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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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자체가 독특하고, 선과 악의 대결 구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져서 아까울 정도로 책이 금세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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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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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바야시 야스미

1962년 일본 교토부 출생. 오사카대학원을 수료하고 1995년 『장난감 수리공』으로 제2회 일본호러소설대상 단편상을 수상, 이 작품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프로 한 『앨리스 죽이기』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등 일본 주요 미스터리 랭킹에 이름을 올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직 읽어보진 못 했지만 <앨리스 죽이기>란 책은 익히 들어서 이미 알고 있는 터였다. '언젠가 읽어봐야지'라고 마음 먹은 책이기도 하다. 책의 유명세는 자연스럽게 작가에 대한 관심으로 흘러가는데, 2018년 국내에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던 <기억 파단자>가 올해 리커버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책장을 여는 순간, 그 흡입력은 놀라울 정도다.

어느날, 낯선 방에서 눈을 뜬 타무라 니키치. 길에서 친구 녀석이 어린 불량배들에게 당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도우려다 불량배의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는다.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니키치는 자신이 왜 이 방에 있는지 조차 몰라서 의아해 하고 있었고, 그러던 찰나 침대 머리맡에서 노트 한 권을 발견하게 된다. 노트엔 자신의 기억은 사고를 당하기 전의 일들 뿐이며 이후 기억은 수십 분밖에 지속되지 않으며 병명은 전향성 기억상실증이라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는, 그 메모가 자신이 쓴 것임을 자각한다. 노트에는 생활하는 데 필요한 방법들이 적혀 있었는데, 어느 곳에든 자신의 이름을 쓰지 말라는 메세지가 적혀있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지금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 p.21 중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이어지지만 니키치는 노트를 계속 읽어보기로 한다. 그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키라', 사람의 기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살인마다. 자신도 지켜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범한 능력을 가진 살인마와의 대결이라니. 소설은 니키치의 기억과 생각을 중심으로 서술되는데, 그래서인지 기억상실증을 가진 이의 상황이 더 실감나게 전해진다. 또 설정 자체가 독특하고, 선과 악의 대결 구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져서 아까울 정도로 책이 금세 읽힌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고바야시 야스미 작가님의 별세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더는 그의 작품의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든다. 그래서인지 그가 남긴 다른 작품들은 찾아서라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작가의 명복을 빌며 글을 마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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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젠가
이수현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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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순이는 내 쪽으로 좀 더 다가와 팔에 얼굴을 비비며 애정을 표현했다. 갑자기 가슴속에서 무언가 울컥했다. 살아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나를, 죽은 척 시체로 살아가는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건 깜순이뿐이구나. 작은 생명체에게서 전해지는 온기가 팔을 타고 가슴으로 전해져 왔다.

 

p.41, '시체놀이' 중에서

 

 

#시체놀이

 

취업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고시원비를 충당하며 근근히 버티는 주인공.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으로 매번 끼니를 때우면서 자신의 존재도 신선도와 활기를 잃어버린 듯하다.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제의받은 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관둔 그녀는 일은 조금 가벼워졌지만 시체 연기를 하면 할수록 스스로 침참해가는데. 한편 편의점으로 찾아오던 고양이 깜순이는 사고를 당하고 졸지에 재수없는 고양이가 되는데...

 

나는 문과생이라 이 사회에서 곧바로 취업하지 못 하는 주인공의 현실을 직접 경험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대학을 집에서 다닐 수 없는 거리라 생활비 부담이 커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해왔기에 소설 속 주인공의 현실이 적잖이 공감된다. (실제로, 시체연기까진 아니지만 방송국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갔던 대학인데, 문과생은 설 자리가 없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나는 진정 잉여 인간인걸까.'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던지던 시절이었다. 주인공이 전공과는 무관한, 단지 살기위해 했던 아르바이트들은 스스로의 자존감을 낮출 뿐이다. 사람 이야기인 인문학이 경시되고, 또 이를 공부하는 이들은 설 자리가 없고, 그 상태로 공동체에 섞이지 못한 채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간다. 우리 사회의 일부 모습이기도 한 작품 속 현실이 나의 청년 시절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를 응원해본다.

 

 

#달팽이키우기

<유리젠가>는 시체놀이, 유리 젠가, 달팽이 키우기, 발효의 시간 등 다섯 편의 단편을 싣고 있다. 특히 공감되면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은 '달팽이 키우기'였는데, 코로나19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서는 오늘이라서 더욱이 그랬던 것 같다. '달팽이 키우기'는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면서 직장을 잃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직장을 잃기 이전만 해도 모든 것이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절이었는데, 생활비와 월세 그리고 매달 들어가는 적금 앞에서 더는 웃을 수가 없다.

 

주인공은 시골에 있는 엄마에게 김치를 가지러갔다가 배춧 속에서 달팽이 한 마리를 발견한다. 추운 겨울 속에서도 살아보겠노라고 버티고 버틴 달팽이가 대견해져서 서울로 데리고 돌아온다. 서울 집 문을 여니 변한 건 없고, 고단한 현실을 온몸을 다해서 피하려는 듯 한없이 모로 누워있는 그의 모습은 그저 실망스럽기만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야생 달팽이를 키우는 일은 주인공에게 기쁨이 된다. 그녀는회의적이기만했던 현실을 마주하고, 그동안 놓고 살았던 펜을 잡는다. 그리고 그 또한 달팽이를 보며 변화를 겪는데...

 

코로나19가 앗아간 우리의 일상들.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도 많아졌고, 이러한 현실은 처참할 따름이다. '달팽이 키우기'는 지금 우리의 현실을 바탕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내게도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그런데 실제로 지인들이 겪은 일이기에 마음이 저릿하다. 다만, 소설 속 주인공들은 마냥 주저앉아있지만은 않다. 그래서 불행과 희망이 동시에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조금 더 밝은 것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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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색 인생그림책 14
리사 아이사토 지음, 김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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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불혹에 가까운 나이가 되면서 한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삶의 순간과 감정들을 그려내고 있다. 또 책이 불쑥 건네는 한마디가 무척이나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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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색 인생그림책 14
리사 아이사토 지음, 김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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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아이사토 글. 그림

독창적인 스타일로 노르웨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예술가입니다. 수많은 상을 수상하고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는 작가입니다.

 

각자의 색으로 삶의 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책 표지' 중에서

<삶의 모든 색>은 '2019 노르웨이 북 셀러상 수상작'이다.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짧지만 오래 기억될 문장들이 어우려져 한 편의 완성된 작품을 보는 듯 하다. 그저 일반적인 동화책이겠거니하고 생각했는데, 고급스러운 양장 표지와 도톰하면서 큼직한 사이즈의 책을 받아보았을 땐 솔직히 조금 놀랐다. 게다가 무심결에 넘긴 책장 너머로 보이는 따뜻한 색감의 그림들은, 한참을 들여다 보게 되는 매력을 가진다.

 

책은 "여름 날 빗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놀았는지 기억하나요?"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아이의 삶', '소년의 삶', '자기의 삶', '부모의 삶', '어른의 삶', '기나긴 삶' 순으로 삶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살면서 한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삶의 순간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책을 보면서 몇 번이고 가슴 끝이 뭉클해졌다. '아이의 삶'을 보며 '내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를 연신 외쳤고, 그림 속 익살스러운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덩달아 행복해졌다.

 

'자기의 삶'에서는 유유히 떠다니는 금붕어들 사이로 생각에 잠긴 듯한 여인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이것이 내 길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라고 적힌 글귀를 읽으면서 늘 확신없는 길에 서 있는 내 모습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답있는 인생은 없기에 누구든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인생에서 제일 좋은 날일지도 모르죠."

하는 일에 확신이 들지 않고,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지만 책 속의 말처럼 지금이 내 인생에서 제일 좋은 날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 최선을 다하면 후회는 없을지도. 책이 불쑥 건네는 한마디가 무척이나 위로가 된다.

 

 

<삶의 모든 색>을 보면서 몇 번이고, 울컥했던 것 같다. 지나온 날들의 따스한 기억에 웃고 있다가도 어느 한 부분에서 눈물을 애써 삼키기도 했다. 말과 그림이 주는 감동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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