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연구해온 하버드 대학의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샥터 교수는 기계와 달리 사람의 기억은 살아 있으면서 진화하는 사고의 구조물이라고 말한다. 샥터는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해서 ‘일곱 가지 오류‘ 성향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약해지는 ‘소멸transience‘, 주의와 기억 간의 접촉이상으로 인한 ‘정신없음absent-mindedness‘, 어떤 정보를 끄집어내는 것이 불가능한 ‘막힘blocking‘, 잘못된 기억을 사실로 착각하는 ‘귀인오류misatribution", 과거를 상기하려고 할 때 새롭게 생겨나는 기억들인 ‘피암시성suggestibility‘, 현재의 지식과 믿음이 기억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편향bias", 마음에서 사라져버리기를 원하는 고통스러운 정보가 반복해서 떠오르는 ‘지속성persistence‘ 등이 기억을 불완전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기계 기억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사람의 기억 현상에서만나타나는 오류들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배리 슈워츠의 연구처럼 지나치게 많은 기회는 선택 과부하를 불러 고민에 빠지게 하고 현명한 선택을 저해한다는 것이 ‘선택의 역설‘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누구나 지난 시절 제왕이 접근하고 누리던 거대한 자원과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그 도구를 제대로 알고 다루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환경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격차와 좌절감을 키우는 토양이 된다.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결핍과 그로 인한 고통이다.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이러한 결핍과 고통에서 느낀 감정을 동력으로 삼아 발달시켜온 고유의 생존 시스템이다. 처음 직면하는 위험과 결핍은 두렵고 고통스러웠지만 인류는 놀라운 유연성과 창의력으로 대응체계를 만들어냈다. 결핍과 고통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인류가 경험을 통해 체득한 생존의 노하우가 유연성과 창의성이다. 결핍에서 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인간의 유연성과 창의성은 기계에게 가르치기가 거의 불가능한 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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