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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리다 ㅣ 웅진 세계그림책 189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딸기와 함께 「나의 프리다」
프리다 칼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성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림은 문외한이다. 허나 그의 작품을 보고 받았던 강렬한 인상, 폭풍 같은 자신의 삶을 대범한 화풍으로 그려낸 그 의지가 내 마음에 강하게 박혀 있다. 멕시코에서 태어난 그는 여섯 살 때 소아마비 판정을 받는다. 아이들은 그를 '목발 프리다'라 부르며 조롱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은 그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던 중 승객 대부분이 사망하는 엄청난 교통 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척추를 비롯한 온 몸이 부서지는 중상을 입은 것이다.

그의 자화상 중 하나인 「부러진 기둥」 이다. 처참하게 부러진 척추와 온 몸 곳곳에 박힌 못이 당시 그가 느꼈을 비참함과 고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꽉 다문 입술과 굳센 눈썹이 쏟아지는 눈물과 어울려 슬픔을 극대화한다. 이런 비극 속에서도 끝내 놓지 않은 그림에 대한 열정, 그것이 오직 그가 치유될 수 있던 방법 아니었을까.
이후 그는 멕시코의 유명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하지만 그의 바람기와 방탕함으로 순탄치 못한 시간을 보내다가 이혼을 맞는다. 1954년 폐경색으로 사망할 때까지 그의 삶은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평화'라는 그의 이름 뜻과 달리 평화롭지 못한 삶을 살았던 그의 생이 그가 남긴 작품들에 흩뿌려져 있다.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동화책, 「나의 프리다」는 그의 억센 삶 대신 약하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다.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어린 시절 상상 속 친구에 영감 받아 그린 한 작품에서 이 동화는 시작한다. 프리다는 소아마비를 앓는 동안 다리를 절지 않는 상상 속 친구를 만들고, 일기장에 이 친구와의 첫 만남에 대해 적었다. 그는 창문에 그린 문을 통해 훨훨 날아 땅속으로 내려가 소리 없이 웃으며 춤추는 친구를 만나 비밀을 나누곤 했다. 이 작품의 제목은 「두 명의 프리다」 그 친구는 자유롭고, 밝은 또 다른 자신이었던 셈이다.
짧은 동화책이지만 언제나 그 친구를 만날 수 있다며 기대하는 어린 프리다의 모습은 가슴 속에 잔잔한 슬픔을 주었다. 그의 삶과 죽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한동안 손에서 동화책을 놓지 못했다. 만일 어린 시절의 그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이야, 너는 앞으로 누구보다 강하고 멋진 사람이 될 거란다.
모든 사람이 너를 기억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