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의 데뷔작.
당시 상황을 반영한 주인공들의 역동적 스토리에선 강한 흡입력을 발휘했고, 감정을 세밀하게 상상하고 역설적으로 표현한 문장 안에선 쿤데라만의 문학적 감성을 많이 녹여냈다.
여자친구에게 한 농담 하나로 개인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 편의 깊은 영화를 보듯 전개한 그의 사고와 필체가 놀랍다.
특히 주인공 루드비크의 삶을 돌이켜보면 ‘퐁듀(퐁뒤)’가 떠오른다.
역사의 장난처럼 그 사회의 꼬챙이에 찔려 지글지글 끓는 기름(치즈 말고) 속에 빠지고, 익어가는 고통의 과정을 겪은 후 다시 본 세상에 나오는 모습으로 말이다. 너무나도 괴롭고 비극적이지만 결국 열 속에서 익으면서 삶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은 듯하다. 증오와 복수의 허망함, 이념에 대한 비판정신, 그리고 예술과 사랑, 고독한 존재 간의 연대가 무엇인지 그는 느끼고 깨닫는 것이다.
사실 ‘농담’하면 이문재 시인의 시 ‘농담’도 같이 연상된다.
솔직히 아직도 왜 이 시의 제목이 ‘농담’인지 잘 모르겠지만..ㅎㅎ
가볍게 농담처럼 한 말이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이 시의 마지막 연처럼 이 책도 농담으로 쓴 엽서에서 루드비크의 삶이 고난의 경로로 바뀌었고 우리에게 짙은 메세지를 남기는 것 같아 좋다.
농담 /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제국호텔』, 문학동네, 2004, p.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