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문병욱 지음 / 북오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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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비밀이 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책 소개 문구와 음산한 표지에 이끌려서 읽게 된 <닮은 꼴>, 글 쓰는게 좋아 시나리오에 이어 소설까지 쓰게 되었다는 문병욱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야산 아래 폐가에서 숨바꼭질 하는 아이들, 바깥담 맨 끝에서 포갠 손등 위에 이마를 얹고 있는 술래가 수를 세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몸을 숨기기 위해 폐가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어 간다. 열한 살 영분이는 숨을 곳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데, 오빠들의 도움으로 옥상 가장자리에 놓인 고무통으로 들어간다.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남자아이들은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데...... 한편, 집으로 돌아오지 딸 영분을 찾아헤매는 지희. 몇 명의 아이들에게 물어본 끝에 영분이 폐가에서 놀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폐가로 향한다. 지희는 딸을 찾아서 마을로 데려왔다고 생각하지만 곁에는 영분이 없다. 영분은 다음날 폐가에서 목이 부러져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로부터 20년 뒤, 재개발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취재 차 마을을 방문한 PD 진선. 마을에 아이들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함과 동시에 이 곳을 감싸고 있는 오묘한 분위기도 감지한다. 그러다가 영분을 잃은 지희의 사연을 알게 되고, 모녀의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최근에 봤던 소설이 어려운 시대나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가독성이 떨어졌고, 나는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야 했다. 읽는 행위 자체에 조금 지쳐있는 상태였기에 쉽게 눈에 들어오고, 쉽게 읽히는 작품을 고르고 싶었다. <닮은 꼴>은 오컬트 미스터리라고 하는 장르에 추리까지 결합되어 내겐 소재만으로도 가독성과 몰입력을 보장한 소설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시원하게 읽혀서 좋은데,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마을에 내려진 저주를 진선이 알아가는 과정에서 의문이 하나, 둘씩 풀리고 작가가 의도한 장치들이 그제서야 이해가 된다. 꽤나 두꺼운 책이지만 흥미진진하게 진도를 나가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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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가 되고 싶어 - 소중하니까, 열렬하게 덕질하는 10대의 네 가지 이야기
범유진 외 지음 / 북오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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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덕질'이라는 단어를 보니 자연스레 나의 40대가 떠오른다. 엄청난 덕후는 아니었지만 90년대를 주름잡았던 H.O.T와 S.E.S, 박정현의 앨범 전 곡을 외워서 따라부르며 홀릭했던 그 시절이 마냥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바라고, 꿈꾸는 이상형과 닮아지기 위해 마음을 쏟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무던히 애쓰던 시간이었기에. <최애가 되고 싶어>는 <흑마법인 줄 몰랐어>, <최애가 되고 싶어>, <그림자의 집>, <시네필 능력 대결> 네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애가 되고 싶어>는 소심한 가희가 변하고 싶은 마음에 집에서 세 정거장이나 떨어진, 아는 친구 하나 없는 중학교에 지원하면서 시작된다. 단짝 이혜진은 6학년 2학기에 전학 온 최은아와 친해지려고 노력하면서 가희는 안중에도 없다. 싫은 내색도 제대로 못하는 가희는 자신에게 함부로 하는 은아와 친구들이 서운했지만 다른 그룹에 끼어들 자신이 없고 속상하기만 하다. 정말 다른 누군가 되고 싶은 마음에 고민하던 중, 가희는 좋아하던 애니메이션 <마법소녀 장하리>의 주인공 '장하리'가 웃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새로운 중학교에서 새 학기를 맞이하며 스스로에게 장하리가 되자는 주문을 걸어보지만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데... 가희는 원하는 삶은 살 수 있을까?

나머지 세 편의 이야기들도 주인공이 닮고 싶어하는 이상향을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사십 대가 되어서 생각해보니 끓어오르던 마음을 좋아하는 가수에게 쏟아부었던 시간이 참 소중했던 것 같다. 나도 어쩌지 못하는 내 마음들이 나를 힘들게 할 때 의지하고, 기대던 대상이 있었기에 그 시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최애가 되고싶어>는 10대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소재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공감하고, 한편으론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이야기인 듯하다. 사춘기에 입문하여 아이돌이 좋아지기 시작한 딸에게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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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삶과 운명 1~3 세트 - 전3권 창비세계문학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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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상과 체제와 인간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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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삶과 운명 1~3 세트 - 전3권 창비세계문학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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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에서 <삶과 운명>을 세 권 구성으로 출간했다. <삶과 운명>은 2차 대전 중, 1창비세계문학에서 <삶과 운명>을 세 권 구성으로 출간했다. <삶과 운명>은 2차 대전 중, 1942년 가을부터 1943년 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스딸린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모스끄바에서 까잔으로 피난 온 물리학자 시뜨룸과 독일과 소련의 수용소 수감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건들을 다룬다. 


믿고 보는 창비시리즈이기에 책의 소재나 전반적인 줄거리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펼치게 되었는데, 소설 속 첫 배경이 심상치 않다. 독일의 강제수용소를 묘사하고 있는데, 수감자들은 히틀러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했다는 이유로 혹은 사소한 정치적 일화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이 곳에 보내진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범죄자인 새로운 유형의 정치범들과 전쟁 포로들이다. 초반부터 인물들의 험난한 여정이 예고된 것만 같아서 사실 책읽기를 중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전후문학은 읽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져서 그리 좋지 않달까. 이런 감정을 느끼는게 싫어서 기피하는 장르 중 하나인데, 1959년에 집필이 마쳐진 소설이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출간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하니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출간이 늦어졌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특히, 저자인 '바실리 세묘노비치 그로스만'은 스딸린의 숙청에 희생된 정치인, 작가 들의 구명에 참여하여 스딸린에 의해 거부되고, 평생 검열과 압제에 시달렸으며 2차 대전 중, 유대인 학살로 어머니가, 폭탄 폭발로 큰아들이 희생되는 비극을 겪었다고 한다. 전쟁을 직접 겪은 당사자로서 당시에 그가 보고 느꼈던 감정들을 사질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작가가 바라보고 세상은 어떤 곳일지 알고싶어서 책을 끝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삶과 운명>은 배신, 굶주림, 추위, 폭력, 고통 등과 같이 전쟁이라는 틀 안에서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당히 이기적인 모습으로 바뀔거란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소설을 읽으며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양보하는 모습을 가진 사람들도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이야기는 허구지만 전쟁 중 상황을 적나라게 표현하여 마치 내가 덩그러니 전쟁터에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었는데, <삶과 운명>은 저자가 전쟁 당시에 느꼈던 참상과 비극 그리고 체제와 인간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쟁 하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각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인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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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매드앤미러 1
아밀.김종일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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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는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 '해마' 등 두 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 줄거리는 강렬했던 작품인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보려 한다.

저마다 다른 의상을 입고, 축하해주러 온 친구들 앞에서 멋지게 결혼식을 올리는 대학원생 은진과 작가인 동우. 기존 한국 예식 산업의 틀을 깨고, 서울 망원동에 있는 단골 바를 대관하여 칵테일과 감자튀김, 과일, 야채 스틱 같은 비건 간식들을 준비한 결혼식에서 자신의 결혼이 아름답기를 간절히 바라는 은진, 비록 부모님은 참석하지 않은 자리였지만 그들은 행복하게 결혼식을 마친다. 이후 2차 겸 집들이를 하고, 친구들은 새벽 1시가 되어 돌아간다. 아파트 정문까지 배웅하러 나간 동우가 20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은진은 술도 깰 겸 가을밤 산책을 하고 싶은 마음에 운동복 위에 후드 재킷을 걸치고 집을 나선다. 이후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정문 쪽으로 향하던 중에 놀이터 그네에 혼자 앉아 통화를 하고 있는 동우를 발견하고, 살짝 놀래 주고 싶은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대화를 듣게 된다. 통화 상대에게 눈은 단춧구멍, 피부는 멍게, 몸은 돼지 같지만 자신이 만난 애들 중에 그나마 돈 있는 애가 은진 뿐이라서 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온 몸에 피가 식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인다. 집으로 돌아온 동우에게 통화를 듣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은진은 눈물을 쏟고, 그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키스를 쏟아붓는다. 은진은 동우의 어깨를 밀어내고, 그는 협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며 죽는다. 놀란 은진은 집 밖으로 뛰쳐나와 편의점으로 달려갔다가 이상한 할머니를 만나고, 남편을 살려달라는 은진의 말에 할머니는 원하면 남편을 살려줄 수는 있으나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일깨우면 안 된다는 말을 남긴채 등을 돌리고 가버린다. 그 때 동우에게 문자가 오는데...

요즘 읽고 있는 또 다른 소설이 있는데, 몰입이 안 되어서 몇 번이고 책을 펼쳤다가 덮기를 반복하던 중에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를 읽게 되었다.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가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기분 좋은 경험을 오랜만에 했다. 두 편의 작품은 저마다의 개성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데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에서는 자신의 기억을 왜곡한 채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속에서 정작 스스로 피폐해져가는 아이러니한 은진의 모습이 인상깊다. 그리고 '해마'에서는 화영이 남편의 정체를 밝히기로 마음 먹고, 그의 본 모습을 파헤쳐가는 과정이 아주 공포스럽고, 긴장감이 넘친다. 지금의 나에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배우자인데... 내가 알지 못하는 배우자의 모습, 특히 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알게 되는 건 조금 많이 두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을 상상하면서 읽으니 이 이야기는 내게도 공포로 다가왔다. 책 소개대로 이 책은 팽팽한 긴장감이 인상깊은 가정 스릴러가 확실한 것 같다. 그나저나 나의 남편은 나를 어떤 모습으로 생각하고, 바라볼까? 문득 궁금증이 생겨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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