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모르는 사이였다. 서로가 다 초면이고 익명인 이런 불투명함 속에서는, 타인들에게서 거칠고 낯설기만 한 모든 것이 가차없이 발산된다. 우리를 묶어주는 단 하나의 유일한 인간적 연결 고리란, 짤막하게 서로 무어라 추측이나 해 보고 있던 불투명한 미래뿐이었다.
그러나 대담성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 가슴에는 분명 많은 느낌이 가득했지만 머릿속엔 단 하나의 음절도 없었다.
그러나 불행의 씨앗은 더할 수 없는 행복의 한가운데 숨어 있는 법이다. 그해 가을의 슬픈 일들은 이 짙푸른 여름에 잉태되어 있었다.
당시에 내겐 그에 대해 증오밖에 없었으며, 이 증오란 것은 너무도 강렬한 빛을 발사해서 그 속에서는 사물의 윤곽이 사라져 버리는 법이다.
젊음이란 참혹한 것이다. 그것은 어린아이들이 희랍 비극배우의 장화를 신고 다양한 무대 의상 차림으로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면서 광적으로 신봉하는 대사들을 외워서 읊으며 누비고 다니는 그런 무대다. 역사 또한, 미숙한 이들에게 너무도 자주 놀이터가 되어 주는 이 역사 또한 끔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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