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그려나가는 마음 - 잊히지 않을 화가들, 그들의 삶과 그림 사이
조성준 지음 / 눌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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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마 아프 클린트의 그림을 알게 되어 기쁘네요, 그림들이 무척 아름다워서 관람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올해는 계속 그려나가는 마음으로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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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카인드 womankind Vol.7 : 여성이 행동할 때 - 한국판, 7호 우먼카인드 womankind 7
우먼카인드 편집부 지음 / 바다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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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카인드』를 처음 보았을 때가 생각난다. 인류를 뜻하는 Mankind의 일부를 Woman으로 바꾸었을 뿐인데 당연했던 무언가가 산산이 파괴되는 기분이었다. 혹자는 Mankind이든 Womankind 이든 무엇이 크게 달라지는 거냐고 마치 경찰이든 여경이든 똑같은 것 아니냐고 삿대질 하는 사람들처럼 화를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의 절반이 전체를 대표하는 것 자체가 이미 평등에 어긋나는 것이다.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던 이 사회에 인종, 직업, 국가를 초월하는 다양한 여성의 얼굴을 표지에 넣은 우먼카인드의 존재는 그래서 더 의미 있고 마음 뭉클한 것이었다. 



『82년생 김지영』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여성 연예인이 두각을 나타내자 사람들은(정확히 말하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라고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그런 비아냥에 겁을 먹기는커녕 더 열렬히 페미니즘에 돈을 썼다. 여성 작가의 책을 사고 페미니즘적 의미가 있는 제품을 구매했다.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이나 방송에는 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항의했다. ‘김치녀’, ‘된장녀’로 여성의 소비를 비하하면서도 여성의 지갑이 열리기만을 바라던 이 모순적인 사회가 조금씩 변화할 수 있었던 건 여성들이 그렇게 연결되고 목소리를 내고 힘을 보탠 덕분이다. 



더 진보적인 변화는 매달 첫째 주 일요일에 시행되는 ‘여성 소비 총파업’에 있다. 자본가 대부분이 남성인 이 사회에서 여성들이 소비만 하다가는 종래에 예쁜 옷만 가득한 옷장만이 남을 것이란 위기감이 여성들을 또 한 발짝 나아가게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처음 읽었던 『우먼카인드』4호의 주제는 ‘여성들이 일을 멈춘다면’이었다. 1975년 10월 24일, 아이슬란드에서 여성들이 성차별에 반대하며 집 밖으로 뛰쳐나와 대규모 파업 시위를 벌였다. 여성들이 분노하자 나라가 뒤집어졌다. 이듬해에 여성과 남성의 권리가 동등하다는 법이 통과되었고(아니 이런 당연한 사실을!) 1980년에는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었다(우리나라는 2012년!). 흑백 사진 속 수많은 여성들의 분노가 20여 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나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한국의 영 페미니스트들과 아이슬란드 여성들의 모습은 많이 닮았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걸, 여성들에게 국경은 없다는 걸 『우먼카인드』덕분에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올해 5월에 나온 7호의 주제는 ‘여성이 행동할 때’이다. 조그만 변화에 일희일비하느라 무기력은 더욱 커지고 페미니스트들을 향한 백래시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요즘, 시기적절하게 나온 주제였다. 표지에는 무지개 같은 강렬한 배경 앞에 저항의 눈빛을 빛내는 쿠바 여성의 얼굴이 있었다. 아니, 사람의 얼굴이었다. 이번 호를 읽으며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물었던 건 ‘페미니즘 티셔츠를 사고 여성 작가의 책을 읽는 것으로 내 책임을 다했다고 자위한 건 아닌가’였다. ‘의식적으로든 아니든 패션계는 사회정치적 운동의 긴장과 에너지를 이용해 브랜드나 젳품에 미묘한 차이를 부여해 자신들의 상업적 매력을 넓혀 나간다. 점차 원래의 메시지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석되며, 결국 제품은 그 운동의 아이디어, 실체가 없는 상징만을 나타내게 된다(...)이런 제품을 착용하는 소비자는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사회정치적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우려가 있다.’ 



소설가 루시 트렐로어의 글 ‘우리는 저항에 있다’는 그때까지 내가 여성에게 돈을 쓰는 것도 페미니즘 중 일부, 라고 변명했던 나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여성에게 돈을 쓰는 것도 페미니즘 중 일부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인정하기 부끄러웠지만 인정해야만 했다. 공교롭게도 루시의 글을 읽고 있던 5월 19일엔 버닝썬 사건에 분노하는 여성들이 강간카르텔 규탄 시위를 벌였고 전날 18일은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기록되지 못하고 잊혀진 여성들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틀 전엔 일명 ‘강남역 살인 사건’을 추모하고 잇따른 여성 대상 범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행동하는 여성들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동안 나만 그렇게 멈추어 서서 바쁘다는 핑계로, 혼자라서 참여하기 부담스럽다는 변명으로 소위 ‘무임승차’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비로만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내 행동이 일종의 소비지상주의, 백래시, 주객전도였음을 인정해야했다. 



“‘미국 소설가 앨리스 워커가 말했듯 행동주의는 내가 이 지구상에서 살기 위해 지불하는 임차료’”이다. 행동 없는 소비는 다른 여성에게 내 임차료까지 대신 내게 하는 것이었다. 루시는 ‘행동주의는 우리 자신만을 보지 않고 주변 세계를 관찰하며 가능한 장소와 시간에 행동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편지, 전화, 청원 등의 로비, 혹은 행진, 공연, 조직 구성, 파업 등의 형식으로 문제에 관여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여성 혐오를 비판하는 청와대 청원을 올리는 것, 여성 혐오 기업을 불매하는 것, 친구에게 페미니즘을 알려주는 것 등 작게 크게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루시의 글은 과거 내가 페미니스트로서 스스로를 정체화했을 때 가졌던 초심에 다시 불이 붙여주었다. 『우먼카인드』에 수록된 글들을 읽으면서 많은 메모를 했다. ‘여성이여, 야망을 가져라!’ 라고 외치는 김진아 작가의 글을 읽으며 공고한 남성 카르텔 속에서 굳건히 살아남자고 다짐하기도 했고 크리스천 재럿의 ‘건강한 완벽주의와 유해한 완벽주의’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더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아끼자는 생각도 했다. 그중 이렇게 내게 큰 영감과 용기를 주는『우먼카인드』의 글을 다른 여성들과 함께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쓴 글이 있다. 쑥스럽지만 여기에 옮긴다.

 



“당신이 지금 아무것도 하기 싫고 우울한 무기력에 빠져 있다면, 공허한 위로만 던지는 설탕 같은 자기계발서 대신 『우먼카인드』를 읽기를 권합니다. 멈춰 있는 당신을 뛰게 할 기분 좋은 자극제로 『우먼카인드』보다 더 맞춤인 건 없을테니까요.” 여성들이여, 우리 함께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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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말 공부 - 무조건 성공하는 회사를 만드는
고야마 노보루 지음, 안소현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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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집게 사장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 ▽ ^



흔히 89년부터 96년까지의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하는데 특히 이 세대의 퇴사율이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더 이상 회사 일에 자아를 소진시키지 않겠다는 욕구의 발현이다. 여기엔 동료나 상사와의 불협화음도 더는 참지 않겠다는 의지도 포함된다. '자존감', '둔감력', '예민' 같은 요즘 도서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단어들만 봐도 그렇다. 자신을 지키는 것이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해진 시대가 온 것이다.


마케팅, 영업, 회계, 자금 관리에 꼭 필요한 워딩부터 조직과 인재를 키우는 구체적인 스킬까지

돈과 사람을 끌어당기는 사장의 말하기 습관!



이 책은 그런 직원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그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사장으로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지침서다. 화술에 관한 책은 많지만 경영자의 화술을 다룬 책은 이 책이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작가이자 일본의 유명 주식회사 무사시노의 사장 고야마 노보루는 이 책에서 '돈을 부르는 사장의' 화술, '불황에도 잘 나가는 회사의 언어', 같은 경영자 위주의 화술은 물론 조직의 소통을 위한 대화법, 신입사원을 교육시키는 대화법 등 조직 운영에 관한 노하우도 숨기지 않고 털어놓는다. 책을 관통하는 공통된 주장은 역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경영자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태도다. 그는 '사원이 성장하지 않으면 회사도 성장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사원에게 투자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사장의 책임과 의무라고 확신한다. 이런 태도는 회사가 아니더라도 조직의 리더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다. 경영자라면 혹은 앞으로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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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리다 웅진 세계그림책 189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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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딸기와 함께 「나의 프리다」





프리다 칼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성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림은 문외한이다. 허나 그의 작품을 보고 받았던 강렬한 인상, 폭풍 같은 자신의 삶을 대범한 화풍으로 그려낸 그 의지가 내 마음에 강하게 박혀 있다. 멕시코에서 태어난 그는 여섯 살 때 소아마비 판정을 받는다. 아이들은 그를 '목발 프리다'라 부르며 조롱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은 그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던 중 승객 대부분이 사망하는 엄청난 교통 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척추를 비롯한 온 몸이 부서지는 중상을 입은 것이다.






그의 자화상 중 하나인  「부러진 기둥」 이다. 처참하게 부러진 척추와 온 몸 곳곳에 박힌 못이 당시 그가 느꼈을 비참함과 고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꽉 다문 입술과 굳센 눈썹이 쏟아지는 눈물과 어울려 슬픔을 극대화한다. 이런 비극 속에서도 끝내 놓지 않은 그림에 대한 열정, 그것이 오직 그가 치유될 수 있던 방법 아니었을까.


이후 그는 멕시코의 유명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하지만 그의 바람기와 방탕함으로 순탄치 못한 시간을 보내다가 이혼을 맞는다. 1954년 폐경색으로 사망할 때까지 그의 삶은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평화'라는 그의 이름 뜻과 달리 평화롭지 못한 삶을 살았던 그의 생이 그가 남긴 작품들에 흩뿌려져 있다.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동화책,  「나의 프리다」는 그의 억센 삶 대신 약하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다.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어린 시절 상상 속 친구에 영감 받아 그린 한 작품에서 이 동화는 시작한다. 프리다는 소아마비를 앓는 동안 다리를 절지 않는 상상 속 친구를 만들고, 일기장에 이 친구와의 첫 만남에  대해 적었다. 그는 창문에 그린 문을 통해 훨훨 날아 땅속으로 내려가 소리 없이 웃으며 춤추는 친구를 만나 비밀을 나누곤 했다. 이 작품의 제목은 「두 명의 프리다」 그 친구는 자유롭고, 밝은 또 다른 자신이었던 셈이다.     




짧은 동화책이지만 언제나 그 친구를 만날 수 있다며 기대하는 어린 프리다의 모습은 가슴 속에 잔잔한 슬픔을 주었다. 그의 삶과 죽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한동안 손에서 동화책을 놓지 못했다. 만일 어린 시절의 그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이야, 너는 앞으로 누구보다 강하고 멋진 사람이 될 거란다. 

모든 사람이 너를 기억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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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 짓다 - 듣는 순간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언어의 힘
민은정 지음 / 리더스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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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하루 동안 마주치는 브랜드가 수천 개라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압도적인 숫자가 아니라 그 많은 브랜드들 중 내 뇌리에 각인된 것들이 손에 꼽을 만큼 적다는 데서 오는 놀라움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그 브랜드들은 어떻게 탄생했고 생존해서 우리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일까? 어떻게 한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일까? 때론 한 도시나 국가의 이미지를 결정하기도 하는 것일까? 결코 잊혀지지 않을 첫인상을 결정하는 '이름'들의 이야기가 한국 최고의 브랜드 버벌리스트인 저자 민은정의 손으로 직접 쓰였다. 그가 참여했던 네이밍 사업과 거기서 탄생한 이름들의 친숙하고 풍부한 예시들이 이 책에 가득하다.  




강한 것은 구구절절 말하지 않는다. 잘 벼린 칼날은 그 무엇보다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상대를 위협하는 날카로움이 있다. 이름도 그러해야 했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날카로워야 했다. '촌철살인' 딱 그것이 필요했다 -책 中


찰나의 첫인상을 강렬하게 만들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은 꽤 복잡하고 다양하다. 발음되기 편하게 유성음과 무성음을 적절히 조합하고 타겟에 맞춰 글자 수를 조절한다. 제품의 속성이 바로 떠올라야 좋은 이름이다. 


네가 그냥 커피라면, 난 TOP야. 라는 문구로 유명해진 음료도 저자의 작품이다. 그는 첫맛은 강하고 목을 넘어갈 때의 끝 맛은 부드러운 커피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다양한 후보들을 만들고 고민했다. TOP는 수많은 후보들 중 가장 적합한 이름이었다.



커피의 강한 첫맛은 '티', 부드러운 맛은 '오', 여운이 남는 향은 '피' 이렇게 세 음절이 각각의 역할을 나누어 수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티오피라는 이름을 부르고 들을 때 커피다움을 느낄 수 있다.(...)이후로 프리미엄 원두 캔 커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여 10여 년 만에 1조 원을 넘는 시장이 되었다. 지금 이 시장의 최강자는 롯데칠성음료의 칸타타와 동서식품의 티오피다. p10



이름을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이름의 이미지를 풍부하게 만들도록 스토리도 만들어야 한다. 대개 한 제품이나 기업의 이야기는 인상 깊은 슬로건과 함께 전달되곤 한다. 슬로건은 단지 멋지고 강렬한 것을 넘어 기업이 추구하는 미래와 정신을 담아야 한다. 종종 슬로건이 집단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곤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구글은 'Don't be Evil'에서 'Do the Right Thing'으로 슬로건을 변경했다. '올바른 일을 통해 세상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라는 존재 이유를 정립하고,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올바른 일'이라고 스스로의 업을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구글은 이러한 존재 이유와 업의 재정의를 바탕으로 주력 사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세계인의 삶 모든 단면에서 활약 중이다 p97



그래서 기업이 슬로건에 반하는 일을 하거나 불법을 저지를 때 소비자는 물론 직원들까지 기업을 규탄하고 나설 때가 있다.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부분을 읽고 두 가지 예시가 생각났다. 사람이 미래라고 했던 한 대기업이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까지 포함해 대규모 정리 해고를 단행한 사실이 밝혀지며 국민들과 직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적이 있다. 반면 잘 만든 슬로건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기업의 이미지가 향상되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역시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Just Do it 을 내세우며 다양한 여성 셀럽들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활약하는 장면을 내세웠는데 이는 많은 여성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호감도도 수직 상승시켰다. 



브랜드가 시대 정신을 담기도 한다. 무궁화호,새마을호, 통일호, 비둘기호 같은 열차 이름은 통일을 염원하거나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당시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 중 하나인 소주 이름의 변천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1951년 '금련', 1952년 '낙동강'에 이어 1954년에 출시된 레전드 브랜드 '진로'는 전후 복구, 새마을 운동, 한강의 기적,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하며 삶의 고단함을 위로해준 국민 소주였다. 1998년 외환 위기로 한창 어려움을 겪던 진로는 이름을 '참眞이슬露'로 바꾼다. 그리고 2014년, 한자를 빼고 진정한 '참이슬'로 리뉴얼했다.(...) 기존 고객을 지키면서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로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p129



저자는 이런 이름들은 '머릿속에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시간을 지나오며 가슴에 새겨진 추억'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름을 짓는 것은 때로 '시대의 감각과 감성을 기록하는 역사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브랜드 하나에 기업이, 도시가, 나라가 흔들리거나 성장하는 것을 보는 건 마치 어린 아이의 그것을 보는 것처럼 신기하고 흥미롭다. 카피라이터, 네이미스트 등 광고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업계 선배가 들려주는 노하우이자 진심 어린 조언이 될 것이다. 나에겐 브랜드의 유래와 탄생 과정을 알 수 있어서 아주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이번엔 어떤 브랜드가 우리를 유혹할까. 

책을 덮고 나니 세상이 꽤 재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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