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향락의 본질도 끊임없이 추구하는 데 있으며, 목적에 도달하는 순간 향락도 사라지고 만다. 이때 우리는 생존의 허무와 공허를 확인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권태다. 이런 점에서 권력자들의 액세서리나 파티에서 볼 수 있는 호화찬란함도 결국 인간 생존의 본질적인 비참함을 모면하려는 헛된 시도일 뿐이다.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매우 정교하고 복잡하지만 결국에는 티끌로사라지게 되어 있다. 즉, 인간이라는 존재와 인간의 모든 노력은 결국없음[無]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있어서노력과 허무는 늘 진실인 동시에 자연 흐름의 소박한 확인이다. 노력이 자기 자신에게 가치 있고 절대적인 것이라면, 그것이 존재하지 않음을 목표로 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