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젠가
이수현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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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순이는 내 쪽으로 좀 더 다가와 팔에 얼굴을 비비며 애정을 표현했다. 갑자기 가슴속에서 무언가 울컥했다. 살아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나를, 죽은 척 시체로 살아가는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건 깜순이뿐이구나. 작은 생명체에게서 전해지는 온기가 팔을 타고 가슴으로 전해져 왔다.

 

p.41, '시체놀이' 중에서

 

 

#시체놀이

 

취업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고시원비를 충당하며 근근히 버티는 주인공.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으로 매번 끼니를 때우면서 자신의 존재도 신선도와 활기를 잃어버린 듯하다.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제의받은 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관둔 그녀는 일은 조금 가벼워졌지만 시체 연기를 하면 할수록 스스로 침참해가는데. 한편 편의점으로 찾아오던 고양이 깜순이는 사고를 당하고 졸지에 재수없는 고양이가 되는데...

 

나는 문과생이라 이 사회에서 곧바로 취업하지 못 하는 주인공의 현실을 직접 경험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대학을 집에서 다닐 수 없는 거리라 생활비 부담이 커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해왔기에 소설 속 주인공의 현실이 적잖이 공감된다. (실제로, 시체연기까진 아니지만 방송국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갔던 대학인데, 문과생은 설 자리가 없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나는 진정 잉여 인간인걸까.'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던지던 시절이었다. 주인공이 전공과는 무관한, 단지 살기위해 했던 아르바이트들은 스스로의 자존감을 낮출 뿐이다. 사람 이야기인 인문학이 경시되고, 또 이를 공부하는 이들은 설 자리가 없고, 그 상태로 공동체에 섞이지 못한 채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간다. 우리 사회의 일부 모습이기도 한 작품 속 현실이 나의 청년 시절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를 응원해본다.

 

 

#달팽이키우기

<유리젠가>는 시체놀이, 유리 젠가, 달팽이 키우기, 발효의 시간 등 다섯 편의 단편을 싣고 있다. 특히 공감되면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은 '달팽이 키우기'였는데, 코로나19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서는 오늘이라서 더욱이 그랬던 것 같다. '달팽이 키우기'는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면서 직장을 잃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직장을 잃기 이전만 해도 모든 것이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절이었는데, 생활비와 월세 그리고 매달 들어가는 적금 앞에서 더는 웃을 수가 없다.

 

주인공은 시골에 있는 엄마에게 김치를 가지러갔다가 배춧 속에서 달팽이 한 마리를 발견한다. 추운 겨울 속에서도 살아보겠노라고 버티고 버틴 달팽이가 대견해져서 서울로 데리고 돌아온다. 서울 집 문을 여니 변한 건 없고, 고단한 현실을 온몸을 다해서 피하려는 듯 한없이 모로 누워있는 그의 모습은 그저 실망스럽기만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야생 달팽이를 키우는 일은 주인공에게 기쁨이 된다. 그녀는회의적이기만했던 현실을 마주하고, 그동안 놓고 살았던 펜을 잡는다. 그리고 그 또한 달팽이를 보며 변화를 겪는데...

 

코로나19가 앗아간 우리의 일상들.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도 많아졌고, 이러한 현실은 처참할 따름이다. '달팽이 키우기'는 지금 우리의 현실을 바탕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내게도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그런데 실제로 지인들이 겪은 일이기에 마음이 저릿하다. 다만, 소설 속 주인공들은 마냥 주저앉아있지만은 않다. 그래서 불행과 희망이 동시에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조금 더 밝은 것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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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색 - 2024 전국 기적의도서관 어린이를 존중하는 책 인생그림책 14
리사 아이사토 지음, 김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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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불혹에 가까운 나이가 되면서 한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삶의 순간과 감정들을 그려내고 있다. 또 책이 불쑥 건네는 한마디가 무척이나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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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색 - 2024 전국 기적의도서관 어린이를 존중하는 책 인생그림책 14
리사 아이사토 지음, 김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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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아이사토 글. 그림

독창적인 스타일로 노르웨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예술가입니다. 수많은 상을 수상하고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는 작가입니다.

 

각자의 색으로 삶의 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책 표지' 중에서

<삶의 모든 색>은 '2019 노르웨이 북 셀러상 수상작'이다.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짧지만 오래 기억될 문장들이 어우려져 한 편의 완성된 작품을 보는 듯 하다. 그저 일반적인 동화책이겠거니하고 생각했는데, 고급스러운 양장 표지와 도톰하면서 큼직한 사이즈의 책을 받아보았을 땐 솔직히 조금 놀랐다. 게다가 무심결에 넘긴 책장 너머로 보이는 따뜻한 색감의 그림들은, 한참을 들여다 보게 되는 매력을 가진다.

 

책은 "여름 날 빗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놀았는지 기억하나요?"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아이의 삶', '소년의 삶', '자기의 삶', '부모의 삶', '어른의 삶', '기나긴 삶' 순으로 삶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살면서 한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삶의 순간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책을 보면서 몇 번이고 가슴 끝이 뭉클해졌다. '아이의 삶'을 보며 '내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를 연신 외쳤고, 그림 속 익살스러운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덩달아 행복해졌다.

 

'자기의 삶'에서는 유유히 떠다니는 금붕어들 사이로 생각에 잠긴 듯한 여인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이것이 내 길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라고 적힌 글귀를 읽으면서 늘 확신없는 길에 서 있는 내 모습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답있는 인생은 없기에 누구든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인생에서 제일 좋은 날일지도 모르죠."

하는 일에 확신이 들지 않고,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지만 책 속의 말처럼 지금이 내 인생에서 제일 좋은 날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 최선을 다하면 후회는 없을지도. 책이 불쑥 건네는 한마디가 무척이나 위로가 된다.

 

 

<삶의 모든 색>을 보면서 몇 번이고, 울컥했던 것 같다. 지나온 날들의 따스한 기억에 웃고 있다가도 어느 한 부분에서 눈물을 애써 삼키기도 했다. 말과 그림이 주는 감동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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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
박시은 지음 / 아이콤마(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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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따뜻하면서도 공감가는 에세이의 매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특히 90년생인 작가와 비슷한 시기에 나고 자란 이들이라면 좀 더 공감할 만한 것들이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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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
박시은 지음 / 아이콤마(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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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시은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사는 게 꿈이며 누군가 몰래 간식을 주면 행복해한다.

 

 

작가는, 우리는 언제부터 친구였을까?, 너와 함께 있으면 그냥 이유 없이 좋아, 항상 너와 함께 하고 싶어, 우리 잘 살고 있는 거겠지?, 나의 고백들 반가운 너의 목소리 등 다섯 가지를 주제로 이야기 한다. 책은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로 그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와 그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를 읽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나의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아마도 어린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내 모습과 많이 겹쳐져서 그런 듯 하다. 그 시절, 문득 떠올리곤 했던 생각들이 신기하게도 책 속의 글귀가 되어 있다.

 

 

'치부'조차 '나'의 일부인 걸 어쩌겠는가. 외면하거나 숨긴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여길지의 문제 아닐까. 정작 사람들은 남한테 관심이 없는 데. 생각보다는.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이 무거워져서 남까지 볼 여력이 남지 않는 것 같다. 나 하나만 생각해도 벅찬데 남까지 생각할 여유가 어디있나. 그러니까 콤플렉스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게 뭐라고"라는 말로 조금씩 '하찮게' 여겨보는 건 어떨까. 이게 뭐라고. 그게 뭐라고. 완벽한 사람은 없다.

p.83-84, '진짜 용기' 중에서.

 

 

#진짜용기

 

작가와 친해진 한 남자 방송인의 이야기였는데, 나는 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8년째 목소리만으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해 온 남자 방송인은, 어느날 갑자기 생방송 횟수를 줄였고, 시청자들은 그의 상태를 궁금해한다. 방송 순위는 점점 떨어졌고, 간혹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괴로운 기색이다. 그러던 어느날, 방송에 집중하겠다며 얼굴을 공개한 그는 동시에 탈모선언도 한다.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건 사실이지만 저자는 그의 진짜 용기를 알아본다.

 

바쁜 세상, 내가 생각하는 나의 치부는 의외로 나만의 치부일지도. 얼마전에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지난 날을 떠올린 적 있는데... 내겐 부끄러운 기억이었다. 그런데 그일은 나만 부끄러움으로 기억하고 있었으며 정작 친구들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하고 있었다. 살짝 허무감이 들었는데... 작가의 말처럼 컴플렉스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보는 건 우리 삶을 좀 더 가볍게 하는 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따뜻하면서도 공감가는 에세이의 매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특히 90년생인 작가와 비슷한 시기에 나고 자란 이들이라면 좀 더 공감할 만한 것들이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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