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컴뱃 - 게임 중독과 게임의 폭력성을 둘러싼 잘못된 전쟁
패트릭 M. 마키.크리스토퍼 J. 퍼거슨 지음, 나보라 옮김, 한광희 감수 / 스타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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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패트릭 M. 마키/ 크리스토퍼 J. 퍼거슨

패트릭 M. 마키

미국 빌라노바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이자 대인관계연구소 소장이다. 수년간 일반 대중과 정치인들에게 디지털 미디어와 관련한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교육해왔다. 학부모, 교사, 교직원들이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에 대한 복잡한 연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대학과 초등학교에서 강연하는 한편, 여러 정부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폭력적 비디오 게임의 효과를 츨정하는 전문가 팀에도 참여했다.

 

크리스토퍼 J. 퍼거슨

미국 스테트슨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이자 학과장이다. 폭력적 비이오 게임의 영향에 대한 전문가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소집한 총기 규제 대책 관련 논의에 참여했으며, 2013년 총기 폭력에 있어 미디어 폭력의 역할에 대한 미국 의학연구소의 공청회에도 참여한 바 있다.

 

<모럴 컴뱃>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게임 유해성 논란의 최전선에 섰던 두 심리학자가 우리의 흔한 우려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과 정직한 답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올해 여덟살 난 아들은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한결같은 대답을 한다. "어몽어스요, 브롤스타즈 하고 싶어요." 어린 아이에게 너무 이른 미디어 노출과 게임은 아이의 성장에 유해하며 자칫 잘못하면 중독을 일으켜 일상 생활에도 지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모인 나로서는 아이를 게임에 노출 시키는게 공포스럽고,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친구들 간에 주요 이야기 소재 중 하나인 게임을 못 하게만 하는게 능사는 아닐터. '게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에 빠지게 되는 소재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아이가 하는 게임이 폭력적이고, 소위 말하는 '죽이기 게임'이라면 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아들이 노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데, 계속해서 희안한 추임새와 함께 몸짓을 해보였다. 알고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 중 하나를 흉내내고 있었던 것이었고, 알수 없는 추임새는 게임 캐릭터들이 외쳐대는 의성어였다. 또 해보이던 몸짓은 적을 죽이기 위해 캐릭터가 보여주는 필살기의 모습인데, 게임을 좋아하지도, 반기지도 않는 엄마의 눈에는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다. 여느 아들들이 노는 모습이겠거니 하고 스스로에게 타일러보지만 내심 우리 아들만큼은 이런 놀이는 피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벌써 고리타분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이런 복잡한 심경 속에서 펼쳐든 책이 <모럴 컴뱃>이다.

 

<모럴 컴뱃 Moral Combat>이 무엇을 의미하는 단어일까 궁금했는데, 이를 직역하면 "도덕 전투"쯤 된다고 한다. 본문에서는 "사회가 현존하는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무고한 희생양 또는 '사회의 적'에 대한 공포를 과장해서 확대시키는 경향, 또는 태도"라고 정의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총기 사건을 일으킨 범인들이 즐겨했던 게임과 이들의 범죄를 연관 지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폭력적 비디오 게임과 이들 범죄의 연관성은 과학적 근거로 연결되지 않았고, 실제로 증명된 것도 없었다고 한다. 대다수의 어린 아이들이 폭력적 비디오 게임을 즐겨하지만, 폭력성은 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폭력적 비디오 게임이 오히려 현실의 폭력성을 감소시키고, 도덕적 감수성을 고양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이를 증명해보인다. 또 게임이 주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폭력적 게임이 폭력적 범죄의 연관성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좀 놀라웠다. 당연하다고만 여겼던 이론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낭설이라니. <모럴 컴뱃>을 읽으면서 폭력적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은 좀 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지 않았던가.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거. 세대가 달라졌고, 아이가 원하는 일이니 게임하는 것을 지나치게 반대만 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스스로를 통제하고, 정도를 조절하기까지는 무수한 연습이 필요할거 같다. 아직은 절제와 조절에 미숙한 아이니까... 앞으로도 얼마간은 게임과 관련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지만 <모럴 컴뱃>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인식의 전환에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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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틴더 유 트리플 7
정대건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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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대건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획이다. 그 일곱 번째 작품으로 정대건 작가의 『아이 틴더 유』가 출간되었다. 2020년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당선작인 『GV 빌런 고태경』을 펴내며 “영화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뜨겁게 달구어주는 소설”(이랑 뮤지션·영화감독) “트렌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야기를 순수한 방향으로 이끌어 저마다 간직한 꿈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인상을 남긴 이후, 두 번째 책이다.

 

책은 <아이 틴더 유>, <바람이 불기 전에>, <멍자국> 등 세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이 이야기들은 경쾌하고 담백하게 우리의 일상과 연애에 대해 젊은 감각으로 부감해냈다고 한다.

 

#아이틴더유

 

"우리 졸라 없어 보인다. 불행과 상처를 소중한 자산처럼 삼지는 말자." p.11-12 중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호와 나는 석양에 따뜻한 금빛으로 물들어갔다. "이 짧은 시간을 촬영에서 매직 아워라고 해. 이 때를 놓쳐버리면 큰일 나니까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긴장하고 집중하는데, 그때 기분이 진짜 좋아. 짧기 때문에 소중하지." 짧기 때문에 소중하다. 그 말이 내 짧은 틴더 데이트들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모든 희소한 건 가치 있는 거야? 그럼 네 잦은 눈물은 가치가 작고? 하늘은 붉은빛과 푸른빛이 물감처럼 풀어지며 섞였다가 금세 어두워졌다. p.27-28 중에서.

 

데이트앱인 틴더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 호와 솔. 홍대 술집에서 만난 이들은 오늘의 술자리만 재미있으면 되었기에 굳이 본명을 묻지도 않는다. 진지한 만남을 지향한다더니 잠수 타버린 남자를 두 번이나 겪은 뒤로 틴더남들을 믿지 않는 여자 솔,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지만 잘 풀리지 않는데다 친구도 하나없이 외로운 남자 호. 서로 친구가 되어주기로 하면서 함께 산책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시간을 공유한다. 호와 솔은틴더에서 만나는 각자의 사람들을 응원하고 지내며 서로에게 스페어같은 존재가 되어주자고 했지만 호가 만나는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으려하자 둘의 대화는 엇나가기 시작한다...

 

세상에는 여러 형태의 사랑이 있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고, 깊은 관계가 싫어 데이트앱에서 만났지만 서로 닮은 구석이 많았던 솔과 호. 서로에게 본명도 공유하지 않을만큼 부담없고, 가벼운 존재가 되고 싶어했지만, 이들은 상대에 대한 감정이 깊어지는게 두려웠던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문득 이들을 보면서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상대에게 온전한 나를 내어보인다는게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게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가벼운 관계에 머물기를 바라는건 나로서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솔과 호는 사랑의 실패 경험이 많고, 또 거절당하는게 두려웠기때문이라고 이해도 해보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었던 인물들이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아이 틴더 유>외 <바람이 불기 전에>와 <멍자국>도 타인에게 쉽사리 마음을 내어주지 못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패가 두려워 멈칫하지만 또 혼자는 싫은, 결국 '안정적인 너와 내'가 되고 싶은 건 누구나가 원하는 본능이 아닐까. 작품 속 인물들이 멈칫할 때, 함께인채로 좀 더 나아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생긴다.

 

"부모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보고 자란 민주와 나는 연애를 하면서 늘 서로에게 주지시켰다. 우리가 만나는 이유는 서로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애정이 식어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빠지거나,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면 헤어지자. "마음은 바람처럼 변덕스러운 거잖아."라는 민주의 말에 쿨한 척 동의했지만 한편으로는 민주가 도망갈 구석을 만드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나는 그런 민주에게 믿음을 주고 싶었다." p.55, <바람이 불기 전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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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의 기적
케리 버넬 지음, 김래경 옮김 / 위니더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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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케리버넬

케리 버넬은 작가이자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영국 BBC가 운영하는 어린이 텔레비전 채널 씨비비스(CBEEBIES) 진행자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버넬은 최근 몇 년간 현장에서 가장 뛰어난 신인 아동 작가 중 하나로 이름을 날렸다.

 

캐나다 해안에서 한참 떨어진 곳, 얼어붙은 북쪽 깊은 바다에 사방이 얼음으로 둘러싸인 섬이 있다. 섬사람들은 섬에 깃든 역사와 곰섬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러워한다. 이 섬은 어둡과 밝은 이야기를 많이 품었는데, 마브잭슨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마브잭슨은 다섯 살 때, 규칙을 어기고 밤에 나갔다가 레이븐 강에서 곰을 만났고 곰은 마브를 물어 허공으로 쳐들었다. 공포에 휩싸이면서도 마브는 하키 스틱으로 곰의 눈을 때렸고, 놀란 곰이 잠깐 움직임을 멈춘 사이 '한물간' 스토니가 총을 쐈다. 그렇게 마브는 곰과 싸우고도 살아남아 용기와 희망으로 빚어진 소년이기에 사람들로부터 '마블'(경이로움) 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실제 벌어진 일은 마을 사람들이 아는 것과 좀 달랐다. 앙앙 우는 아기 울음소리에 잠이 깬 마브는 밖으로 나왔고, 바구니 안에서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한다. 이때 귀여운 새끼곰이 마브를 향해 총총 뛰어왔고, 이후 어미곰이 나타난다. 아기를 그대로 두고 떠날 수 없었던 마브는 스틱으로 바구니를 밀었고, 겨울 외투 차림의 어른 형상이 나타나자 안도의 숨을 내쉰다. 곧 무시무시한 울음소리가 들렸고, 그제야 마브는 어미 곰이 가까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마브의 기억은 여기에서 뚝 끊겼고, 정신을 차렸을 때엔 섬에 있는 작은 병원이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아기의 존재를 물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 사건으로부터 거의 8년이 흘렀고, 마브가 하키팀에서 활약하는 사이, 반짝이는 푸른 바다 너머 북극 가장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있는 우리 안에서 한 소녀와 곰이 함께있다. 떠돌이 카니발에서 '달 뜨는 화요일과 겨울의 약속'이라는 공연을 위해 수년에 걸쳐 혹독한 훈련과 연습을 해온 소녀 튜즈데이와 그녀가 사랑하는 곰 프로미스, 둘은 서로가 애틋하고 특별하다. 마브와 튜즈데이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꿈 속에서 마브는 늘 길을 잃었다. 얼음장 같은 바다, 또는 어디인지 모를 눈보라 치는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여자아이를 찾고 있었다. 소녀가 누구인지 확실했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마브는 그저 레이븐 강에서 봤던 아기가 자란 아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p.73중에서.
 

 

마브가 달빛이 비치는 설원 속 호수에서 봤던 아기 그리고 뒤이어 나타난 새끼곰의 이야기는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롭게 시작된다. 곰은 분명 위험한 동물임에 틀림없지만 곰섬에서 벌어지는 곰과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는 거대한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마브와 튜브의 운명적 만남이 신기하면서도 애틋하다. 그들이 이어나갈 이야기는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딸 아이가 읽기에 아직은 분량이나 글밥이 많다는 생각이 들지만 시간이 지나서 읽게 되더라도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는 가슴 뭉클한 감동이 밀려온다.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지만 성인인 나에게도 여운이 꽤 오래 남는 이야기다. 신비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고 싶은 독자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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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 - 장석남의 적막 예찬
장석남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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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그저 지나쳐갈만한 대상으로부터 가지게 된 찰나의 생각들이 내 마음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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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 - 장석남의 적막 예찬
장석남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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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지음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신서정파 시인. 1965년 인천 덕적에서 출생하여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방송대, 인하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는 장석남 시인의 산문집으로 그가 생각하는 인생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여름 저녁 마당에 자리를 편다. 새우젓에 호박국을 끓여놓고 잠시 밥상에 없는 식구들을 생각할 때 조용히 젖어드는 저녁별을 보게 될 것이다. 여름 한철 무성한 자연의 질서 속에도 이미 이별이 있고 울음이 있다. 꽃이 피고 지는 속도도 있다. 인간은 그것을 너무 일찌감치 깨닫는 짐승이라 서글픈 거다. 그래서 한 숟가락의 밥을 떠먹고 한 번 겸손해지고, 한 숟가락의 국을 떠먹고 또 한 번 겸손해지는 거다." p.17, '눈의 식량, 귀의 식량' 중에서

 

 

따갑게 내리쬐던 햇빛이 무색하리만큼 차분한 밤이다. 창 너머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잔잔한 풀벌레 소리와 함께 책을 읽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책은 저자가 일상적 소재로부터 깨닫게 된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돌멩이를 좋아하게 된 경위에서부터 물긷는 소리, 사랑하는 장소, 음악, 달, 사랑 등 생활 속에서 그저 지나쳐갈만한 대상으로부터 가지게 된 찰나의 생각들이 내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아,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하는 감동이랄까? 

 

 

"적적해지는 것은 내 오랜 취미다. 그 취미가 나를 이끌어 간다. 적적함이 직업이라도 좋겠다. 적적하지 않고서야 이 세상을 어디에 놓고 바라볼 것인가. 적적함은 맑은 거울이자 명쾌한 저울이요, 사랑의 반석이다. 적적한 곳에 이르지 않는 이를 나는 사랑할 수 없고 적적함을 모르는 이를 나는 친하다고 할 수 없으리라. 나는 끊임없이 적적한 장소와 시간을 찾아 헤매는 신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를 견디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적적은 그래서 지극히 상류층의 취미임에 틀림없다. 나는 자꾸 상류층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p.36-27, '취미는 적적해지는 것' 중에서.

 

 

'적적하지 않고서야 이 세상을 어디에 놓고 바라볼 것인가'라는 구절이 머릿 속을 계속해서 맴돈다.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면서도 한편으로 너무 공감가서... 언젠가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차마 글로 옮겨내지 못하고, 생각에 그치기만 했는데, 그것들이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음에 놀랍다. (작가의 필력이 조금 많이 부럽다)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살면서 적적함 한번 느껴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적적해지는 것은 분명 외로운 일이지만 또 온전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이기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보다 어렸을 땐 '적적한 것'이 싫어서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전화기를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대로 그 시간을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작가의 글에 자꾸만 내 생각이 더해지는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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