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작가인가보다. 비유를 기가 막히게 표현한다.

네 아버지에 대해 묻더구나. 네 아버지 소식을 전해주자 하산이 얼굴을 손에 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날 밤 내내 하산은 어린애처럼 울었다.
알리의 무표정한 얼굴을 떠올려보려고 했다. 정말로 그의 평온한 눈을 그려보려 했지만 시간은 탐욕스럽게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때로 시간은, 저 혼자서 모든 세세한 사항들을 훔쳐가버린다.
"왜요? 제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어요? 서른여덟 살을 먹고 난이제야 비로소 내 삶이 모두 빌어먹을 엄청난 거짓말이었다는것을 알았는데요. 무슨 말로 이 상황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하나도 없다고요."
라힘 칸이 밝힌 사실 때문에 상황이완전히 바뀌었다. 1975년 겨울보다 훨씬 전인, 노래하던 하자라유모가 내게 젖을 먹여주던 그때부터 내 모든 삶이 거짓말과 배신, 비밀의 순환이었음이 드러났다.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라고 그가 말했었다. 그 순환을 끊어버릴 방법.
"저게 진짜 아프가니스탄이에요, 선생님. 저게 내가 알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라고요. 당신요? 이곳에서 당신은 항상 관광객이었어요. 당신이 그것을 몰랐을 뿐이죠."
그날 아침 일찍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나는 26년 전에 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했다. 매트리스 밑에 구겨진 돈을 한 움큼 집어넣어둔 것이다.
"궁금한 점이 있는데, 늙은 귀신은 어떻게 됐지?" -눈 사이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다리가 차가워지면서 마비가 되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각자에게 합당한 대가를 치른 거라고만말해둡시다."
내가 알고 있었다는 그 동안의 네 추측이 옳았다. 나는 알고있었다. 그 일이 일어난 직후에 하산이 나한테 이야기를 해주었다. 너는 잘못을 저질렀다, 아미르 잔. 그러나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너도 어렸다는 것을 잊지 마라. 불안한 어린아이였다.
사실은 속죄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죄책감 때문에 선에 이르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속죄일것이다, 아미르 잔,
그의 몸을 끌어당겨 꼭 안고서 세상이 너에게 가혹하게 대한것이지 네가 세상에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머리가 들어올려졌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 나는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소랍이 조용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틀린 말이다. 조용함은평화와 평온함을 의미한다. 조용함이란 삶에 대한 볼륨 스위치를 줄이는 것이다. 침묵은 버튼을 눌러서 삶을 완전히 꺼버리는 것이다. 소랍의 침묵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자진해서 지키는 침묵이나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나타내려는 항의자들의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두운 곳에 숨어서 온몸을 어둠으로 돌돌 감고 있는 사람의 침묵이었다.
소랍의 방문을 닫으면서 용서라는 것이 그런 식으로 싹트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용서란 요란한 깨달음의 팡파르와함께 싹트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소지품들을 모아서 짐을 꾸린다음 한밤중에 예고 없이 조용히 빠져나갈 때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닐까?
하산의 아들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메리카로 데려온 것이다. 그를 확실성의 혼란으로부터 들어올려서 불확실성의 혼란속에 떨어뜨렸다.
내가 오마르 파이살 변호사를 만날 때까지만 해도 소랍의 눈에서 실낱같은 희망의 빛이 수줍은 손님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었다. 이제는 그 빛이 사라져버렸다. 손님이 도망쳐버렸다. 언제쯤 그 빛이 되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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