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기술적 조숙과 감정적 퇴보 사이의 괴리로 말미암아 자신을 파괴할 위기에 놓인 인류는 그 위기에서 어떻게 자신을 구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우리의 사회생활에서 가장 본질적인 사실들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 인식은 우리가돌이킬 수 없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것을 막아주고, 객관성과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조금이나마 높여준다.
하지만 이 중대한 순간, 조금만 통찰력-객관성을 강화하면 인류의 생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이유 때문에 과학적이고 역동적인 사회심리학의 발달이 매우 중요하다.
주제를 간단히 요약하면, 근대인은 개인에게 안전을 보장해주는동시에 개인을 속박하던 전(前) 개인주의 사회의 굴레에서는 자유로워졌지만, 개인적 자아의 실현, 즉 개인의 지적·감정적 감각적 잠재력의 표현이라는 적극적 의미에서의 자유는 아직 획득하지 못했다.
우리가 자유의 인간적 측면, 복종에 대한 동경, 권력에 대한 욕망을 고찰할 때 제기되는 두드러진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경험으로서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에 대한 갈망은 인간 본성에 고유한 것인가? 그 갈망은 인간이 살고 있는 문화와는 관계없이 누구나똑같이 경험하는 것인가, 아니면 특정한 사회에서 도달한 개인주의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자유는 외부의 압박이 없는 것만을 의미하는가, 또는 무언가의 ‘존재‘도 의미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존재‘는 무엇인가? 사회에서 자유를 갈망하게 만드는 사회적·경제적 요인들은 무엇인가? 등
사회는 개인을 억압하는 기능만이 아니라 물론 그 기능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창조적인 기능도 갖고 있다. 인간의 본성, 열정과 불안은 문화적 산물이다. 사실 인간 자체가 인류의 부단한 노력이 낳은가장 중요한 창조물이자 성취이고, 그 기록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딘가에 ‘소속‘ 하고자 하는 욕구를 그토록 강력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주관적인 자의식, 다시 말하면 인간이 자신을 자연이나 타인과는 다른 별개의 실체로 의식하는 사고 능력이다.
그는 어딘가에 속해 있지 않으면, 그의 삶이 어떤 의미와 방향도 갖지 않으면, 자신이 한낱 티끌처럼 느껴질 것이고, 개인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느낌에 압도당하고 말 것이다. 그의 삶에 의미와 방향을 줄 어떤 체제와도 자신을 결부시킬 수없을 것이고, 의심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리고 이 의심은 결국 그의 행동 능력, 즉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마비시킬 것이다.
이 책의 주요 주제는 인간이 타인이나 자연과의 원초적 일체감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자유를 얻으면 얻을수록, 인간이 ‘개인‘이 되면 될수록, 자발적인 사랑과 생산적인 일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결합시키거나 아니면 자신의 자유와 개체적자아의 본래 모습을 파괴하는 끈으로 세계와 자신을 묶어서 일종의 안전보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개체화 과정 전체가 의존하고 있는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상황이 방금 말한 의미에서 개성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지 못하면,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그때까지 그들에게 안도감을 주었던 기본적인 관계를 단절당하면, 이 불균형 때문에 자유는 견딜 수 없는 부담이 되어버린다. 그러면 자유는 의심과동일해지고, 의미와 방향을 잃은 삶과 동일해진다. 그럴 때 어떤 사람이나 세계와의 관계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더라도 불안을 없애주겠다고 약속하면, 자유에서 벗어나 그 관계 속으로 도피하거나 복종으로 도피하려는 강력한 경향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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