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알겠습니다. 두 시간 후." 임예지는 일부러 여기서 말을 끊었다. 평소 자신이 쓰는 교양적인 언어에서 ……에 뵙겠습니다‘를 빼버린 것이었다. 겸손을 모르는 자한테 겸손한 것은 겸손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해남에 와서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자연입니다. 서울에서전혀 느끼지 못했던 자연이, 그 싱싱하고 거대한 모습이 저를맞이해 주었습니다. 그 자연과 친해지려고 합니다. 제가 강하게 끌려가고 있습니다. 외로움 탓인지도 모릅니다.
바라보는 곳이 같으면 마음은 늘 함께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머지않아 설한풍 속에서 동백꽃이필 때입니다. 그 선연한 핏빛의 한스러움이 그쪽 남도의 처연한 정취입니다. 동백꽃은 두 번 핍니다. 그 관찰과 발견이 황검사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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