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미국이 과거를 묻을 수 있는 곳이었다.
바바에게 미국은, 과거를 애도해야 하는 곳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 러시아군이 쳐들어오기 훨씬 전에, 마을이 소각되고 학교가 파괴되기 훨씬 전에, 죽음의 씨앗처럼 지뢰가 설치되고 아이들이 돌무덤에 묻히기 훨씬 전에, 카불은 이미 내게유령의 도시가 되었다. 카불은 언청이 귀신들의 도시였다.

미국은 달랐다. 미국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은 채 노호하며 흐르는 강과 같았다. 이 강물에 들어가서 내 죄를 바닥에 떨어뜨려버리고 강물을 따라 먼 곳으로 실려갈 수 있었다. 유령도, 추억도, 죄도 없는 곳으로. 그 때문에 나는 미국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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