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 파란색 연이, 달리는 차에서 빠져나온 타이어처럼, 심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눈을 깜빡이며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질 않았다. 갑자기 위로 붕 떠올라 저 아래편 나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검은 가죽 코트에 빨간색 목도리를 두르고 빛바랜 청바지를 입은, 마르고 약간누르스름한 얼굴의 열두 살치고는 조금 작은 아이가 보였다. 좁은 어깨에 창백한 연한 갈색 눈 주변에는 다크서클의 기미가 보였다. 그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우리는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나는 항상 바라보았다. 양의 체념하는 눈빛 때문이었다. 황당하게도 나는 양이 모든 것을 이해해준다고 상상했다. 자신이 죽는 것은 더 고상한 목적을 위해서라는 것을 양이 이해하고있다고 상상했다. 이것이 바로 그 눈빛이었다.
결국 나는 도망쳤다. 나는 겁쟁이였기 때문에 도망쳤다. 아세프가 무서웠고 그가내게 할 짓이 두려웠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웠다. 골목의 하산에게서 등을 돌리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변명했다. 나는 나자신에게 그렇게 믿게 만들었다. 사실 나는 비겁함을 열망했다. 또 다른 변명, 내가 도망치고 있는 진짜 이유는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아세프의 말이 옳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하산은 바바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내가 치러야만 하는 대가이자 내가 죽여야만 하는 양이었다. 그것이 공정한 대가였을까? 그 대답이 나도모르는 사이에 의식 속에 떠올랐다. 그는 단지 하자라인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은가?
"괴물은 없어요. 그냥 물만 있어요." 라고 하산이 말했었다. 그러나 하산은 틀렸다. 호수에는 괴물이있었다. 괴물이 하산의 발목을 잡고 어두운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내가 그 괴물이었다.
"네가 날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 가버렸으면 좋겠어." 내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가 내 말에 대들며 문을 박차고 들어와서 따져주기를 바랐다. 그랬다면 상황이 더 쉬워지고 좋아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몇 분 후 문을 열었을 때 그는 그곳에 없었다. 나는 침대에 쓰러져 베개에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부터 하산은 내 생활의 주변을 맴돌았다. 가능한 한 그와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썼고 그렇게 하루의 일과를 짰다. 그가 옆에 있으면 방에서 산소가 새나가는 것 같았다. 갑자기 가슴이 오그라들면서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나만의작은 공기방울 속에 숨 막히며 서 있곤 했다.
또 다른 사실을 깨달았다. 하산은 다 알고 있었다. 내가 골목에서 모든 것을 보았다는 것을. 내가 그곳에 서서 아무런 행동도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내가 자신을 배신했다. 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한 번, 어쩌면 마지막으로 나를 구해주고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를 사랑했다. 그 어떤 사람보다 그를 더사랑했다. 그에게 내가 숨은 적이며 호수 속의 괴물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이런 희생을 받을 가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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