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늦었네 스콜라 창작 그림책 80
신순재 지음, 염혜원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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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봤던 그림체와 느낌이라 했더니,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나는 자라요'의 그림 작가였다. '한 발 늦었네'도 색연필과 수채화를 섞어 놓은 듯한 따뜻한 그림에 시처럼 읽히는 글이 만나고 있다. 표지 뒤에 쓰인 작가의 이력을 보니, 글 작가의 '시인 아저씨, 국수 드세요'도 읽은 적이 있어서 반가웠다.

  표지에 적힌 '한발 늦었네'라는 그림에는 벚꽃, 개나리와 같은 봄꽃들과 여자 아이, 나비, 고양이, 참새가 그려져 있고, 이들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늦었다는 말과 어울리지 않게 전혀 조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느긋하고 평화로운 표정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모습이다.

  한발씩 뒤쳐지는 주인공들은 이야기한다. "괜찮아. 한발 늦어도", "볼 수 있어! 한발 늦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주제를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그럼에도 사랑스런 봄을 닮아 기분 좋게 읽힌다. 

  살포시, 살랑, 사푼사푼, 나풀나풀, 포르르, 저학년 아이들과 천천히 소리 내어 읽으며 이런 흉내 내는 말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 아이들은 이 동화를 어떻게 읽을지, 어떤 경험들을 떠올리게 될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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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 여는 회복적 생활교육 - 존중, 공감, 책임 속에서 함께 만드는 평화롭고 안전한 교실
정유미 지음 / 맘에드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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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말을 종종 들었는데,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알지 못했다. 특히 회복적 정의의 도입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 궁금하던 차에,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막연한 궁금증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잘못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피해를 입은 아이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캐나다의 한 마을에서 두 고등학생이 일으킨 난동에 대한 해결책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회복적 만남을 가지게 하고 그로 인해 마을의 안전과 평화를 회복한 일이 그 시초라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회복적 과정이 캐나다 사법 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전 세계적으로 교육 제도의 변화까지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1장에서 이렇게 존중과 평화,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기본 철학을 공유하고, 2장에서는 그 방법론인 서클에 대한 설명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기본적인 대화 방식인 서클은 반 구성원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동등한 관계 안에서 존중의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이다. 처음 서클을 열 때 주의해야 할 점이나 지켜야 할 약속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었고, 서클에서 중요한 개념인 평화의 공간을 상징하는 서클피스, 이야기 참여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하는 상징적인 도구인 토킹피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3장에서 5장까지는 회복적 가치와 관련한 다양한 놀이들을 소개한다. 3장의 서클 놀이부터 4장의 존중, 공감, 책임의 회복적 가치를 담은 놀이, 5장에서는 회복적 가치를 의미 있는 배움으로 연결시킨 놀이들을 감정, 문해, 수학, 예술, 과학, 미래교육 놀이로 구분하여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저자가 직접 실천한 활동 사진과 활동 팁을 실어 하나씩 따라해보기 어렵지 않게 하였다. 널리 알려진 놀이들도 많이 있지만, 회복적 정의와 평화로운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놀이를 택하고 실천한 모습들을 만나면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교실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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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시 코르차크 아이들을 편한 길이 아닌 아름다운 길로 이끌기를 세계 교육석학에게 배운다 3
최민혜 지음 / 한울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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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을 사랑하며 어린이들을 위해 살았던 인물을 떠올릴 때 야누시 코르차크를 빼놓을 수 있을까. 남긴 글뿐만 아니라 온 삶으로 그를 증명하였던 코르차크, 나 또한 그에 대한 마음의 울림을 간직하고 사는 교사로서, 역시 그에게 매료되어 그 삶을 따라가고 있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책은 코르차크의 일생을 간추려 설명하며 시작하여서 코르차크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도 먼저 어떤 인물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코르차크의 철학과 교육적 실천을 본격적으로 다시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여 다룬다. ‘아이와 사귀고, 아이를 잘 알며, 아이에게 호의적으로 남는 사람, 그 사람이 곧 교육자이다.’라는 코르차크의 말이 그 구분의 기준이 된다.

  사귐으로써 아는 아이들의 관계처럼,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했던 코르차크 역시 사귐을 먼저 강조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마음을 읽어주고 그대로 받아주는 공감과, 서로 간의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 또 코르차크는 어린이 세계의 파브르가 되시라라며 관찰과 기록을 통해 아이를 아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운다. ‘공동체 속에서의 아이를 관찰함으로써 그의 가능성을 기록한다’, ‘기록은 측정할 수 없는 귀중한 보물이라고 여긴 코르차크가 아이들을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온갖 정보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통해, 교육자로서 그의 무한한 사랑과 정성에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졌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호의적으로 남는 사람과 관련해서 작가는 동행존중을 이야기하는데, 이 또한 실제로 30여 년을 고아들을 위한 보육원을 운영하며 어린이 신문과 어린이 자치 법정을 만든 그의 삶의 모습 그대로였다.

  전쟁과 게토 봉쇄 속에 매일 구호단체와 자선가들을 찾아다니며 어린이들을 위한 돈과 식량을 구하던 코르차크, 자루 든 노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무수히 많은 교육 철학자들,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상들도 많지만, 한 사람의 일생이 이토록 온전히 진실하고 따뜻할 수 있을까. 무너진 교권에 대한 한탄과 절망으로 너무나 힘들었던 올해,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교육자로서의 삶의 가치와 희망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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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민쌤의 완전 쉬운 에듀테크, 태블릿 활용수업 - 과목별 필수 앱 포함, 1인 1디바이스 환경설정부터 수업루틴, 학급운영까지
원정민.최지은 지음 / 테크빌교육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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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에 11태블릿을 갖추고 있지만 수업 시간의 자료 조사 등에만 사용했을 뿐, 어떻게 수업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과목별 필수 앱 포함, 11디바이스 환경설정부터 수업루틴, 학급운영까지라는 설명이 더해진 이 태블릿 활용수업 도서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태블릿 활용 수업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태블릿 활용 수업 전 준비해야 할 사항부터 루틴화할 수 있는 교과 수업, 태블릿 활용 교실놀이, 형성평가, 수업 결과물 만들기 등 교실에서 태블릿을 활용할 수 있는 사례를 최대한 찾아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 저자 말대로 에듀테크 홍수라고 할 만큼 관련 자료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앞서 보았던 다른 도서나 연수 자료들보다 내용 구성이 알차고 처음 접하는 교사들도 접근이 쉽게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블릿을 플레이스토어 등에 등록하고 아이디나 비번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부터 알려주어 태블릿 활용 수업 초보자로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특히 루틴화할 수 있는 교과 수업은 각 교과별 특성에 맞게, 교과별로 가장 자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도구와 적용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어 너무나 유용하였다. 띵커벨보드나 Wordwall을 이렇게 활용할 수도 있구나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미래엔 AI CLASS나 키림바&송 메이커 등의 처음 접하는 프로그램도 많아 신기하였다. 태블릿PC를 활용하여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도 학생들이 보다 주도적이고 성취 기준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되었다.

  또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성취도나 수준이 달라 먼저 과제 수행을 마친 학생들이 기다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학생들에게 안내하여 활용할 수 있는 앱을 제시한 것도 역시 현장에 계신 선생님이 만든 책이구나 싶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교실놀이나 평가, 상담 등 에듀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장면을 만난 느낌이다. 디지털 기반 수업에 필요한 필수 정보와 적용하기 쉬운 방법,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는 이 책을 보며 보다 많은 선생님들이 디지털 기반 수업에 대한 자신감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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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표지 2종 중 ‘빨강’ 버전)
서은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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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며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 향을 담다'라는 소제목에 꼭 맞는 표지의 색감과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이라는 정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고운 비단 같은 느낌의 표지를 넘기자 만나게 되는 것이 만화라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은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로 시작하는데, 현대의 인물들을 만화로 나타낸 것임에도 화선지의 질감이 느껴지는 종이의 표현과 함께 수묵화 같은 느낌이 나서 책의 주제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그림 작가여서 실제 작가의 모습이 얼마나 반영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정선의 인왕제색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 조선의 명화 11편을 소개하고, 마지막에는 다양한 고사 인물화·산수 인물화 작품들을 함께 다룬다.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한 작품들도 있고 처음 보는 작품들도 있었는데, 주제로 다루는 11편의 작품뿐만 아니라 같은 작가나 비슷한 소재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여 다양한 조선의 명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그리고 등장인물을 소개하며 시작한 한 편의 만화 형식을 띠면서도 책의 장마다 구성을 달리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장은 주인공들이 등장하여 사건이 전개되기도 하고, 어떤 장은 이 인물들 없이 조선 시대 그림의 탄생 배경을 상상하여 표현하기도 하였고, 또 어떤 장은 그림에 담긴 내용을 한 편의 이야기처럼 표현하기도 하였다. 각 작품을 보며 작가가 느끼고 상상한 바를 최대한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담긴 두 지기의 우정, 정약용의 '매화병제도'에 담긴 아버지로서의 마음 등 작품의 배경과 의미를 새롭게 알 수 있어 좋았다. 익숙하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지던 조선 시대의 작품들이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통해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수묵화와 만화라는 표현 방법의 변화처럼 시대를 오가며 작품과 작가들을 만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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