해하는 그런 모습을 하는데 이 책은 같이 먹는 것에서 화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 같이 음식을 만들면서 화해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다 요리라는 것은 많은 부분 여성의 역할처럼 비쳤다. 더군다나 우리보다 더욱 남녀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고 되어 있는 일본에서 할아버지가 요리를 하고 그 요리의 방법을 배운다는 이야기의 흐름은 신선했다. 우리나라는 아무리 많은 부분 변화가 발생을 하였어도 요리사가 아닌 이상 남자가 요리를 하고 그 요리를 배운다는 설정은 잘 없지 않나 생각한다.

잔잔하게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네………. 하지만 나쁜 일이 일어났는데 기분 좋게 살고,
그게 가능한가요?"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어서 그런지, 그렇게 물을 때 나도 모르게 살짝 도발적인 말투가 된 것 같았다.
"그게 말이죠, 실제로 가능합니다."
"네? 말도 안 돼…………"
"아하하, 말이 안 되긴요. 사람은 말이죠, 두 가지를 한번에 생각할 수 없는 동물이랍니다. 그러니까 나는 이 그네를 흔들고 있을 때만큼은 될 수 있는 한, 요즘 있었던 ‘작지만 좋았던 일‘을 떠올리고, 그때의 감정을 새삼 꼼꼼하게되씹어보기로 했습니다. 행복을 맛보고 있을 때는 불쾌한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니까, 나쁜 일도 잊을 수 있는 거죠."
"근데 그네에서 내리면 또 풀이 죽잖아요?"
"음, 처음엔 그랬어요. 근데 작지만 좋은 일을 떠올리고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행동이 습관처럼 몸에 익으니까, 정신이 개운해진다고 해야 하나?"
"개운해진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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