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가 사랑한 순간들 - 헤세가 본 삶, 사람 그리고 그가 스쳐 지나간 곳들
헤르만 헤세 지음, 배수아 엮음.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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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가 직접 엮어 만든 책은 아니다. 헤세의 수필들 그리고 소설 중 엮은이가 선정하여 내놓은 책이다. 제목처럼 사랑한 순간들에 대해서만 적은 책은 아니고, 나름의 주제에 맞춰서 정리된 내용으로 만들었다. 헤세는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이야기를 적어나갔을까? 그는 책을 쓰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근데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헤세의 책을 좀 읽어야 할 것 같다. 기본적인 생각을 알지 못한다면 책을 읽으면서 문체에 당황을 할 것이다. 내가 딱 그랬다. 사실 헤세의 책을 몇 권 읽지 않았다. 심지어 헤밍웨이와 헷갈리는 누를 범했다. 헤밍웨이의 느낌이 아닌데, 에세이는 느낌이 다른가 보다고 생각을 했다. 이상하다 싶어 다시 확인해보니 착각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헤밍웨이의 책과 헤세의 책을 헷갈리다니,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 생각하지만 이 책을 처음 읽는 당시는 너무 당연한 듯 헤세의 책은 [노인과 바다]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세계 문학 같은 느낌으로 쓰여있다. 철학적이고 한 문장 문장이 길고 긴 전형적인 문학 소설과 같은 느낌이다. 내면의 표현과 정신적인 표현을 상세하게 하는 그런 고전 문학의 향기가 물씬 나고 있었다. 에세이는 보통 개인적인 생각이나 주제가 많기 때문에 한 없이 가벼울 텐데, 가벼운 주제에서도 깊은 사상을 표현했다.

다양한 소재의 글을 선보였는데, 특히 여행과 관련된 챕터가 흥미로웠다. 시대상이 물씬 풍겨 한눈에 시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땐 어떤 여행이 유행이었는지, 헤세는 어떤 여행을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다. 헤세는 자연 풍광을 좋아했다. 그리고 집단 여행 지금으로 말하면 패키지여행을 싫어했다. 1900년대도 패키지여행이 있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자연을 찬미하고 여행을 노래했다. 여행은 휴식을 취하기만 하는 것도 우연한 만남과 교제도 아니라고 했다. 풍경이나 호기심을 만족하기 위함에 있는 것도 아니고 여행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라 했다. 이러한 헤세의 생각에 동의했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에 반가워했다.

헤세는 처음에 여행을 이야기했고 다음은 사랑, 사람, 생각을 이야기했다. 물론 헤세가 엮은 것은 아니니 그런 생각을 하고 쓴 글들은 아니다. 엮은이가 정리를 한 것인데, 나름 괜찮은 정리라 생각했다. 단, 생각은 빼고 그 이전까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은 다른 책에서 인용하거나 편지를 인용하는 등 엮은이가 맘에 드는 이야기들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내용이 헤세의 생각인데 굳이 저런 챕터가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상 마지막 챕터가 가장 재미는 없었다. 그 외에는 구성이 훌륭하고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20년 전에 읽었던 그의 책들을 언젠가 다시 한번 꺼내봐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여행의 서정은 일상의 단조로움, 일과 스 트레스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데 있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과 교제에있지 않으며, 색다른 풍경을 감상하는 데 있지 않다. 그렇다고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것도 아니다. 여행의 서정은 경험에 있다.
그것은 더욱 풍요로워 지는 것, 새로운 획득물을 내 안에 유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해하고 대지와 인류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해하는 것, 옛 진리 와 법칙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 안에서 재발견하는 데 있다.

- 본문 P61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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