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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눈부신 철학 - 한류와 ‘다이내믹 코리아’의 뿌리 ㅣ 철수와영희 생각의 근육 5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5년 2월
평점 :
세계에 몰아치고 있는 'k-열풍'에 뿌듯해하면서도 '국뽕'에 취함을 조롱하기도 하는 오늘날의 우리들. 그런 한국인들에게 철학자인 한국인 손석춘은 '한국인의 눈부신 철학'에 '한류와 다이내믹 코리아의 뿌리'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눈에 띄는 표지의 색상도, 글씨체도, 삽화도 어떻게 한국을 담을까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데, 이 책을 쓰며 저자는 한국인의 뿌리를 세상에 내보이고자 얼마나 공을 들였을까 싶었다. 이 책은 단군 신화, 처용 설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설화 등 신화와 설화, 우리 문학을 통해 그에 담긴 한국인의 철학을 설명하며, 주제를 구분하여 총 7장으로 구성하였다. 머리말에 적은 것처럼 한국인의 철학을 찾은 문제 의식과 방법론, 기본 개념들을 '여는 글'에 서술하여, 여는 글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 되고 있기도 하다. 여는 글을 읽은 뒤에는 순서와 상관 없이 관심 있는 주제부터 읽을 수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한 장 한 장이 각각 하나의 연구 논문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논문 같기에 마냥 쉽게 술술 읽히는 글은 아니지만, 그만큼 각 문단마다 근거가 충실하며 다양한 배경 지식을 쌓아가는 느낌이 든다.
철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우주철학'이라는 개념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우주적 존재로서 사람이라는 문학의 철학적 탐색, 그 심층에 자리한 사회서사가 우주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저자는 문학치료학과 우주철학, 사회서사를 연결하며 한국인의 철학을 찾은 방법을 제시한다. 사회서사를 범주화하기 위해 삶에 대하는 자세를 내향형과 외향형 둘로 나누고, 다시 세상을 보는 관점으로 사회 체제를 고정불변한 것으로 보는지, 변화하는 것으로 보는지를 구분하여, 사회서사를 순종서사, 적응서사, 관조서사, 실천서사의 범주로 나누었다. 이러한 구분의 타당성을 논할 만한 지식은 없지만, 이러한 구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의 장면들, 그리고 그러한 사회서사의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내면 성찰의 개념에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였다.
꽤 자세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단군 신화도, 처음 듣는 '효자 호랑이' 이야기도, 작가의 설명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개인이지만 사회 속에 속하는 사람들, 그 사회서사를 통해 한국인 대다수가 가지고 있던 철학이 무엇인지를 드러내고, '눈부신'이라고 칭한 것에서 드러나듯 우리로 하여금 그 빛남을 느끼고 존중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철학자 로티가 '철학이 삶을 새롭게 재서술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하였는데, 한국인의 철학을 새롭게 재서술하는 작업을 통해 철학을 하고 있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