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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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내용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책을 만났다. 하지만 강경수 작가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작가 이름을 보고 기대하며 책을 펼치게 되었다. 노랑 바탕에 검정과 하양, 그 환하고도 어두운 표지는 판화 작품 같기도 하고 영화 포스터 같기도 했다. 그 표지를 펼치자 '우주'가 나타나고, 다시 '지구', '도시'로 들어가 작은 아기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깨어난 그 작은 아기와 아기를 보살피는 커다란 손의 이야기다. 기지개를 켜고 기분 좋게 기어가던 아기는 벽에 부딪히고, 그 작은 집 위로 다시 커다랗게 '세상'이라는 글자가 시야 가득 들어온다. 아기가 처음 만난 세상에는 이렇게 자신을 가로막는 벽이 자리하고 있지만, 커다란 손의 다정한 보살핌이 있어 아기는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아기는 자라서 아이가 되고 바깥을 궁금해하며, "그럼 나도 세상에 나가 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 위험하고 무서운 곳이라고 알려주는 커다란 손. 처음 보는 아름다운 생명인 사슴과 그 사슴이 죽은 자리에서 나타난 한 소녀 덕에 세상이 더 궁금해진 아이는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커다란 손과 갈등하게 된다.

  커다란 손 스스로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말했던 것처럼 아이와 커다란 손의 모습은 어쩔 수 없이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부모의 품이 세상의 전부였던 아기는 자라면서 점차 그 관심과 애정이 가정 밖으로 향하게 되고, 하지만 부모는 여전히 작게만 보이는 아이가 세상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한없이 품어주고 싶고. 이 둘의 세상 밖에서 바라보는 우리는 비로소 그 둘의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이가 성장한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보호와 통제 사이에 있던 부모의 사랑이 그 어딘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우리가 그러했듯, 결국 이야기 속 아이는 스스로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바깥으로 나가게 된다. "세상을 직접 보고 싶어요.", "모르면 알아갈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나는 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네가 있을 곳은 내 곁이란다."라고 말하는 커다란 손에게 "나는 잘할 수 있어요.", "정말 고마웠어요."라고 답하고는 세상을 향해 걷는 아이. 당연히 예상했던 결말임에도 마음이 짠하다. 아이를 응원하고 커다란 손을 위로하고 싶어지는 마음. 어떤 마음에 더 공감하면서 읽든, 나를 돌아보며 읽게 되는 책이다. 아이 손을 잡고, 또는 부모님 손을 잡고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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