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고, 눈치 한번 빠르기는 앉아서 삼천 리고 서서 만 리라니까요. 하여간 장차 누가 남편 되시려나 엄청 피곤할 거예요. 좌우간 어쩌겠어요, 꼬리는 곧 잡힐 듯 잡힐 듯 하고, 가난한 신문사 취재비는 다 바닥나고, 목마른 놈이 샘 파는 법이니까 내 월급이라도 땡겨서 비행기표 살 수밖에요."
"아니요. 광부는 탄맥이 안 보이는데 곡괭이질하지 않아요. 기다리세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있잖아, 이 나라 망친 삼연(三緣)이라는 거. 학연·지연·혈연, 이 세 가지는 이 나라 어느 분야에서나 실력을 앞질러 먹히는 빽이잖아. 그런데 말야, 법조계에서는 한 가지가 더 있어. 그게 바로 근무연이야. 함께 근무한 인연, 그것까지 합쳐서 법조계 사연(四緣)이 되는 거지."
‘인생은 연극이다. 그런데 그 연극은 극작가도, 연출가도, 주인공도 자기 자신이면서, 단 1회의 공연일 뿐이다.
상대생으로서 서원섭이 모범적 성공 인생이라면, 자신은 견본적 실패 인생이었다.
김태범은 자신의 의식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느꼈다. 무엇을해야 할 것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무것도떠오르지 않았다. 열패감과 자괴감만이 무성한 잡풀처럼 뒤엉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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