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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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자는 젠더폭력, 아동학대 사건 등의 범죄 피해자를 주로 변론하는 변호사이다. 변호사가 되기 전부터 형사사법 절차 속에서 의도치 않게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의 권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 생각하며 성실히 피해자를 변호했다고 한다. <법정 밖의 이름들>은 피해자가 법정 안팎에서 겪는 침묵과 기다림, 그리고 존엄을 되찮기 위한 분투했던 시간에 대한 기록이라고 한다.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쓰게 된 책이라 하는데, 어쩐지 기대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이다. 우리는 성폭력 피해자라하면 우울한 일상을 보내고, 그로 인해 제대로 된 회사 생활마저 지속하기 어렵게 되어 결국 회사를 관두게 되는 이들이 대다수일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또한 사회적 통념에 불과하며 피해자를 무시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범주에 집어넣고 피해자를 정의하는 것 또한 그들을 향한 보이지 않는 폭력이라는 말에 어찌나 뜨끔하던지. 나도 성폭력 피해자의 일반적인(?) 이미지에 암묵적으로 공감을 하고 이미 정해진 그들의 이미지에 꽤나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이 던지는 질문은 피해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여러 피해자들의 사례를 보면서 성폭력 피해자가 나 혹은 사랑하는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들을 대상으로 변호를 맡고 있는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의 손길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고 싶어졌다.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대신해서 목소리를 높여주고, 법 앞에서 불평등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봐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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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의 진짜 직업
나심 엘 카블리 지음, 이나래 옮김 / 현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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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문 철학과 관련된 글을 읽으면 만나게 되는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 헤겔, 플라톤 등의 철학자들을 보면서 한번씩 가지게 되는 궁금증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만 해도 저서 '중용'을 비롯하여 여러 철학적 개념과 사유, 학술적 핵심 개념을 정립한 업적으로도 대단한데, 그의 이름은 철학 이외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논리학, 자연학, 문예 비평과 같은 곳에서도 독창적인 학적 위업을 남겼던 것이다. 피타고라스의 경우에도, '피타고라스의 정리'라는 수학 공식으로 알게된 수학자인데 종종 철학을 다룬 글에서 출연하는 것을 보며 철학자라는 또 다른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학, 자연학, 논리학이라니. '어떠한 학문이든 하나만 아는 것도 어려운데 이 어려운 것들을 서너개씩 해내다니. 그들은 천재였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저자인 나심 엘 카블리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일까? <철학자들의 진짜 직업>이라는 책에서 철학자들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니 흥미가 생겼다.


<철학자들의 진짜 직업>은 말 그대로 수 십명의 철학자들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책에서는 철학은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지만 신중하게 펼치는 행위로 정의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일과는 달리 철학은 정해진 시간과 체계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성찰하고 연구에 몰두하는 과정인데, 철학자들도 생계를 위해서는 경제 활동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저자는 철학자들이 가졌던 직업이 단순히 생계를 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업은 그 자체로도 철학적인 차원에 속한다고 말한다. 철학자들이 철학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학문과 관련된 일을 넘어서서 해부학자, 사업가, 정비공, 화폐 제작자와 같은 금세 떠오르지도 않는 일을 했던 그들을 보면서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철학이란 멀리 있는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들에게 직업의 의미는 경제적인 것을 포함하여 사유하는 힘을 길러주고 타인과 자신 나아가서 사람을 이해하는데 영감을 주는 일이었던 것이다. 거창하게 철학까진 아니어도 직업을 가지면서 얻게 되는 경험과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귀해진다. 여러 종류의 직업을 가진 철학자들이 있었기에 다양한 분야에서의 철학적 고민이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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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너에게 - 게으른 걸까, 시간이 없어서일까, 잘하고 싶어서일까?
고정욱 지음, 개박하 그림 / 풀빛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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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너에게>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나 자신을 떠올리며 '뜨끔' 했었더랬다.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나같은 이들에게 저자는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라는 호기심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한 책을 보고서 딸이 묻는다. "엄마, 이 책 나 읽으라고 산거야?" 내심 웃음이 나왔지만 너한테 필요한 책인 것같으니 같이 읽어보자고 했다. 제목만으로도 여러 사람들을 뜨끔하게 만든 책이라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책은 1 생각바꾸기, 2 방법 바꾸기, 3 행동 바꾸기 등 3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미루는 습관이 있는 십대들을 위해 진심 어린 조언을 한다.


생각은 형체가 없는 슬라임이야.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 생각이 부정적인 곳으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마.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오는 게 필요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워하는지를 떠올려 보는 거야.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 지금보다 더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뀔거야.

p.17-19 중에서.


어려운 용어나 개념보다는 십대 때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할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해 보다 쉽게 설명하고, 또 긍정적인 방법들도 제시한다. 책을 읽고 있으니 십대 때의 감정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고민인 일들로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좌절하거나 분노할 때가 있는데... 가끔은 고민을 잠시 쉬는 것도 정말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올해로 분명한(?) 사춘기에 접어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 변화가 있는 딸의 모습을 볼 때면 이해가 안된다면서 같이 화낼 때가 있는데 조금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하며 대화할 수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너에게>는 아이와 함께 대화를 시작하기에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없는 분량에 구어체 표현들을 사용하여 이해하기 쉬운 책이다. 내가 나를 응원하고, 나를 위해 함쓸 때 비로소 온 우주와 세상이 나를 돕게 되는 법이니 나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글귀를 딸에게 꼭 전해줘야겠다.


자기 안에 있는 가능성과 열정을 누군가가 발견해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무조건 도전해 보는 거야.그것을 시작으로 새로운 삶이 개척될 수가 있어.

p.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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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하는 심리학 - 복잡한 내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마음의 법칙
장근영 지음 / 빅피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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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복잡한 내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마음의 법칙'이라는 글귀가 적힌 표지를 보고 있으니 궁금해졌다. 심리학과 관련된 책은 무수히 읽어왔지만 <위로하는 심리학>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을지 괜히 설레기도 한다. 책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우리가 하는 행동이나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6챕터로 나누어 심리학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한다.


인간은 마치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한 일을 쉽게 마음에서 지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자이가르니크의 자이가르니크 효과'라고 한다. 지나간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혹은 미래에 닥쳐올 나쁜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아야 한다. 즉,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결 과제를 종결 짓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살면서 지나고 나서야 '선택하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면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나는, 현재의 시점에서 좀 과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할지언정 이미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돌아보거나 후회하지 않는 편인것 같다. 이러한 점은 내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현실의 갈등과 혼란을 피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방어기제에도 종류가 있는데, 수준 낮은 방어기제와 성숙한 방어기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방어기제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 어느 정도 현실과 고통을 받아들이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나를 성장하게 할 수도 있으며 수준 낮은 방어기제의 사용은 피해야 한다는 말이 꽤 기억에 남는다. 방어기제도 앞 뒤 가리지 않고, 나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할게 아니라 조금은 성숙한 방법으로 사용을 해야한다니. 눈 앞에 닥친 일들은 임기응변식의 방어기제 발동으로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수준 낮은 방어기제를 반복 사용한다면(예를 들어 시험봤던 일 자체를 부정하거나 발표된 결과를 부정하는 일 등) 그 후폭풍으로 인해 나에 대한 평가나 인식이 나빠질 가능성이 클 것이므로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로하는 심리학>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해봤을 나에 대한 고민을 심리학적으로 차분하게 풀어놓은 글이다. 또 기존에 알던 용어나 개념에 대한 정의를 재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답들이 많았는데 콤플렉스, 페르소나, 불안, 무의식, 욕망을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으로 설명한다. 프로이트와 융 이론을 그대로 읽으면 어려웠을 법한 이야기들을 우리가 하고 있는 고민과 내면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정리해놓아서 모든 내용이 한결 편하고, 쉽게 다가왔다. 책 속 질문을 마주하면서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구나', '이런 상황에서 나만 이렇게 행동하는 건 아니구나', '나의 행동이 방어기제에서 비롯된 것이구나' 등의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생각들은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했을 때 나 자신이 조금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다. 심리학 저서는 나를 제대로 알고, 돌아보는 과정들이 서술되어 있어서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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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의 마법학교 1 - 꿈의 대모험 런던이의 마법
김미란 지음, 스티브 그림 / 주부(JUBOO)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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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의 마법학교>는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시리즈가 확정된 이후에 출간된 첫 이야기라고 한다. 성인이 된 이후로 동화책을 읽을 일이 없었는데, 아이를 낳고난 뒤부터는 종종 읽고 있다. 동화책 속 따스한 그림들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또 그러면서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곤하여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용도가 아니더라도 동화책을 알부러 펼쳐보기 시작했다. <런던이의 마법학교>는 표지부터 시선을 끈다. 앞니 두개가 빠진 채 미소짓고 있는 런던이의 표정에 매료되어 자연스럽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은 런던이의 세 가지 꿈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꿈은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던 런던이를 북극곰이 구하러 오면서 시작된다. 북극에서 북극곰은 런던이에게 자신의 아들인 해피에게 힘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하고 런던이는 이를 들어주기로 한다. 해피는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겁이 나서 혼자있게 된 이후로 친구가 한 명도 없다. 모두 그를 놀리기만 할 뿐이다. 런던이는 해피에게 자신도 겪었던 일임을 말하며 친구들과 어울리는게 어렵다는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해피는 학교에서 열리는 미로 대회에 런던이와 함께 출전하기로 한다. 끝까지 도전해보자는 런던이의 말에 용기를 얻은 북극곰은 미로게임의 관문을 하나, 둘씩 해결해나가기 시작한다.


북금곰은 놀란 듯 해피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해피야, 나도 어릴 땐 미로가 무서웠단다. 하지만 중요한 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거야. 넌 이미 용기 있는 아이야. 그리고 런던이랑 함께라면 더 잘할 수 있을거야.

'런던이의 마법학교1' 중에서.


책을 읽는 내내 귀엽고, 동글동글한 그림체에 시선이 이끌렸고 또한 스토리가 튼튼한 판타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미로게임'이라는 소재로 넌센스 퀴즈에 대한 정답 맞추기 놀이도 흥미로웠고, 또 혼자 있거나 불안할 때 소리를 지르는 럭키와의 만남은 따스해서 좋았다. 아들과 책을 한쪽씩 번갈아가며 읽었는데, 동화치고는 글밥이 많은 편이어서 소리내어 읽기엔 버거운 감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은 뒤에 무해한 느낌이 든달까.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없이 우리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하면서 한번쯤 겪어봤음직한 일들을 소재로 따스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런던이의 마법학교>는 무해하면서 감동적인 동화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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