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제외한 주변 세상을 아버지는 자기 마음대로 주물렀다.
물론 바바가 세상을 흑백논리로만 바라본 것은 문제였다. 그는항상 어떤 것이 흑이고 어떤 것이 백인지 결정했다. 그런 식으로세상을 사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갖게 되는 법이다. 어쩌면 그 사람을 조금은 미워하는 마음도 갖게된다.

"자, 율법 선생이 뭐라고 가르치건 세상에 죄는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딱 한 가지뿐이야. 다른 모든 죄는 도둑질의 변형일 뿐이다. 알겠니?"

"네가 사람을 죽이면 그것은 한 생명을 훔치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아내에게서 남편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고 그의 자식들에게서 아버지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속임수를 쓰면 그것은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알겠니?"

시인과 결혼하는 것은 괜찮지만 사냥보다 시집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아들을 키우는 것은 어쩌면 바바가 꿈꿨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진짜 사나이는 시 나부랭이를 읽지 않는다. 그리고신은 진짜 사나이에게 절대 시를 쓰지 말라고 명했다. 진짜 사나이 진짜 사내아이는 어린 시절의 바바처럼 축구를 해야 하는 법이었다. 축구야말로 진짜 사나이가 열광할 만한 대상이었다.

"자식이란 스케치북이 아니네. 자네가 좋아하는 색깔로 스케치북을 채울 수는 없어."

그곳에 서 있었던 시간은 아마 1분도 채 안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그때의 1분이 가장 긴 시간처럼 느껴지곤 한다. 매초가 영원 같았다. 공기가 무거워지고 축축해지더니 마침내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벽돌을 들이마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는 방을 나가버렸다. 나는 종교에 가까울 정도로 열렬하게 바바를 숭배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내 몸 속의 혈관을모두 열고서 그에게서 물려받은 피를 모두 쏟아버리고 싶었다.

폭탄과 총소리밖에 듣지 못하고 자란 아프가니스탄의 아이들 세대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상태였다. 식당에 서로 달라붙어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동안우리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우리의 생활 방식이 끝나버렸다는것을,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끝의 시작이었다.

나와 바바 사이를 조금 호전시켜주는 존재는 연이었다. 바바와 나는 같은 집에 살았지만 다른 존재 영역에서 살았다. 그 영역 사이의 종잇장만큼 얇은 교차점이 바로 연이었다

그 인도 애 역시 곧 알게 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독립적이라는 것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관습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규칙을 혐오한다. 그리고 연날리기 싸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규칙은 간단했다.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었다. 연을 날려서 상대방 연줄을 끊으면 된다. 행운을 빌 뿐이다.

나도 그 말을 따라 했다. 그러나 내 입에서 나온 "신의 뜻으로" 라는 수식어는 그렇게 진실하게 들리질 않았다. 그 점이 바로하산만의 고유한 특성이었다. 그는 너무나 순수해서 그의 곁에있으면 내가 항상 사기꾼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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