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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틴더 유 ㅣ 트리플 7
정대건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평점 :

저자 정대건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획이다. 그 일곱 번째 작품으로 정대건 작가의 『아이 틴더 유』가 출간되었다. 2020년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당선작인 『GV 빌런 고태경』을 펴내며 “영화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뜨겁게 달구어주는 소설”(이랑 뮤지션·영화감독) “트렌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야기를 순수한 방향으로 이끌어 저마다 간직한 꿈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인상을 남긴 이후, 두 번째 책이다.
책은 <아이 틴더 유>, <바람이 불기 전에>, <멍자국> 등 세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이 이야기들은 경쾌하고 담백하게 우리의 일상과 연애에 대해 젊은 감각으로 부감해냈다고 한다.
#아이틴더유
"우리 졸라 없어 보인다. 불행과 상처를 소중한 자산처럼 삼지는 말자." p.11-12 중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호와 나는 석양에 따뜻한 금빛으로 물들어갔다. "이 짧은 시간을 촬영에서 매직 아워라고 해. 이 때를 놓쳐버리면 큰일 나니까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긴장하고 집중하는데, 그때 기분이 진짜 좋아. 짧기 때문에 소중하지." 짧기 때문에 소중하다. 그 말이 내 짧은 틴더 데이트들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모든 희소한 건 가치 있는 거야? 그럼 네 잦은 눈물은 가치가 작고? 하늘은 붉은빛과 푸른빛이 물감처럼 풀어지며 섞였다가 금세 어두워졌다. p.27-28 중에서.
데이트앱인 틴더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 호와 솔. 홍대 술집에서 만난 이들은 오늘의 술자리만 재미있으면 되었기에 굳이 본명을 묻지도 않는다. 진지한 만남을 지향한다더니 잠수 타버린 남자를 두 번이나 겪은 뒤로 틴더남들을 믿지 않는 여자 솔,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지만 잘 풀리지 않는데다 친구도 하나없이 외로운 남자 호. 서로 친구가 되어주기로 하면서 함께 산책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시간을 공유한다. 호와 솔은틴더에서 만나는 각자의 사람들을 응원하고 지내며 서로에게 스페어같은 존재가 되어주자고 했지만 호가 만나는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으려하자 둘의 대화는 엇나가기 시작한다...
세상에는 여러 형태의 사랑이 있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고, 깊은 관계가 싫어 데이트앱에서 만났지만 서로 닮은 구석이 많았던 솔과 호. 서로에게 본명도 공유하지 않을만큼 부담없고, 가벼운 존재가 되고 싶어했지만, 이들은 상대에 대한 감정이 깊어지는게 두려웠던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문득 이들을 보면서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상대에게 온전한 나를 내어보인다는게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게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가벼운 관계에 머물기를 바라는건 나로서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솔과 호는 사랑의 실패 경험이 많고, 또 거절당하는게 두려웠기때문이라고 이해도 해보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었던 인물들이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아이 틴더 유>외 <바람이 불기 전에>와 <멍자국>도 타인에게 쉽사리 마음을 내어주지 못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패가 두려워 멈칫하지만 또 혼자는 싫은, 결국 '안정적인 너와 내'가 되고 싶은 건 누구나가 원하는 본능이 아닐까. 작품 속 인물들이 멈칫할 때, 함께인채로 좀 더 나아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생긴다.
"부모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보고 자란 민주와 나는 연애를 하면서 늘 서로에게 주지시켰다. 우리가 만나는 이유는 서로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애정이 식어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빠지거나,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면 헤어지자. "마음은 바람처럼 변덕스러운 거잖아."라는 민주의 말에 쿨한 척 동의했지만 한편으로는 민주가 도망갈 구석을 만드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나는 그런 민주에게 믿음을 주고 싶었다." p.55, <바람이 불기 전에>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