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갈아입듯이 그르누이는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향수를 번갈아 발랐다. 그 향수들을 이용해 그는 사람들로부터방해를 받지 않을 수도, 또한 자신의 존재를 노출시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 냄새들을 보호막으로 해서그르누이는 이제 오로지 자신의 원래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에 몰두했다. 목표란 바로 조심스러운 향기 사냥이었다.
살아 있는 생명체로부터 최초로 영혼의냄새를 탈취하는 일에 성공한 기념으로 그르누이는 한동안 그걸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가 원하는 것은 특별한 사람들, 즉 아주 드물지만 사람들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사람들의 냄새였다. 그 사람들이 바로 그의 제물이었다.
그는 아이를 가슴에 더 꼭 껴안았다. 그리고는 마치 울분을마음껏 너희들을 경멸하고 있어! 너희들은 역겨운 냄새나 풍기는 멍청이들이야! 자, 보기좋게 나한테 속아넘어간 기분이어때! 바보 같은 자식들! 내가 최고라고!
그것은 전에 산에서 고독의 향연을 벌일 때처럼 무아지경에서오는 도취감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서 오는 냉정하고 명료한 만족감이었다.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극히 한정된 재료만갖고도 타고난 천재성을 이용해 인간의 냄새를 만들어 낼 수있는 능력 말이다.
인간의 냄새일 뿐만 아니라 초인간적이기도 한 냄새, 말로는 이루 설명할 수도 없을정도로 훌륭하고 활력이 넘치는 냄새, 그 냄새를 맡은 사람은 누구나 다 그 냄새의 주인을 마음속 깊이 좋아할 수밖에없는 천사의 냄새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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