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 - 털복숭이들과 베베집사의 묘생역전 스토리
베베집사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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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냐옹이 나오는 책들은 참을 수 없지이. 유튜브와 SNS에서 나의 검색 알고리즘은 동물들이다. 특히, 고양이와 강아지 이야기는 몇 개의 채널을 구독하고, 팔로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쉴 때면 집에 있는 냐옹이 두 마리 꼬미와 요미, 강아지 두부와 함께 부비적거리며 책 읽고, 동물 채널 시청하는 것이 취미이자 낙이다. <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는 표지부터 심쿵이다. 비바람을 막아줄 집 한칸이 절실했던 길고양이들에게 베베집사는 오두막과 밥 그리고 식구를 만들어준다. 베베집사와 고양이들의 제주살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2003년 게임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 게임과 물아일체의 삶을 살던 베베집사의 직업은 UI아티스트, 내겐 생소한 직업이지만 게임을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없이 부러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사의 또 다른 직업은 유튜버다. 세상에 유기묘들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인 식구들의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고자 했단다. 그렇게 두 가지 일을 하던 그에게 담낭에 있던 결절의 발견은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고양이들과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을 찾다가 제주도 이주를 결심하게 된다. 베베집사와 털복숭이 냐옹이들이의 제주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는데......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는 나로써는 베베집사의 제주도 파란 지붕집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이십 년을 주택에서의 삶을 살았던 나로서는 성인이 된 이후에 단 한번도 시골에서의 삶을 그리워한 적이 없었는데, 베베집사의 삶은 아주 조금, 부러워졌다. 고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고양이 8마리와 함께하는 평화로운 삶을 읽고, 보는 동안 나도 함께 평화로워져서 좋았다. 언젠가 지금하고 있는 모든 일을 내려놓고, 살아갈 삶이 막연했었는데, 베베집사의 삶처럼은 어떨까하고 상상해보면서 책장을 덮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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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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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녀를 지키다>는 2023 공쿠르상 수상작으로 책 표지 글귀부터 시선이 이끌렸던 것 같다. 수도원 지하에 숨겨진 조각상의 가슴 아픈 비밀이라니. 컨디션이 안 좋은 탓인지 기대와는 다르게 초반에 몰입이 안 되어서 혼났던 작품이다. 게다가 두꺼운 책 두께는 부담스럽기까지...... 책은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당시의 나의 상태나 마음가짐 그리고 환경에 따라 참으로 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낭독하기로 했다! 소리내서라도 읽어보자고.

소설은 주인공 미켈란젤로 비탈리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석공인 남편이 일하는 것을 바라보다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아이가 미켈란젤로처럼 훌륭한 조각가가 되길 소망하지만 아이는 왜소증으로 태어나 사람들에게 난쟁이라며 무시받는 삶을 살게 된다. 이탈리아인이지만 프랑스에서 일을 하던 부모 밑에서 자라며 온갖 놀림과 조롱을 겪으며 살던 미모에겐 전쟁으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또 한번의 불행이 닥치고, 동생을 임신 중이던 어머니는 힘에 부쳐 결국 이탈리아북부에 있는 '피에트라달바'의 조각가 알베르토에게 미모를 맡긴 뒤, 다시 오겠다는 약속만 남긴 채 떠나게 된다. 낯선 곳에서 미모는 알베르토의 폭력을 견디며 도제로 일하고, 굶주림을 견디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이탈리아 명문가 오르시니 가문의 대저택으로 일을 하러 갔다가 소녀 비올라를 만난다. 사회적인 차이로 인해 어울리는 것 조차 쉽지 않았던 그들은 무덤가에서 은밀하게, 지속으로 만나 대화를 나눈다. 하늘을 날고 싶은 비올라와 위대한 조각가가 되고 싶었던 미모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기로 하는데......


소설을 읽은 뒤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피에타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던 것 같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평소엔 그림이나 조각상에 크게 관심이 없다가 이야기가 입혀진 작품들을 살피자니 새로운 느낌이 든다. 비록, 처음 몰입은 힘들었지만 인물들의 캐릭터가 확실해지자 은밀하게 전해져 내려오는 옛날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들어서 꽤 흥미로웠다. 이탈리아의 수도원, 사크라 디 산미켈레에 지하에는 잠금 장치 뒤에 잠들어있는 조각상의 비밀은 애처롭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련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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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 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 1
박일섭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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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처자식을 두고 바람을 피운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 두 번의 결혼을 더하고, 두 명의 아들을 더 낳은 저자의 아버지, 그는 술에 중독되었고 할머니의 재산을 탕진하였으며 결국에 난치성 조현병 환자가 되었다. 또 할머니는 치매 환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저자에게 오락실은 어린 시절 유일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안식처였다. 백 원으로 장시간 할 수 있는 게임을 연구하다가 원더보이로 1시간 30분까지도 시간을 때우게 되었고, 오락실 죽돌이(?)가 된다.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초 즈음 문이 잠긴 공사장에 들어갔다가 추락하여 두개골에 금이 가 요양원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획득하고, 3주 가량을 실컷 게임했다는 이야기, 아버지에게 매일 맞고 몸에 푸르스름한 멍자국을 지니고 살던 이야기, 가족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한적이 없는 이야기, 할머니께서 '삼성 슈퍼겜보이'를 사라고 주신 돈을 아버지가 카드 게임으로 탕진한 이야기... 정리하면서 보니 저자는 어린시절이 온통 불행한 기억으로 가득하다. 누가 들어도 아플 이야기인 것 같은데, 그의 필체는 덤덤하게 이어져 나간다.

여튼, <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는 죽고 싶었고 죽을 뻔 했지만 불우한 시간을 견디고 서울대에 입학한 뒤, 약사가 되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사람의 일이 이토록 불행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불행을 달고 살았던 그가 누구보다도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지금 너무 불행한 이들에겐 희망과 용기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는 아무나 갈 수 없지만 불행한 누군가가 간 경험이 있으니 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란게 되니까 읽으면서도 마음이 씩씩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지금의 삶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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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하고 천박하게 둘이서 1
김사월.이훤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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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고상하고 천박하게>는 뮤지션 김사월과 시인인 이훤이 2023년부터 일년 간 주고 받은 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당시에 하고 있는 생각들을 나누는데... 처음에는 친분없고, 맥락없는 글들을 이해하려니 조금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가니, 사월이 뮤지션으로서 가사를 쓰다가 드는 생각, 사랑, 예술가로서의 고민과 가치를 담아낸 글들이 가득하다. 또 이훤의 사진 작업에 대한 이야기, 소통에 대한 생각, 사진이야기 등 마치 한 편의 작품같은 그들이 생각이 머물렀던 소재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몇 해 전까지는 누가 강제로 자신의 삶을 멈춰 주면 좋겠다고. 뜻밖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 버리면 지난하고 수고스러운 삶을 그만 살아도 될거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던 훤, 훤은 슬아를 만나면서 사는 게 좋아짐을 느낀다.


바로 그 한 사람의 구조와 질서를 잘 배우고 싶어 시간을 바치는 게 사랑일 텐데. 그 과정 동안 일어나는 변화가 신기해. 서로의 언어를 닮고 놀리고 또 뒤집기도 한다는 게. 연인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그런 침범을 하지. 바라지 않을 때도 그런 일은 일어나고. 얄팍한 어른들을 향한 복수심과 불만족이 만든 에너지로 네가 너무 잘 산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복잡한 마음이 든다. 근데 슬픔을 팔아서 받은 것들로 행복해도 된다.

p.26 중에서


노래 속 가사 같은 글귀들을 보고 있자니. 나는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들을 생각하며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관찰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전부 공감가는 글은 아니었지만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글로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김사월과 이훤, 그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글 친구가 되어주는 걸 보며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엔 나도 누군가와 글로 소통할 때가 있었는데......' 삶에 대한 고민과 사유를 함께하며 나누고 싶은 글벗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고상하고 천박하게>를 읽었다. 조금 급하게 읽은 감이 있는데, 마음의 여유가 있는 날이 되면 그들이 나눈 글 대화를 조금 더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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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과학자 -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남성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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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직접 배를 타고 항해하며 바다를 탐사하는 해양 과학자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듯이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거나 멋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지 않은 직업군이어서인지 그들, 바다 위의 과학자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해양과학자라고 해서 모두가 배를 타는 것은 아니라고한다. 대부분의 해양과학자는 바다에 직접 가는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살펴보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드론, 인공위성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보거나 이론적인 수치 모델링을 통해 유체 방정식을 풀어 생성한 데이터를 보고 이를 통해 연구하는데, 저자는 그중에서도 직접 바다에 가는 해양과학자이다. <바다 위의 과학자>는 저자가 인도양에서 쓴 글인데, 해양을 탐사하는 사람들과 해양 자체를 소개하고 싶어서 책을 쓰게 되었단다.


태평양의 면적은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이는 전 세계 6개 대륙 면적을 모두 합한 것 이상으로 넓다고한다. 이렇게 넓은 바다는 미생물과 플랑크톤부터 거대한 고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양 생물이 공존하며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데, 문득 바다에는 인간이 아직 밝혀내지 않은 해양 생물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밝혀낸 우주의 영역이 우주 전체로 본다면 아주 미약할 수 있듯이, 바다라고 하는 영역도 그럴 수 있겠다. 나는 나의 삶을 살아내느라 생각하지 못했던 일인데, 지구 바다의 어딘가에서 바다를 연구하는 이들이 있다는 글을 읽으니 참 멋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어쩌면 평생 경험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이라 더욱 선망의 대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연구 크루즈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꼼짝없이 배 안에 있어야하는데,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을 보다 보며 갑갑함과 힘듦을 잊고 벅찬 감동만 남는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게 남는다.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한번 살아보고 싶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럽기도 했다. 또 저자가 소개해주는 배에서의 일화와 해양 생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마냥 재미있게 느껴져서 좋았다. 미지의 영역을 알아가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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