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 소녀 안전가옥 쇼-트 14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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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에서 출판되는 책들은 참신하면서 독특한 소재를 다루는 것들이 많아 읽고보는 경우가 많다. <영매 소녀> 또한 그러한 책이었는데, '오컬트 판타지'라는 장르답게 뒷목이 서늘하면서도 궁금해서 계속 읽게 만드는 신기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주인공 최은파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열일곱 살 여고생이다. 은파는 애당초부터 좋지 않은 기운을 내뿜는 Y여고가 꺼림칙했지만, 운명처럼 배정받아 이 곳으로 진학하게 된다. 그녀는 학교 내에서 타로 점을 잘 보는 것으로 유명해지고, 학생들의 문제를 의뢰받아 이를 해결해주면서 돈을 받는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학교에 머무르며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팔자 좋은 녀석, 까만 고양이 이채가 함께하며 은파를 돕는다. 그 과정에서 은파는 3년마다 한명씩 죽거나 크게 다친 사람이 나와야 학교가 좋은 진학률을 유지한다는 학교의 오랜 전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수능이 100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기에 3학년들은 당혹감과 초조함을 보이며 인형을 찢어다가 걸어놓기도 한다. 마치 액막이처럼. 어느날 밤 은파는 산으로 올라가는 고3 선배 이솔이를 뒤쫓게 되고,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죽을 뻔했던 이솔이를 들쳐 업고 구해내는데... 이솔 선배, 이채를 비롯해 자신의 죽은 엄마까지. 은파는 실타래처럼 엉켜있던 그들의 운명을 마주하게 된다.

 

기묘한 불안감과 공포. 사람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그 전설'.

전설을 완성하기 위해 피해자를 물색하는 은밀하고도 바쁜 시선들의 얽힘이 내는 소리는, 알아챌 줄 아는 자의 귀에만 들렸다.

p.161 중에서.

 

전형적인 학교 괴담물인가 싶다가도 장면의 섬세한 묘사는 너무 리얼해서 소름이 돋기도 했다. 주인공 은파는 평범하지 못한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안으로 움츠러드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한편으론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평범한 사춘기 소녀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도망가지 않고, 자신의 운명과 마주하며 맞서는 모습은 담대해보이기도 했다. <영매 소녀>는 오컬트 판타지이자 인물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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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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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김주혜 작가가 쓴 <작은 땅의 야수들>은 100년 전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일제강점기라는 같은 시대를 작품의 배경으로 삼고있는 <파친코>도 읽고 싶은 목록에 추가해둔 상태인데, 아무래도 나는 그 무렵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편인 듯하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까지 내던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저리기도 하고, 또 감동으로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작은 땅의 야수들>에서 '작은 땅'은 일제에 땅을 빼앗기고만 당시의 한국을 의미한다. 신기하게도 빼앗긴 땅으로 인한 설움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 용기라는 감정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이러한 감정들은 어떤 상황이라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존재하게 되는가 보다.

 

1917년, 눈길 위에서 혹한의 추위를 견디며 홀로 걷는 사냥꾼이 있다. 굶주림과 피로를 이기지 못한 그는 눈 속으로 파묻히듯 쓰러지고,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눕는다. 사냥꾼은 사냥 산행을 나갔다가 길을 잃어 호랑이의 공격을 받는 일본인 장교 야마다 겐조의 목숨을 구해준다. 야마다 겐조는 생명의 은인인 사냥꾼 남경수에게 어려움이 있을 땐 자신을 찾으라며 이름이 새겨진 은제 담뱃갑을 건넨다. 한편, 맏이로서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기생의 길을 선택한 옥희, 아버지 남경수가 죽고 떠돌이 아이들의 대장이 되기로 한 남정호. 소설에서는 이 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옥희에게 한 눈에 반해 그녀를 마음에 품었던 남정호는 독립운동에 앞장선다.

 

일제강점기는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평범하지 않고, 온전치 못한 삶이 아니었던가. 험하고, 아픈 시대에 태어났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고군분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또 같은 민족이지만 그렇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여운이 꽤 오래 갈 것 같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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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두 컷 만화 - 마이웨이 누누씨의 할 말은 하고 사는 인생
누누씨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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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누누씨

“파워 그림쟁이입니다.

인기가 많아서 그런 건 아니고,

그리는 사람이 힘이 세서 파워 그림쟁이입니다.”

그림판으로 그린 3D 캐릭터와 굴림체가 특징인 두 컷 만화. 단순한 그림과 글귀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 1년도 안 되는 기간동안 13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하게 된걸까?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그림책- 읽다보면 가슴이 후련해지는 멘트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그동안 못하고 살았던 사이다 발언(?)을 대신해주는 기분이랄까. 솔직히 처음 책을 펼쳐본 건 아홉살 아들이었다. "엄마, 이 책 읽어봐도 돼?" 잠결에 그러라했고,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니가 먼저 지랄했잖아","뭐래 니가 먼저 시비텄잖아", "난 존나 으른이다!!", "개새기야 나보고 멀 어쩌라고"......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나 손사래 치며 "그만"을 외쳤더랬다.

<인생은 두컷 만화>는 한 컷에서 네 컷 만화가 실려있으며 만화마다 간단한 멘트들이 담겨있다. 책은 PART1. 쉿! 우리만의 고민 해결책, PART2 인생 살기 짱 쉽다! PART3 꼬옥 안아주면 되~♡ 등 총 세 파트로 나뉘어져있다.

머리가 지끈 아플 때, 직장 상사가 밉거나 싫을 때, 계획대로 일이 안 풀릴 때, 고민이 있을 때 읽다보면 속시원한 답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린아이 입으로 멘트를 들었 때엔 무척 당황스러웠고, 비속어와 욕설 그리고 틀린 맞춤법은 '이대로 괜찮은걸까'라는 우려를 낳게한다. 어쩌면 거침없는 날 것 그대로의 말과 단순한 그림체가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를 조금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것일테지만 아이들이 보기에 적합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글이 온전하게 사용된 채로 후련한 멘트들을 날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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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두 컷 만화 - 마이웨이 누누씨의 할 말은 하고 사는 인생
누누씨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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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날 것 그대로의 말과 단순한 그림이 우리를 조금 단순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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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지 - 푸른 눈의 청소부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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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문정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과를 조기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재직 중이다.

 

 

어벤지(Avenge)는 '복수하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이다. 제목으로 미루어 보아 잔인한 복수극이 펼쳐지려나... 여성과 가족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는 작가의 작품에도 관심이 가고, 어떤 방법으로 내용이 전개될지도 궁금하다. 이러한 이유로 <어벤지>는 처음부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설 중 하나였다.

 

그것은 내가 누구라고 생각했을까? 문득 궁금했다. 나를 단순 강도로 여겼을까? 내가 자신을 죽일 거라고 예상해 겁에 질렸던 걸까? 그것도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게 이상했다.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견고한 악이 겨우 죽움의 공포에 벌벌 떨다니, 믿을 수 없었다.

p.13 중에서

 

소설의 첫 장면에서는 푸른 눈의 청소부가 한 남자를 잔인하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응징한다. 딱 죽지 않을만큼만.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이었지만 청소부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남긴다. 이 사건은 곧바로 분정경찰서로 신고되고, 그곳의 많은 형사들이 수사를 거부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이유인즉슨 신고자가 여섯 살 여아를 성폭행해서 12년 살다가 지난달 출소한 한인걸이었는데, 그를 안타까워하며 수사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하나도 없다. 눈치 작전 끝에 강민수 형사는 수사를 자원한다. 범인은 밝혀질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언제부턴가 참 씁쓸하면서도 슬프게 들린다.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고 살아야 할 힘없고 나약한 이들이 법으로 인해 더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맘이 저려온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지금보다 나은 쪽으로 개정되거나 혹은 제대로 된 법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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