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밤에 깃들기 쉽지 않았다. 해가 지면서 안갯빛 어스름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시는 그 어둠살을밀어내는 몸짓을 짓기 시작했다. 상점들이 쇼윈도의 호사스러운 꾸밈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고 눈부신 가지가지 색깔의빛잔치를 다투어 벌인 것이다. 그리고 끝없이 긴 꼬리를 잇는자동차들도 커다란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을 내쏘는 것이었다.
또한 가로등들도 제 임무를 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 그 특유의 푸르스름한 빛을 몽환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호 대기 고작 3분을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고있었다. 끝없이 경쟁이라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돌아야 하는 도시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불안감이나 초조감, 그리고 강박감 같은 것에 사로잡히고, 병들어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면서 루소의 말을 생각했다.
‘국민들은 투표하는 순간에만 주인이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다시 노예로 전락한다.

또 어떤 유명한 사람의 말이 루소 말의 대구(對句)처럼올랐다.
‘정치인에게 국민이란 정권을 잡기 위한 방편이고 구호일뿐이다."

‘그런 기망과 배신 행위가 오로지 정치인들만의 잘못일까.
유권자들의 책임은 없을까. 유권자들은 투표를 끝낸 다음에얼마나 정치에 관심을 두었을까. 얼마나 정치인들을 주시하며 감시, 감독을 했을까. 투표를 한 다음에는 할 일 다한 것처럼 정치에 아무 관심도 두지 않고, 대통령을 왕과 동일시하는 그 순진함과 단순함과 우매함과 무지함을 저질러대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마음 놓고 국민들을 수없이 기망하고 배신해 왔던 것은 아닐까…….’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
플라톤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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