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인지 답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나는 "엄마는 세상이라는 바다로 나간 아이가 타고있는 배"라고 말한다.
엄마가 "세상이라는 바다로 나간 아이가 타고 있는 배"라고 하면, 배가 튼튼할수록 높은 파도에 흔들려도 타고 있는 아이를 잘 지킬수 있을 테고, 안팎의 어려움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좋은 엄마가 되려면 엄마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잘 다독거리며, 엄마 자신이나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을 잘 견딜 수 있도록 먼저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님들이 아이 문제 때문에 고민할 때, 내가 전공의였던 시절에 은사님이 해주신 말씀을 전해드리곤 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내려놓는 일의 연속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적어도 세 번은 크게내려놓는 경험을 하게 된다. 첫째, 내 아이가 기대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아이가 공부는 못해도착할 줄 알았는데 착하지도 않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내 아이가 착하지는 않아도 건강할 줄 알았는데 건강하지도 않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김혜남 선생은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서 "체념해야 할 때 체념하는 것 (…) 삶은 때때로 우리에게 이러한 능력을 요구한다. 이때 체념은 분명 포기와 다르다. (・・・) 체념은 자신은 버리지 않고 자신이 잃어버린 것만 깨끗하게 단념하는 것을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체념이 필요한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러나 세상에는 사랑만으로 되지 않는 게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사랑을 주면서 키우고, 최선을 다해 훈육해도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부모는 참 절대적인 존재이지만 동시에 별것 아닌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사실을 깨달아가는 것이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투명하게 떠도는 안 보이는 넋들을 서로 발견해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란 투명한 단체사진 속에서 한 사람을 발견하여 허공의 못 위에 존재를 걸어주는 사람. 그리하여 내가 존재함을 비로소 나에게 알려주는 사람
- 「고도의 노래」 중에서,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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