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새로운 체제에서 맡아야 할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역할을 통해 적극적인 자유를 더 많이 얻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개인은 그에게 안전감과 소속감을 주었던 관계에서도 해방된다. 그는이제 인간이 중심이었던 폐쇄된 세계에서 살지 않는다. 세계는 무한해진 동시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 인간은 폐쇄된 세계에서그가 차지했던 고정된 자리를 잃고, 그에 따라 자신의 삶의 의미에대한 해답도 잃어버린다. 그 결과 자기 자신과 삶의 목적에 대한 의심에 사로잡힌다. 강력하고 초인간적인 자본과 시장이 그를 위협한다. 이제 모든 사람이 잠재적 경쟁자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는 적대적이고 소원해졌다.

‘양심‘이란 인간이 스스로 자기 마음속에 앉혀놓은 노예 감독에 불과하다. 양심은 인간이 자신의 것이라 믿는소망이나 목표에 따라 행동하도록 몰아세우지만, 사실 그 소망이나목표는 외부의 사회적 요구가 내면화한 것이다.

사람은 가학적이거나 피학적인 어느 한쪽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생 관계의 능동적인 쪽과 수동적인 쪽 사이를 진자처럼 끊임없이 오가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순간에 어느 쪽이 작용하는지를 알아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어느 경우에나 개성과 자유는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권위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공공연한 권위 대신 ‘익명의 권위가 지배한다. 그것은 상식과 과학, 정신 건강, 정상성, 여론 등으로 가장하고 있다. 그것은 자명하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부드러운 설득 외에는 어떤 압력도 가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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